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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씨의 사망록
게시물ID : readers_55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허으허
추천 : 2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20 03:37:32

Y란 작자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남들과 다르고 싶어 안달난 별종이다.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날이다. 이 때문에 세상은 시끄럽고 흡연장에 담배라도 꼬나물고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정치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정치이야기를 묻진 않는다.

물어도 정상적인 이야기가 되지않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21세기 첨단과학시대에 미신을

믿는다. 1997년 10월 어느날 소크라테스가 예언한 지구멸망을 믿고 2층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린

적도 있다. 다만 그게 그의 집이 2층이었기에 망정이지 63빌딩 꼭대기 옥탑방을 빌어 살고있었다면

현재 그는 좋은 흙이 되었을것이다. 그는 19일에 7번을 투표하고 출근하는길에 곰곰히 생각했다.

어차피 12월 21일이 되면 지구가 멸망할텐데 출근해서 뭐하겠는가? 그는 곧장 그 허무맹랑한 생각

을 실행으로 옮겨 근처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Y는 특별하게 죽고 싶었다. 어차피 지구가 멸망하면

외계인들이 보기엔 자기는 '지구멸망사'라는 흔한 사망자중 한명이 될테니까 말이다.

낙사는 싫었다. 7살때 한 경험을 다시하고 싶지 않았거나, 떨어지면 무지 아픈걸 알고 있을 것이다.

손목을 긋고 욕조에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고 싶었다. 밀린 공과금으로 수도가 끊긴 걸 생각하니

곧장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음악프로 방청객으로 들어가 잘생긴 남자 아이돌이 밴에 탈때 몰릴

여고생 사이에서 압사 당하고 싶었다. 근데 여고생에게 압사당하기엔 Y는 너무 튼튼했고 더 중요한건

제주도에 사는 그는 여의도로 갈 비행기 값이 없었다. 한 숨을 쉬었다. 2일 밖에 남지 않았다.

2일안에 특별하게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다. 많고 많은 죽음 중에 2일안에 죽는 방법은,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깔끔하게 골로 가는 방법은 너무 적었다.

두 손을 어색하게 모으고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너무도 힘들군요. 당신 곁으로 가게 백만원만 뚝 하고 떨어트려 주십시오"

되도 않는 기도를 마친 그는 손이 추워 패딩잠바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주머니에 꾸깃꾸깃한 오만원짜리

한 장이 있었다. 아마 작년 겨울에 넣어놓고 까먹고 있었나 보다. 그는 오만원으로 근처 식당으로가

게걸스럽게 밥공기를 비웠다. 아마 때깔 좋은 귀신이 되려고 하나보다. 남은 3만 7천원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곰곰히 생각하다,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5분도 못가 벽에 기대 헥헥대고 다시 달리고 다시 헥헥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달리기로 사람이 죽기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그는 근처 마트로 가서 농약을 사서

마트 뒷편 벤치에 앉아 농약 뚜껑을 열려고 안간힘을 썻다. 손이 땀때문에 미끄러운건지, 달리기로 힘을

다 써서 인지 농약 뚜껑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지나가는 고등학생을 붙잡고 뚜껑을 따달라고 부탁하자

고등학생은 뚜껑을 따서 바닥에 부엇다. 22살 Y는 17세 고등학생 두명에게 삼십분동안 혼이 났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죽을 것같이 쪽팔려도 죽지 않는다는걸. 점점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길거리 간판들은

하나 둘씩 불이 켜져도 그는 눈 앞이 깜깜했다. 그냥 눈이 침침해서 눈 앞이 깜깜했다.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던 Y에게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냥 봐도 험상궃고 자세히봐도 험상궃은 깡패 세분이

그에게 걸어왔다. 그는 무섭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기뻤다. 깡패에게 저항하다 두들겨 맞아 죽은 사람이 있단

소리를 그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는 뉴스도 안보고 신문도 안보고 하물며 인터넷도 야한동영상을

볼 때아니면 건들지 않는 그가 그런 소식을 접할리 만무했다. 예상대로 깡패들은 그에게 돈을 같이 나눠쓰자는

제안을 했고, 그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거부했다. 그리고 십분 뒤 그는 '딱' 죽기 전까지만 맞았다.

그는 주머니에 있던 31,700원을 모두 그들에게 기부했고, 그는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하늘을 보니 별이 유독

빛났다. 돌이켜보면 자기도 그냥 저 별들중 북극성이 되고 싶었던거 뿐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됬나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멈출 수 가없었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눈물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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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서 적었는데 어떤가요?

미리미리 과거 준비중인 선비입니다.

테클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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