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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동아일보 간부에게 들은얘기
게시물ID : sisa_561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매인생
추천 : 10/2
조회수 : 67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11/14 21:38:32
중학생 때 버스를 탔을때 (80년대였음)
동아일보 뱃지를 양복에 달고있는 
나이많은 동아일보 고위간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준 일이 있었죠.
그분은 양보를 사양하다가 
나중에 자리에 앉았는데
(어린 학생이 자리를 양보하는데 계속해서 거부하면
 그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다 이해했을 듯)
그분이 얘기해준게 있었습니다.

수해의연금같은 성금을 언론사에 내면,
그게 90%이상은 언론사나 그 외 힘있는 사람이 다 먹는데
언론사가 빼돌리는 비중이 90% 이하로 떨어지면
그건 참으로 성공적인 모금이라고 했지요.

나는 그 때,
에이, 그게 말이 되나요. 설마 국내 유력 언론사가
그런 양아치같은 짓을 하겠어요? 
언론사는 좋은 일을 하려고 모금하는거에요.
그렇게 부정적으로 모든일을 보면 안되죠... 등등 
그런 얘기를 늘어놓으며
마치 일개 중학생인 내가
동아일보 간부보다 더 한국사회를 잘 안다는 듯이
그 어르신을 가르치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분은 피식 웃으며
그래,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하고 대답하고 얘기를 끝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든 다음에 생각해 보니
그분은 내 말에 설복당한게 아니라
그냥 내가 딱하고 우스웠던 것이 아닐까....
딱한 정도가 아니라, 얘기하기 귀찮았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분은 아마 지금 고인이 되셨겠지요.
그때의 순진한 중학생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아마, 저번에 그런 재미있는 애도 있었지 하고
기억속의 그 애한테 웃으면서 눈을 감으셨겠지요.

저는 
수재의연금이나 각종 성금이 엉뚱하게 빼돌려진다는
그 동아일보 간부의 얘기를 비웃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어른이 되고 사회를 알고 난 다음부터
그 다음에야 그때 그 분의 생각을 조금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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