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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게시물ID : humorbest_558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정계란
추천 : 17
조회수 : 4963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1/05 01:13: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1/03 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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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둠이 드리워진 지 오래였지만, 남자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조각품을 깎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자기 손으로 조각품을 깎으면서도 남자는 자신이 왜 이걸 조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는 여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고 술을 진탕 마신 뒤 잠들었었다.

며칠 이내로 끝내야 되는 의뢰가 있었지만,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애초에 이 의뢰를 받아들인 건 그녀에게 줄 약혼반지를 사기 위해서였으니까.

그 이유가 아니었으면 그런 기분 나쁜 인간의 의뢰 따위 받아들이지도 않았으리라. 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자신에게 조각상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늙은이를 떠올렸다.

며칠은 안감은 듯한 더러운 머리카락. 검버섯이 덕지덕지 나 있는 얼굴. 구부정하고 힘없어 보이는 허리.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차치하더라도 깊은 심연을 보는 듯한 그의 눈동자가 남자는 가장 기분 나빴다.

마치 파우스트를 타락시키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눈동자.

그에게 관여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널 것만 같은 자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남자로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돈을 주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혐오를 억누르며 남자의 말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해 주게.”

. 그의 의뢰를 듣고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게.. 그런 추상적인 주제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조건을 제시해주시겠습니까?”

그냥 자네가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해 주면 되네.”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이라 생각하며 남자는 노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한다 해도 저와 당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다르니, 노인장의 마음엔 들지 않을 겁니다.”

상관없네.”

?”

이제 알아들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홀짝이던 남자는 그의 말에 커피잔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말하지 않았나. 자네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인을 조각해 주면 되는 거라고.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닌가?”

당신의 관점과는 상관없이?”

그래.”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이죠.”

남자가 의뢰를 받아들이자 그제야 노인은 씨익 웃음을 지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는 벌레를 보는듯한 그 미소에 남자는 섬뜩함을 느꼈지만, 노인이 제시한 돈의 액수에 놀라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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