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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제령 사무소 7
게시물ID : panic_50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스키튼
추천 : 22
조회수 : 13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14 21:59:35
내가 눈을 떴을 땐 은수의 창고 옆 작은 방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몸에선 열이 들끓고 있었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나 불러보려 했지만 목이 심하게 가라앉아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았다.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내가 기억하려 하는지.
몸 안에서 솟구치는 열로 자꾸 뒤척여져 얼마나 열이 있는지 이마를 짚어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마는 싸늘했다.
 
“일어났구나.”

물건을 들고 지나가던 은수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벌써 일주일째 의식이 없어서 호우가 걱정하고 있었어.”

나는 은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혹시 무얼 기억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줄까?
“호우한테 얘기 다 들었어. 그리고 호우가 영감을 물어다 가둬놨어. 말로는 그 영감이 꼭 필요하다던데.”

얘기? 영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기다려봐, 호우 불러다 줄게.”

싱긋 웃으며 내 팔을 툭툭 치고 은수는 다시 사라졌다.
호우가 다 얘기 해 줬다고? 그래, 호우라면.. 다 알고 있겠지?
잠시 눈을 감고 쉬려 했는데 눈이 너무 뻑뻑해 눈을 감으니 눈동자가 아팠다. 깜빡일 때조차 고통스러웠다.
이마는 싸늘했지만 몸 안에는 마치 불꽃같은 열이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일어났구나.
‘그래. 일어났어.’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축하한다.
‘무슨..?’
- 한번 한 손으로 힘을 모아 봐.
‘지금 눈 한번 깜박이기도 힘든데 힘을 모으라고?’
-그냥 한번 해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오른손으로 힘을 모아보았다. 그러자 뭔가 몸 안의 뜨거운 느낌이 덩어리로 모여 손으로 가 손을 둘러싼 동그란 파장을 만들어 냈다. 그 파장은 뜨거웠지만 그 곳으로 내 몸의 기운이 뭉쳤는지 몸 안의 열은 한결 떨어진 기분이었다.
 
-역시.. 너는 타고난 영매의 기질이 있어. 이렇게 완벽하게 받아들이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내 머릿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듯이 어두워지고 눈앞이 하얗게 보였다.
 
‘내가.. 내가 무얼 받아들였었지?’
-유정이라는 아이였잖아. 기억이 안 나는 건가?
‘유, 유정이?’
-그래.

갑자기 마음 한켠이 쿵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내 몸, 이, 이 몸 어딘가에 유정이가?’
-그래.
 
“아아아아아악!!!!!!!!!”
 
나는 나도 모르게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내가 그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 애가, 얼마나.. 얼마나 좋은 아이인데.. 그 아이를.. 그 아이를 영양분처럼 섭취해 내가 자라는 거야? 성장하는 거야? 그러는 거야?!?!
모든 것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너무나 뚜렷하게 한 장면 한 장면이 지나갔다.
계약서, 현진 오빠, 승우, 유정이, 그리고 그 악마 같은 영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개 같은 놈... 그 쥐새끼!!”
-진정해라 안나.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나는 방을 뛰쳐나가 창고를 뒤졌다.
 
“어디야, 어디에 그 개 같은 놈을 가둬 둔거야!”

은수가 발작하듯 날뛰는 나를 보고 급히 달려 나왔다.

“진정해! 제발 진정해 안나!!”
“비켜!!!”

정신없이 창고를 헤집는데 한 구석에 새 봉인 부적이 붙은 동그란 단지가 보였다.
“저거야! 저 개 같은!”

단지를 발로 걷어차려는데 무언가 둔탁한 물건이 내 머리를 쳤다.

“미, 미안해 안나. ...이렇게 날뛰지만 않았으면 내가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호우, 넌 옆에서 뭐한 거야. 영기로 제압했었어야지!”
-...했었다.
“하긴 뭘 해. 멀쩡히 잘만 돌아다니던데.”
-아니다. 정말 했었다.

그 말을 들은 은수는 의식을 잃은 나를 침대로 끌고 가다 멈칫했다.

“그 말은.. 그럼 안나가?”
-그래. 성장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화들짝 의식이 들어 일어나니 머리는 아까보다 더 깨질 듯이 아팠다.

“미안해..”

손으로 머리를 짚어보니 축축하게 피가 배인 거즈 같은 느낌이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짓이야!!!”
-안나, 저 영은 절대로 죽여서는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은수, 붕대를 풀어 보여줘.

은수가 고개를 끄덕하고 내 옆으로 와 왼팔의 붕대를 풀었다.
그 붕대 안에는 바싹 말라 뼈가 드러난 채로 썩어가는 내 팔이 보였다.
 
-봤지? 이게 그 영감의 작품이라는 것이 너한테 한 짓이다.
“하, 하지만 전혀 못 느꼈었는데..”
-그게 바로 그 놈의 무서운 점이야. 넌 유정의 혼이 들어와 영력이 상승 해 준 덕분으로 지금은 그나마 뼈라도 남아 있어 팔 구실을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아마 이 삼일 내에 그 팔은 터져버릴 거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너도 알다시피 상처가 번져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너는 정말 운이 좋다.

멍하니 내 팔을 내려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이 잔뜩 곪아가는 모습은 내 팔이었지만 그냥 확 잡아 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난 네가 다 알고 그 영감을 데려 온 줄 알았는데.
“그 당시에 무얼 생각할 겨를이나 있었던 줄 알아? 그건 그냥 그 영감이 나한테 붙은 것 뿐이야!”
-아무튼, 네 팔을 치료하기 전까진 그 영감은 살려둬야 한다.
“으으..”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옳은 말이었기에 대꾸 할 수 없었다.
“뭐해! 붕대나 감아줘!”
애꿎은 화풀이를 은수에게 하고 고개를 돌렸다. 호우는 그런 날 보며 그냥 코로 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

눈을 뜬 채 한나절을 보냈다. 은수가 전복죽을 사다 줬지만 입맛이 깔깔해 한 숟갈도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 밥 한 끼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먹은걸 떠올리며 억지로 입안에 쑤셔 넣었지만 다시 고대로 이불 위에 토해버렸다.
“우욱!!”
-이제 그만 고집을 꺾어라.

토사물에 전복죽과 핏덩어리가 보였다.
 
“제길! 제길!”
-네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선은 살아야 한다.
 
뜨겁다. 몸이 불더미에 들어가 있는 듯이 절절 끓는다.
 
-너도 네 상태를 잘 알고 있잖아. 흡혈의 성질을 가진 마물에게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콜록콜록!”
한번 터져 나온 피가 멈추질 않고 계속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안나, 이런 일은 자존심을 세우는 게 아니다. 다행히 그 영감은 너에게 호의적이다. 성불하기 싫어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너에게만은... 아무튼, 생각을 바꿔라.
“카악! 퉤! 퉤!”

계속 속에서 솟구쳐오는 핏덩어리를 쓰레기통에 대고 뱉었지만 끊이질 않았다. 이불로 입을 가려 막았지만 억지로 참으니 몸속의 열만 더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유정의 일은 네 책임이 아니다. 인간의 명이란 건 원래가 그런 거야. 신만이 아는 거고, 또한 미리 다 정해져 있는 운명이다. 유정은 이 일에 말리지 않고 그냥 집에서 있었더라도 그날 그때 죽었을 거다. 다행히 그 아이는 너에 대해 근본적으로 호의를 가졌기 때문에 네 파장에 쉽게 반응해 너에게 들어왔을 뿐이야.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거다. 알 수 없는 잡령들에게 잡혀 혼이 갈갈이 찢기는 것 보다는 낫지 않나.
“니가.. 니가 뭘 알아... 너는 천년만년 살잖아... 영물이잖아... 너는, 너는 죽음을 모르잖아!! 인간의 감정이란 것도 모르잖아!! 그러면서 뭘 떠들어 대는 거야!!”

홧김에 손을 올려 호우를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호우의 왼쪽 뺨에 내 손자국이 남았다.

-봐라, 내 영기에 부들부들 떨던 네가 날 이렇게 때릴 수 있는 것도 다 그 아이 덕분이다.
 
*

겨우 예전의 내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들의 죽음이 나를 뿌리째 흔들었다.
너무나 허무한 죽음 -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다시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그 두려운 마음은 내 이기적인 마음과 합쳐져 죽은 그들이 나를 욕한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만들었다.
그래.. 난 죽을 수 없다.
 
나는 조용히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영총을 챙겨 아까의 창고로 갔다.
좀 전에 내가 잔뜩 뒤엎어 놓은 물건을 정리하던 은수가 나를 봤다.
“안 돼, 하지 마!”
“걱정 마. 죽이려고 온 게 아냐.”

단지를 꺼내와 가게 소파에 앉아 부적을 떼고 뚜껑을 열었다.

“아아, 오랜만이로군 아가씨. 벌써 다 회복하다니, 정말 놀라워~!”
“그래요. 영감 덕분이죠.”

능청맞게 인사를 건네는 저 얼굴을 다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흐흐.. 이제 우린 한 팀이지?”
“..그렇죠.”
“아아, 생각만 해도 신나는군. 아가씬 퇴마사니까 별의별 영들을 다 만나겠지? 음.. 다음엔 어떤 걸 만날까.. 아아.. 짜릿하구먼!”
“그래요?”
“그럼! 나는 여러 마물을 섞어 새 마물을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 참, 아가씨. 잡은 마물들은 어떻게 처리해? 그냥 버려?”
“..보통 은수에게 줘서 영기가 깃든 물건을 만드는데 사용해요.”
“쯧쯧, 그러면 안 되지. 그것들이 얼마나 훌륭한 재룐데.. 앞으론 나에게 줘, 그럼 내가 아주 멋지고 근사한걸 만들어 주겠어.”
“그런데 영감, 일을 하려면 이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나는 왼팔의 붕대를 풀고 내밀었다.

“아앗! 에그머니. 상처가 이게 뭐야!”
“당신이 만든 것한테 당한 거죠.”
“하하.. 이렇게 당하고도 살아있어? 상처가 번지지도 않고? 이런... 내 실력도 그저 그러네.”
“이거 치료해 줄 수 있죠?”
 
한참 호들갑을 떨던 영감이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치료해 주면 날 제령 시킬 거지?”

속으로는 움찔 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린, 한 팀이잖아요.”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던 영감이 쾌활하게 웃었다.
 
“하하, 참. 그랬었지. 그래, 내가 무슨 의심을 한 거지. 이 아리따운 아가씨를 앞에 두고! 자자, 왼팔에 기를 돌려. 안 그러면 지금부터 붙일 자투리 영들에게 팔을 먹힐 거야.”

그 영감의 솜씨는 괜찮았다. 어디서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주문으로 내 팔의 상처를 진정시킨 후 은수에게 얻은 영들을 반죽해 내 팔에 살을 붙였다.

“아가씨, 오른팔을 보여줘. 그래야 비슷하게 만들지.”

나는 군말 없이 팔을 내밀었다.

“아주 매끈하니 이쁘구만. 역시 젊음이 제일이지.”

뭔가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팔에 살이 올라오고 있었다.
다섯 시간 가량 흐른 후, 나도 그 영감도, 지켜보던 호우와 은수도 지긋지긋하게 지루한 시간이 지난 후 내 팔은 원상태의 모습을 찾았다.

“훌륭하군요.”
“그렇지? 내가 살아 있을 땐 취미로 조각도 제법 했었지.”
“그래요. 수고했습니다.”
 
철컥-
 
나는 영총의 총구를 그 영감의 머리에 겨눴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영감은 가만히 나를 보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지. 하지만 나를 죽이면 안 돼.”
“왜죠?”
“그 상처, 그건 임시방편이야. 거기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그 영들은 조각조각 떨어져 다시 그 전의 상태가 되버릴꺼니까.”
“왜 제대로 치료를 안 한 거죠?”
영감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보험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보험이라...”

탕!!!

총성이 들리고 그 영감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져 기생령들에게 먹혀 들어갔다.

-무슨 짓이야 안나!
“더러운 개새끼. 보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따위한테 치료 안 받아도 안 죽어.”

영감이 입을 벌리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거의 다 먹혀가고 있었다.
나는 그 놈의 머리를 밟고 말을 이었다.

“난 퇴마사야. 너 같은 쓰레기 잡령을 죽이는 게 내 일이지. 그리고 너 따위 보다 훨씬 실력 좋은 영치료사를 찾을 수 있어.”

그 말을 끝내고 발을 돌려 머리를 비벼버렸다.
완전히 굳어 있는 영감의 더러운 찌꺼기가 바닥에 눌어붙었다.

-왜 그랬어! 잘 타이르면 다른 동료를 살릴 수도 있었어!
“살려? 어떻게?”
-그건 저 놈이 알고 있겠지. 뭐든 독이 있으면 해독제도 있는 법이다.
“그래.. 나도 조금은 그걸 기대했지. 하지만 저 놈은 말야.. 자기가 조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렸어.”
-그럼 차라리 가둬나 놓지 그랬나!
“호우, 저 놈이 만약 지금 정직하게 나를 치료했다면 조금은 저 놈을 믿었을 거야. 하지만 저 놈은 나를 시험했어.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니 더 살려놓을 이유도 없지.”
-..........
호우도 어쩔 수 없이 내 의견에 수긍 했다. 호우처럼 나 역시 뭔가를 기대했었지만...
 
*

상처 난 몸으로 몇 시간을 꼬박 앉아있었더니 등에는 땀이 축축하게 찼고 온 몸이 뒤틀리듯 욱신거렸다.
“은수아, 부탁 좀 할게.”
“그래, 무슨 일인데?”
“내가 서류를 써줄 테니까.. 이번 의뢰인한테 보여주고.. 영안실에 가서 승우와 현진 오빠 그리고 유정이의 시체를 좀 찾아서 지하실에 보관해줘.”
알았다고 말하고 은수는 서류를 챙겨 나갔다.

“호우,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방법이 가능할까?”
-내가 보기엔 불가능이다.
“그렇지? 아무래도... 혼을 잡아서 다시 몸에 넣어준다고 해서... 살아나진 않겠지?”
-..........
“그래.. 그럼 장례라도 잘 치러줘야겠어..” 

나는 손을 뻗어 호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영력이 증폭해서 인지 그 전보다 더 감촉이 생생했다.

“너를.. 잠시 안아도 될까?”
-...좋을 대로.

호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몸을 숙여 호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내 팔이 거추장스러웠을 텐데도 호우는 의젓하게 앉아 기댄 내 몸을 지탱해주었다.
 
“고마워.. 고마워...”
-기운 내라..
“그래..그래야지... 근데, 정말 힘들어. 가까운 사람이 죽어버린다는 건..”
-나는.. 그런 기분은 모른다. 그래서 너를 다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네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그건 정말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마워..”
-그러니 너는 제발 죽지 마라. 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하는 호우는 조금은 슬퍼 보였다.

“호우.. 나는 인간이야. 백 년도 못살지...”
-알고 있어 안나, 그리고 나는 충령석을 먹은 백호다. 네가 죽는 날 같이 죽겠다.
 
깜짝 놀라 팔을 풀고 호우의 얼굴을 보았다. 깊고 깊은 핏빛 눈동자. 평소엔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눈이었지만.. 지금은..
호우는 내 목덜미에 머리를 묻었다.

-살아있을 수 있는 순간까지.. 끝까지 살아라.
“그래..”

우리는 잠시 그렇게 있었다. 호우의 감정적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생소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래. 오래 살도록 할게. 너를 위해서도, 내 안에 있는 유정이를 위해서도.”

호우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아니, 사실 표정은 별 변화가 없었지만, 최소한 나는 웃는 표정이었다고 느꼈다.
 
“호우,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 역시 잘 부탁한다,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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