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여러분들 먼저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도 건강하게 잘 보내시라는 말씀부터 드리고싶네요
제 친구의 어머니 사정이 너무 딱하게 되셔서 눈팅만하다가 오늘 가입하자마자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오유 여러분들의 자그마한 힘이라도 빌리고자 합니다 .
좋은 나라는 문대통령 혼자서 만드시는게 아닌 저희 시민사회 한분한분의 영향력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만들어질거라는 소망으로 염치불구하고 글 남깁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폐경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치료비를 인정받지 못한 한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1993년, 저희 어머니는 제 동생을 울산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통하여 출산하였습니다. 이 후 해당 병원으로부터 난소와 자궁에 근종이 있다는 검진 결과와 함께 '근종이 커지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뒤로 근종이 커지지 않을까, 혹은 암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습니다. 근종 때문인지 자주 방광염도 걸리고, 해당 부위가 저린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어머니는 일을 하던 중 넘어지며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갔었는데, 하복부에 알 수 없는 출혈이 발생하여 하복부를 개복하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발견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장의 거즈가 방광과 난소, 그리고 자궁에 유착되어 알 수 없는 형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근종인 줄 알았던 것의 실체였습니다. 그리고...유착이 너무나 심했던 탓에, 유착된 부분 전체를 적출하고 평생 호르몬 대체요법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4년간 근종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거즈였다는 점, 자궁 전체를 적출하게 된 점 등 믿기 힘든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는 며칠간 심한 충격에 빠지셨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몸속에 거즈를 넣은 병원에게 연락을 취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병원으로부터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병원측의 진심 어린 사과만 있었다면, 원만하게 합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명확한 사실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병원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017년부터 시작된 소송은 2019년 11월에 1심이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는 위자료 및 자궁 적출 수술비, 그리고 그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의 보상을 다하여 2,200만원 정도가 전부였고, 향후 받게 될 호르몬 치료요법의 치료비와 24년간 거즈가 몸속에 있으며 알게모르게 받게 된 피해와 공포에 대한 것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소송 중 힘들었던 점은, 신체감정을 위해 방문한 의사가 보여준 태도 였습니다. 감정 의사는 폐경기 여성은 자궁이 없어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였고, 말 한대로 감정 결과를 발급하였습니다. 판결에도 신체감정을 한 의사의 의견이 아주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판결문에서는 자궁 적출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하게 된 '호르몬 대체요법'이 '만 52세의 일반적인 폐경 후 여성에서도 시행될 수 있는 처치인 사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과실로 인한 손해로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여성을 인간으로 바라보기 전에, 출산을 위한 도구로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 자궁 적출 당시 어머니는 폐경기가 아니었던 점, 2) 만 52세의 일반적인 폐경 여성이 모두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닌 점 3) 평생을 어쩔 수 없이 호르몬제를 먹으며 살아가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 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항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93년에 수술이 시행되어 시효 만료로 인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것도 매우 억울합니다. 어떻게 몸속에 거즈가 있을 줄 알고 10년내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라면 거즈 발견 시점을 시효 기산일로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1심 및 2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정신적 및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반면, 울산에 소재한 피고 산부인과는 저희에게 단 한번의 대화없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화가 납니다. 플랜카드나 1인시위, 전단지 등도 생각해보았지만 저희를 포함해 대부분의 의료사고의 피해자는 가해자 측의 적극적인 역대응에 이 마저도 조심스러운게 현실입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의료사고 소송은 매년 늘고 있지만 환자가 이기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의료사고 소송을 진행해보니 공감이 갑니다. 의료 자문을 구하는 기관도 모두 같은 의사로 구성되어있고, 피해 입증도 피해자가 해야하는데 증거는 모두 병원이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같이 명확한 사건도 병원측에서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잡아떼는 데 다른 피해자는 어떨까 염려도 됩니다.
글을 마치며, 국가에서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현실적인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 입증 책임에 대해서 증거 확보가 어려운 피해자에게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의료사고 소송 승률이 1% 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괜찮으시다면 아래 국민 청원 링크를 통해 제가 올린 청원에 동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국민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hyH0Dh
* 뉴스 기사: https://news.v.daum.net/v/20191226200950140?s=tv_news
바쁘신 와중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