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옴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확실히 말하자.

기분이 좋다.

이유가 뭘까?

일찍 일어났기 때문일까?
아침에 먹은 양배추즙의 고소한 맛때문일까?
제육덮밥의 매콤함과 든든함 때문일까?
휴게실에서 들은 달콤한 목소리의 통화때문일까?

볼빨간사춘기 노래의, 전조가 전혀 없는 갑작스런 조변경때문일까?
아침에 생각한 비오는 날의 로맨틱한 상상때문일까?
불고기맛이 났던 담배연기 때문일까?
귀에 얽힌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일까?

이유를 찾아봐도 알 수 없다.

그냥 즐기라기엔, 난 이 덧없는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원인을 찾아 똑같이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싶다.

한번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

나는 대체로 욕심이 없지만...

생기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징글징글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