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6)가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자동으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가 될 전망이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는 15일 아시아경제신문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이 부상 위험 등을 이유로 안현수를 선발전 없이 러시아 국가대표로 발탁할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연맹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에게 사실상 '특례조항'을 두고 현역 최고 선수에 걸맞는 예우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초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은 1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주일 가량 늦춰져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개최된다. 하지만 알렉세이 크라브스토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은 안현수가 선발전에 출전해 무리하게 스케이팅을 타다 다칠 것을 우려해 선발전을 통과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대표팀에 발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이런 제의를 거절하고 여전히 국가대표 선발전에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안기원 씨는 "현수가 굉장히 뛰고 싶어한다. 실전 감각도 살려야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 오자마자 선발전에 대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며 "그래서 연맹 회장에게 '고맙지만 현수가 선발전에 출전하고 싶어한다'는 뜻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아직 회신은 받지 못한 상태다"고 전했다.
안현수가 가장 최근 출전한 경기는 지난 4월 열린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 안현수는 이 대회서 최종 5위에 그쳐 4위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쇼트트랙의 오랜 파벌싸움에 지친 안현수는 결국 러시아행을 선택했고 지난 6월 출국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해 왔다.
지난 8월에는 귀화 논란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안현수는 직접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귀화 결정을 내렸다"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하겠다"고 팬들에게 러시아 귀화 사실을 알렸다. 안현수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 안현수의 대한민국 국적은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안기원 씨는 "귀화 신청은 이미 끝났다. 필요한 서류들은 모두 제출했다"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10월 초 쯤엔 (러시아 귀화가) 결정될 것이다. 무엇보다 현수가 마음 편하게 운동하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고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안현수는 국적 취득 후 1년 이후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2012~2013시즌부터 국제무대에 러시아 대표로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