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흔한 사람으로 서 말하자면..이번 스타크래프트2의 스토리는 케릭터성의 죽음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네요.
스타1이 처음 나왔을때, 그 세 종족의 특징은 정말 대단했어요. 어느 한 종족도 인간적이지 않았어요. 저그는 그야말로 개미를 연상시키는 군체이죠. 괴물이라는 스트레오타입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집단이구요. 잔인하고, 죽이고, 흡수하고, 세력을 확장시키려고 합니다. 정확한 종족적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어요. 단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동족도 쓸어버리는게 몇 번이나 나왔죠.
프로토스는 발달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입니다. 마치 정의롭고, 지혜로운듯 하나 오염이 되어있다면 불부터 지르고 보는 미친놈들이죠. 마 사라나 차우 사라, 전부 저그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싸그리 태워버렸습니다. 이번 자날이나 공허에서도 불질해버리려는 모습이 몇 번 나왔습니다만..
테란은 정말로 이질적인 미친 사회입니다. 해병은 '제사회화'해서 전장에 투입시키고, 세방만 맞으면 빈사상태가 되는 스팀팩을 쓰는가 하면 아카데미에서는 인체실험소리를 가리려고 클레식을 틀어놓죠. 구 테란 연방은 핵무기를 퍼부어서 세력을 넓히고, 현 자치령 제국은 지들 수도에다가 저그를 풀어서 연방을 꺾었습니다. 비인도적이고, 비인간적입니다. 이질적이구요.
그런데 스타2에 와서는, 자날, 군심, 공유가 전부 같은 스토리 경향성을 보입니다. 바로 '인간화'죠. 자유의 날개는 레이너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시작부터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을 구하며 세상을 구하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극입니다. 플레이어가 하는 행위는 모두 정당하고 인도적입니다. 이질감이 없어요.
군심은 무려 저그의 이야기임에도 인간적이에요. 여왕은 사랑을 찾아 떠나고, 복수에 몸서리치며 무고한 희생자를 최소화하려하죠.(호러스 워필드가 부상병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했을 때와, 제라드 듀갈이 자신의 패잔병을 놓아보내달라고 했을 때의 케리건의 반응을 생각해 보세요) 이건 저그의 특성이 아니에요. 현대 사회의 이상적 가치관이죠.
공허의 유산은 철저하게 프로토스만의 특성을 짖이겨 놓습니다. 칼라를 부정함으로써 고유의 지성체계를 잃고 개별화 되었으며 계급을 부정함으로써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 ; 평등에 눈뜨게 하죠. 공허의 유산은, 겉으로는 새로운 시대로의 약진을 말하면서도 그 추구하는 방향은 현재 우리 사회의 추구점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진부하다는 모순점을 가집니다.
결국 스타2에서 보이는 세 종족의 케릭터성은 인간화라는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편안하게 볼 수 있을지언정 새롭거나 매력적이지는 못해요. 세 종족의 이질적인 배경과 어두운 스토리에 푹 빠졌었지만,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가니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