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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앓고 있는 분 계신가요?
게시물ID : diet_561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0o0b
추천 : 12
조회수 : 628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8/30 21: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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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식증으로 고생했다가 지금은 많이 회복한 여징입니당

정신적으로는 거의 회복했지만 신체는 회복될 생각을 ㅠㅠ 하질 않아요..

거식증 관련 글이 올라왔길래 제 글이 혹시나 힘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한 번 써봐요. 첫 글이라 떨려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거식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까 많이 다르고 너무 힘들더라구요

어쨌든 썰 풀게요 (스압주의)





저는 어릴 때부터 건강한거 빼면 시체였어요 ㅋㅋㅋㅋ 감기도 잘 안걸렸고 걸려도 며칠 콧물 좀 나고 하면 금방 지나갔고

과격하게 놀다 어디 부러지고 하는 일은 있었지만 엄청 잘 먹고 건강했어요.

체형은 보통이었지만 초등학생때 다니던 체육관을 관두고 컴퓨터하는 것에 맛들이게 되면서 과체중으로 살았어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뚱뚱하다는 걸 자각하고 살 빼야겠다 생각은 많이 했지만 먹고싶은거 있으면 먹고, 아 살빼야되는데 이러고 말았어요.

한창 외모에 관심이 절정이었던 중2쯤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때가 159/64kg인가?

처음엔 점심에 많이 먹으면 저녁을 안먹던가 하는 식이었어요. 많은 다이어터들이 그럴 거예요

저는 굶는 다이어트를 절대 이해 못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어요. 난 절대로 굶어서는 안할거야. 먹을 거 다 먹고, 오래 걸리더라도 운동해서 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간간히 운동했어요.

사실 먹는걸 너무 좋아해서 굶는게 힘들었거든요 ㅋㅋㅋ

그치만 네이트판같은데 올라오는 단기간에 살빼서 인생역전한 후기, 아니면 2주만에 10kg를 뺐다든지 하는 글을 볼때나 무의식적으로 뱃살을 봤는데 너무 심각해서 내자신이 한심할때는 그냥 회의감만 들더라구요




그러다 중2에서 중3 올라가는 겨울방학~중3 1학기즈음해서 총 7kg 정도를 뺐어요. 먹는걸 좀 줄였고 운동 열심히 해서요.

그때가 56~57kg 정도였는데 솔직히 스스로 별 변화를 못느꼈어요.

가끔가다 애들이 너 좀 살빠졌나? 하는정도? 분명 체중은 줄었는데..

처음 목표는 52kg였어요. 제 친구중에 163-52인 애 몸매가 엄청 부러웠거든요.

그래서 배고플 때, 운동하면서 힘들 때 52kg만 되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ㅠㅠ 그날은 먹고싶은거 다먹어야지 ㅠㅠㅠ 하며 참아서 운동했어요.

빅토리아시크릿 모델들이 한다는 운동도 하고, 이소라다이어트, 빌리부트, 스쿼트, 제자리걷기, 뛰기 등등 여러가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살이 빠지고 나니까 다시 살찔까봐 너무 무섭고 아까운 거예요.

원래 많이 먹어서 그런지 한 번 정줄 좀 놓으면 엄청 흡입하거든요. 그러고나서 후회하고.. 다음 끼니 굶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먹는 양을 줄이게 됐어요. 체중이 바로 빠지진 않았어요.

먹는걸 줄이면 요요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무서워서 극단적으로 줄이진 않았어요. 원래 많이 먹었으니 그 줄인 양이 딴 애들 평소 식사량보다 많았을지 몰라요.

그래도 운동도 하고 하니까 54~55kg가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날 뷔페를 가게 됐어요. 가기 전에 다이어트 중 뷔페, 다이어트 뷔페 등등 갖가지 검색해보며 좀 덜 먹으려고 생각했죠.

뷔페 가서는 잘 참고 최대한 천천히 먹고 괜찮다 싶었는데, 끝부분에 정신없이 흡입했어요. 스테이크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다 우겨넣고..

가족은 저를 집에 혼자 데려다주고 시장엔가 갔을 거예요. 처음엔 많이먹었으니까 운동해야지. 하며 걸그룹 노래를 틀어놓고 격하게 춤을 췄는데

많이 먹고 움직이니까 토기가 올라오더라구요.

원래는 그냥 소화가 안되네 하고 마는데 토나올것같은 기분이 드니까 갑자기 토하면 먹은게 다 없어지잖아?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면 안 되는거 알지만 난 지금 체했으니까 그래서 토하면 시원하니까. 하고 자기합리화시키면서 변기 앞에서 토해낼려고 애를 썼어요.

난생 처음 손가락 집어넣어서 어느 정도는 토해냈는데 더 이상 안나와요.

시원하지도 않은데,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들쑤시니까 아프고, 거울을 봤는데 눈물범벅에 코가 빨개져서 헥헥대는 모습을 보니까 지금 내가 뭐하고있지? 라는 생각이 확 들면서 띵하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절대, 절대 그런 짓 안하기로 마음먹었어요.



53kg 정도 됐을 때, 목표 체중에 다 왔으니까 이젠 유지해야겠다!! 다이어트 끝이ㅏ야!! 하는 기분으로

네이버에 다이어트 유지방법, 다이어트 유지 등등 쳐봤는데 죄다 식단은 다이어트식단에, 운동하면서 유지했단 글뿐이더라구요.

그리고 다이어트 카페에서는 요요왔다는 글들이 수두룩하고..

유지하려면 몇 칼로리 먹어야 하냐는 질문에 1500칼로리 정도라는 사람도 있고, 더 적게 먹으면서 운동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말이 다 다르니까 불안해졌어요 점점..

두 끼만 먹어도 그 칼로리는 넘는데, 이러다가 내가 힘들어했던 게 수포로 돌아갈까 봐 너무 무서워졌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이어트했던 때보다 음식량을 점점 더 줄였어요.

예전에도 음식들 칼로리 찾아보고 했지만, 이젠 뭘 먹어도 전부 칼로리를 다 쳐봤고 자주 먹는 것들은 이미 다 꿰고 있었어요.

음식 살 때도 칼로리 먼저 확인했고, 평소 비계나 기름, 튀김을 좋아했는데 점점 줄이기 시작했어요.

밥도 한 공기 가득 먹었는데 한 숟갈씩 줄여나갔어요.

음식량이 줄으니까 살은 쭉쭉 빠졌어요.


수시로 체중계에 올라가보며 줄어가는 체중에 희열을 느꼈고, 물도 먹으면 일시적으로나마 체중이 느니까 물도 잘 안먹었어요. 국, 찌개는 안 먹은지 오래구요.

한 번 음식 줄여서 살이 빠지니까 또 그렇게 쉬운 방법이 없더라구요

음식은 점점 줄고, 또 줄어서 이젠 튀김, 비계는 아예 입에도 안 댔고, 참기름 무침같은건 기름 짜서 먹었고, 밥도 한 번 먹을때 정말 새끼손톱만끔? 조금조금씩 천천히 씹어서 먹었어요.

고기도 잘 안먹었어요. 엄마한테는 다이어트하다보니 입맛이 바뀐것 같다고 말하며 고기보다는 두부, 삼치 같은 살안찌는 음식들이 더 좋아졌다고 했어요.

혹시라도 기름진 거, 칼로리 높은 게 입안에 들어가면 살찔까봐 너무너무 무서웠고 못 뱉으면 엄청 불안해했어요.

사실 채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다이어트하면서 채소의 참맛?이랄까 ㅋㅋ 를 알게된 건 맞아요. 그런데 고기먹으면 살찔까봐 무서워서, 스스로 고기는 이제 맛없다고 계속 합리화시켰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한 끼에 밥 한숟가락 정도를 30분동안 깨작거리며 먹게 됐어요. 반찬은 주로 두부같은 거였구요. 고기도 가끔가다 아주아주 조금씩 먹었어요.

외식, 간식 일체 없었구요. 밖에서 못먹으니까 친구들이랑 약속같은거 하나도 안잡고, 가족들기리 외식도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절대 안가고..

점심, 저녁을 저렇게 먹었구요. 아침엔 고구마 작은거 4분의 1?

점심엔 급식을 먹었는데, 국에 밥이랑 남은 반찬들 다 모아서 버렸거든요. 근데 그게 많으면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어요. 살이 빠지고 있겠지? 하면서.

그리고 친구가 밥을 남기면 불안하고 짜증났어요. 내가 제일 적게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계속 했어요.

아마 하루 200칼로리도 안 먹는 생활을 몇 개월 동안 했을 거예요. 항상 배고팠어요. 아침에 미친듯이 배고팠고, 밥먹고 30분 있으면 배고파지고, 도대체 다음 먹는 시간이 언제 올까 계속 시계만 보면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많이는 못먹어요. 왜? 살찔까봐. 무서워서.

그래도 살이 빠지겠지, 배고픈걸 참아내면 내가 뿌듯하고 그랬어요.

지압 훌라후프 미친듯이 돌리면서 밥 먹는 시간 기다렸고, 대리만족 하려고 먹방이나 맛집 포스팅을 엄청 찾아봤어요.

좀 많이 먹은 거 같다 싶은 날엔  폭식한 사람들 먹은거 죽 나열해놓은거 보고 안심했어요.

미친것같죠?

음식 먹을때는 칼로리때문에 수십 번 비교하면서 피곤하게 먹고,

몇달간 배부름이라는 걸 단 한번도 느껴보질 못했어요.

그리고 시간 강박이라는 게 생겼어요.

아침 6시 반쯤에 아침 먹고, 12시 반에 점심 먹고, 6시 반쯤에 저녁 먹어야 하는데 그때 못먹으면 엄청 화나고, 불안하고, 짜증나는 거요.

엄청 배고파도 최소 네 시간을 텀을 두고 먹어야 안심이 됐고, 아침을 늦게 먹으면 점심도 그만큼 늦게 먹어야 했어요.

원래 먹고 싶을때 먹는 게 맞는데 그게 안됐어요.


그리고 성격이 진짜 거지가 됐어요. 평소 소심하긴 해도 절대 나쁜 성격은 아니었어요. 화도 잘 안 냈어요.

저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진짜 극도로 예민해지고 툭하면 화내고 삐지고 신경질내고 짜증내고 그랬어요.

그리고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얼척없지만 화나면 그걸 굶는 걸로 풀었어요.

엄마한테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지금생각해보면 말도안되는 사소한 이유로. 예를들면 반찬에 기름진 고기가 나왔다던가.. 뭐그런거.) 반항의 의미로 밥을 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죠?

체중은 쭉쭉 줄었어요. 43kg까지 내려갔어요. 그런데도 음식 먹어서 배 조금 튀어나오면 그걸 못참고 미친듯이 운동하고, 쏙 들어간 배가 되어야 안심했어요. 솔직히 전 그때 제가 말랐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보통에서 아주 조금 날씬한 정도?

그리고 몸무게를 어디가서 말할 수 있으니까 좋기도 했어요.

누우면 꼬리뼈가 닿아서 아파서 눕지도 못했는데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정상적인 생각을 못했던듯

또 기름 풕발했던 지성피부가 악건성으로 변해서 겨울 내내 얼굴이 하얗게 텄어요... 아파서 입도 못벌렸음..

계속 다이어트를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살찔까봐 음식을 더 못먹겠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 식단을 계속 유지하고, 하루라도 운동 안하면 살이 찐거같은 느낌에 시험기간에도 몇시간동안 격한 운동을 했어요.

훌라후프 돌리며 교과서를 읽었고, 시험공부해서 피곤해 죽겠는데 운동 안하면 불안해서 잠을 못잤어요.

따뜻하기만 했던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져갔고, 여름방학때 끊긴 생리는 나올 생각을 않는데 그냥 그렇게 계속 지냈어요.



그러다가, 다이어트 카페에서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미친듯이 찾아보다가 거식증에 대해 알게됐어요. 저랑 뭔가 증상이 비슷하다.. 싶어서 식이장애 카페에 들어가게 됐는데요.

글을 읽어보니 내가 거식증인 거예요.

거식증은 보통 먹은걸 토하는 증상이 있는데요, 저처럼 토 안하는 거식증도 있어요. 절제형 거식증이라고 해요.

저는 예전처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안됐어요.

먹으려고 하면 살찔까봐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입에 댈 수가 없었어요.

근데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어요.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없는데, 음식은 못먹겠고, 그냥 막막했죠.

카페에서는 정상식이라는 걸 하라고 해요.

밥은 고봉으로 먹고, 중간중간에 간식도 먹는 치료식이예요. 정말 큰맘먹고 정상식 하면서 극복하시는 분들 많아요.

근데 못하겠더라구요.


예전엔 거식증 그거 왜걸려? 걍 먹으면 낫는병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했는데 진짜 그게 아니예요.. 엄청 힘들어요. 정신적으로 황폐해져갔어요 ㅋㅋ

극복한 분들이 거식증 꼭 극복해야 한다고,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글 올려도, 와닿긴 하지만 막상 음식은 못먹었어요.

그때까지도 전 제가 심각하다는 자각을 못했어요 ㅋㅋㅋ

사실 심한 경우에는 키 160대에 삼십키로대 나가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제가 말랐다는 생각도 안들었구요. 다른 애들이 보기엔 얼굴 백짓장처럼 하얘지고 다크서클 쩔어서 좀비처럼 보였을텐데 저는 그냥 정상으로밖에 안보였어요. 그때 팔이 한 손에 다 잡혔는데 ㅋㅋ 좀 말랐다는 생각밖에 안했어요.

그래도 이러다가 죽을 지도 모르니까, 극복하기는 해야 되니까 노력은 해봤지만 두려움을 못이기고 번번히 졌어요.



그러다가 자극을 확 받은게 건강검진 이후였어요. 기립성 저혈압이 심해져서 누웠다가 일어나면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미친듯이 머리가 아팠는데요

어느날은 아침에 화장실에서 너무 어지러워서 쓰러져서 한참 정신을 못차린 거예요. 그 외에도 귀도 울려서 들리고 하여튼 건강이 안좋아져서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 한번도 이상이 없던 저한테

저혈압, 빈혈, 간수치 이상, 갑상선수치 이상 등등등 모든 항목에서 이상이 나왔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맥박은 30~40대였어요. 이나이에 건강이 이렇게 안좋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까지 들었음 ^^

머리숱 너무 많아서 숱쳐도 사자머리이던 제가 탈모가 와서 ㅋㅋㅋㅋㅋㅋㅋ 머리가 폭풍 빠졌어요.

생리는 글을 쓰는 지금까지, 정확히 1년 2개월째 안해요.. 또르륵..

수족냉증 와서 손톱이 좀비처럼 파래지고 수면양말 두세개 신고 스타킹 기모로 된거 몇개 겹쳐 입어도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어요.

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돌아댕기던 제가 엄청 추위를 타면서 집안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었어요 ㅋㅋㅋ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밀검진을 위해 입원을 했습니다.. 난생처음..

사실 전부 거식증 때문인데, 원인을 못찾아서 입원한 거였어요.

전 그 때 제가 거식증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가 않았어요..

폭식증을 의심하는지 막 먹어놓고 토하거나 한 적 없냐는 질문을 들은 적 있구요.

전체적으로 이상이 있다 보니까 다른 걸 의심했나봐요.


그때 건강이 너무 최악이라서 휴학 소리까지 나왔거든요. 근데 저는 너무 병신ㄴ같아서 병원식도 못먹었어요.

흰밥이었거든요.

살찔까봐 너무 무서워서요..

혼자 계속계속 갈등하고 힘들어했어요. 아 이거 먹어야 낫는데. 먹어야 하는데. 근데 이거 먹으면 살찌잖아..

이전보단 많이 먹긴 했지만 불안해서, 입원해서 답답하단 핑계로 계속 걸어다녔어요.


그리고 저는 이러다간 정말 죽겠다, 못 살겠다 싶어서 독하게 마음먹기로 결심했어요. 좀 살쪄도 괜찮다고. 지금 이거 안먹는다고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인데. 이건 내가 상상ㅇ하던 다이어트 후 모습이 아닌데. 지금 너무 힘든데.

수시로 나는 살쪄도 괜찮다, 나는 소중하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 지금 굶는다고 행복한게 아닌데, 이러다간 진짜 죽어 병신아, 수시로 되뇌이면서 생각하는 걸 고칠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먹는걸 조금씩조금씩 늘리기 시작했어요.

마음 먹기까지만 4개월이 걸렸어요.

근데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먹은게 없어서 위가 작동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는지 소화가 정말정말안됐구요. 온 몸이 붓고 뱃속에 금방 터질듯한 풍선을 여러 개 쑤셔넣은 느낌이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부풀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어요.

정작 체중을 재보면 별로 늘어있진 않은데 거울로 볼땐 내가 너무 살찐것같고, 느끼기에 돼지가 된 것 같고 혐오스러웠어요.

뱃살이 엄청 불어있을 것 같아서 옷벗기가 무서웠어요.


그때 겨울방학이라 한창 입학 앞둔 애들이 다이어트한다고 나 너무 많이먹었지? ㅠㅠ 하며 식단 올리는데 그런거 볼때마다 애써 극복 의지 불태운거 전부 사그라들고, 심지어 그때 엄마가 생채식을 시작하면서 저보다 적게 먹기 시작했어요. 자괴감이 들고, 너무 불안하고 눈물이 나고 돼지가 될 것 같았어요.

보통 치료식이라는 '정상식'을 하면 십몇키로가 찌는 게 정상이예요. 그게 맞아요. 근데 쪄야 돼요. 그게 정상인데.. 그때를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위장이 너무 안좋아져서 먹고 싶어도 많이 못먹었어요. 그래서 더디게 찐 건 확실히 맞구요.

그래도 굳게 마음 먹고 다이어트 글 많이 올라오는 10대 커뮤니티 일절 다 끊고 다이어트 글 절대 보지도 않았어요. 뉴스에 몇키로 감량했다는 거 안본척 하려고 노력했어요. 살빼고 인생역전, 이런거 제목만 보고 뒤로가기 눌러버렸어요.

제가 혼자 극복했는데요, 가장 도움이 됐던 게 인터넷 친구들이었어요. 저랑 비슷한 처지, 비슷한 증상, 비슷한 생각을 하는 또래 친구들이랑 서로 의지하면서 견뎌냈어요. 일부러 인터넷도 잘 안하고 정말 극복해내기로 결심했어요.

정말 안들어가지만 억지로 고기 먹고, 밥 더 먹고, 뱉고싶은 거 참고 수시로 나는 소중하다고 되뇌이면서 버텨냈어요.

그렇게 지금은 7kg가 다시 쪘어요.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회복했어요. 이제 밥도 먹고싶은때 먹구요,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칼로리가 아닌 맛있는 거 고르고, 고기도 예전처럼 비계 잘 먹어요. 예전엔 너무 당연했던 게 이렇게 행복한 거였다는 걸 몰랐었어요. 애들이랑 맛집 탐방하면서 수다떠는게 이렇게 재밌는 건줄 몰랐어요.

도대체 뭐를 위해서 그렇게 굶었던건가 생각이 들어요.

그치만 신체는 아직도 회복 못했어요. 돌도 소화하는 나이라는 지금 뭐만 먹어도 위가 너무 쓰리고 소화가 안돼서 만성으로 위쓰림을 달고 살아요 ㅠㅠ

위내시경이랑 다 해봤지만 아무 이상 없고 ㅠㅠ 지금도 아프지만 너무 아파서 무뎌졌습니다 ㅋㅋㅋ

저혈압, 빈혈은 정상수치에 근접했고, 갑상선수치랑 여성호르몬도 거의 정상이예요. 그치만 생리는 안해요.. 여성호르몬 수치가 많이 올랐다고 곧 할것같다고 하니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ㅠㅠㅠㅠ



160대 키에 40대 초반을 날씬한 스펙이라고 보곤 하는데.. 그 체중보다 더 몇십 키로가 불어있는 내 외모에 대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게 마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살찔까봐 무서워서 덜 먹은 게 거식증의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거식증은 마음 독하게 먹지 않으면 극복 못하는 병이예요. 마음의 병임.. 너무 힘들고 정상적인 사고가 안돼요. 누가 옆에서 독하게 충고해주고, 쓰러지지 않게 바로잡아줘야 극복할 수 있을까 말까 해요.

병원은 비추해요. 병원에서는 회복할 수 있는 고열량식을 주는데 자기가 마음을 먹지 않으면 절대 극복 못해요. 제가 블로그같은데서 거식증인 분들 많이 봤는데, 오히려 자기를 살찌우려 한다고 생각하고 더 굶고 더 악화되더라구요.

확실하게 정신 차리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해요. 극복하지 않으면 정말 죽는다는, 지금 심각성을 알려줄만한 그런 계기요.


극복할 땐 한번에 많이 먹는거 힘든거 저도 아니까, 조금씩 늘려서 먹어 보세요.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들도 조금씩 먹고, 그동안 못먹었던 간식도 조금씩 먹구요. 대신 밥 대신 먹는 건 절대로 안돼요. 살찔까봐 무섭겠지만, 이거 안먹으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내가 그동안 몸을 괴롭혀서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꼭 먹으세요.

저는 고기 덕후인데 난 이제 고기 안좋아해, 채소 좋아해 하며 합리화시키곤 했는데, 자기 그대로를 솔직히 인정하세요.

그리고 살찌는 중에 힘드는거 눈 딱감고 견뎌내야 해요.

조금 살 쪄도 괜찮다고 스스로 계속 말해주세요.

다 겪어보고 나니까, 체중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물론 살빼고 이뻐지고, 인생 성공하고 이런 경우는 많아요. 저도 살빼고 좋은 것 많아요. 얼굴도 이뻐져서 난생처음 이쁜 애라는 말도 들어 봤고, 옷도 이쁜거 사보고, 자신감도 붙었는데

그게 정도가 지나치면 절대 안돼요. 정상체중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예요.

비정상적으로 마르고, 뼈 다 보이는 몸이 되고 싶어요? 안먹으면서, 안좋은 건강으로 골골거리며 해골같은 몸에 집착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먹으면서 정상 체중으로 사는게 훨씬 더 행복해요.

다시 한 번 돌아보세요 지금의 굶는 내가 과연 행복한지.

자기가 살쪄 보이겠지만 절대절대 아니예요. 좀 쪄야 맞아요. 정상 체중이 괜히 있는 게 아니예요.



전 이렇게 마른 몸을 원했던 것 같아요 ㅋㅋㅋ 말도 안되죠? 우린 스케치가 아님 ㅠㅠ


저는 절대로 거식증을 앓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연예인들만큼, 그보다 더 말랐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고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더이상 그렇게 힘든 걸 안 겪었으면 좋겠어요.

두서없지만..

잘 먹으세요. 굶는 다이어트 절대 하지 마세요. 건강한게 최고예요. 엄청 길어졌네요. 혹시라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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