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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열여섯 구단 중 하나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이자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한 '호화군단'으로서, 만약 K리그에 대해 논한다면 결코 빠질 수 없는 구단이다. K리그 우승/준우승 기록도 있고, FA컵에서도 몇 번 우승했으며, ACC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현 챔피언스 리그의 전신) 우승 기록도 지니고 있는, 말 그대로 명문 클럽이기도 하다. 또한 삼성전자를 스폰서로 두고 있어 이따금씩 수원이 보여주는 가공할 자금력은 K리그 내 가난한 도시민 구단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게다가 언제나 리그 테이블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말 그대로 K리그의 강호이다.
이런 수원을 가진 서포터들은 다른 곳보다 높은 - 거라고 생각되는 - 수원의 축구열기 및 서울에 뒤지지 않는 관중 동원력*1을 뿌듯하게 생각해 수원을 가리켜 '축구 수도'라고 지칭했고, 이는 수원을 싫어하는 타 팀의 서포터들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흔히 인터넷에서 '마계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라이벌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 그런데 서로 인정을 안 하는 - 성남 서포터인 나 역시도 이 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무척 부러웠다. K리그 최다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는 성남도 저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도 무척 자주 했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축구 수도' 수원은, 이제 '축구 굴욕' 수원으로 변모했다.
사실 2001년 수원이 기존에 홈 구장으로 사용하던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었던 '수원 월드컵 경기장'으로 홈 구장을 변경하게 되면서 수원시와 체결한 조건은 가혹한 것이었다. 10년 넘게 매년 수원은 1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수원시에 냈다. 그뿐이랴? 매 시즌 관중수입의 25% 역시도 납부해야 했고, 경기장 내부의 각종 시설도 수원 구단은 사용할 수 없다. 이만해도 충분히 잔혹한데, 내년에는 전광판 사용횟수에 따라 사용료를 받겠다는 대찬 의지도 밝혔다. 이는 IMF로 월드컵 경기장의 건설사였던 삼성이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 때문이기는 했다지만, 수원을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클럽을 대하는 자세는 아니다.
하 물며 저 조건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치더라도, 프로야구 제 10 구단을 향한 수원시의 의지는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 야구장을 증축하고 리모델링하며, 25년동안 10구단에게 무상으로 임대하고 구단의 수익성 사업을 허용하는 동시에 구장의 네이밍 사용권까지 증정한다니, 이렇게까지 '스포츠-프렌들리'한 지자체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는 수원에 연고를 정착할지도 모르는 10구단의 빠른 흑자 전환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수원시를 두고 10구단과 경쟁을 하게 된 수원은 맥이 빠진다. "아니, 25년동안 구장 무상임대? 우린 매년 10억을 냈는데?"
이쯤 되면 수원시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넌 지금껏 잘해왔잖아. 그러니까 하던 대로 해. 우린 새로 태어날 구단(10구단)한테 혜택을 팍팍 줘서 뭐라도 좀 얻어볼 테니까." 설마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애석하게도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수원 프론트가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프론트가 수원에서 계속 구단을 운영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사상 최악의 '초대형 구단의 연고이전'이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소위 말하는 '축까 기자'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또 연고지를 버린 K리그, 과연 미래는 있는가?')
*1 수원과 서울은 관중 동원력에서 1, 2위를 다투는데, 각자의 연고지 인구수를 생각한다면 실질적인 관중 동원력은 수원이 앞선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