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네요.
작년에 길고양이들이 드나드는 아파트 지하실을 닫겠다고 해서 시끄러웠었죠.
실제로 그 전 해에는 지하실에 갇혀서 말라죽은 냥이도 있었구요.
그때 지하실을 또 폐쇄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득달같이 반대하고, 시위하고 그랬었는데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개 키웁니다...; 캣맘은 아니구요; 그냥 오지랖이 넓...)
관련 sns을 운영했었기 때문에 그때 그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 동네 캣맘님들께 수시로 전해들었었죠.
물론 그 아파트에도 좋은 분들 많이 사세요.
길냥이 욕 덜먹게 하려고 자비까지 들여서 TNR 하시는 분도 계시고
추운 겨울에도 밤에 나와 보시는 분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주민으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은 다 돕겠다며 도움 주신 분도 많으시구요.
하지만 언제나 '일부'가 문제잖아요?
어느 날 캣맘님이 전화하셨더라구요. 아파트 주민한테 협박전화 받았다고..
상세한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전화로 다짜고짜 욕 부터 하셨다는데.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나는 검사부인이다 (읭? 본인이 공부해서 붙은 고시도 아닌데 부인이 벼슬?)
지금 너희들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 (그냥 전국이 다 떨어지는 아파트 값인데 웨...)
나는 유학도 다녀왔다. (요즘 유학 어지간하면 다 가던데..)
너희 같이 못 배우고, 없이 사는 것들 때문에 집값만 떨어지고 창피하다. (그 동네 캣맘들도 다 배울만큼 배우고 살만큼 살..같은 아파트잖..)
너희들 같은 것들은 보나마나 다 전세산다. (...거기 전세도 최소 7억..)
당장 때려치워라. 그깟 고양이들 죽던지 말던지 요즘 매스컴에 아파트 이름 오르내려서 신경쓰여 죽겠다. (정 안 좋으심 입원이라도..)"
아. 예.
그 때도 지하실 문 걸어잠궜을 때 도와주신 경비 아저씨가 계셨어요.
그 전에도 그렇게 도와주신 경비 아저씨 계셨는데 주민한테 딱 걸려서 해고 당하셨대요-_-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래 문 잠깐 열어주셔서 사료랑 물 넣어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산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죽이겠냐고.. 하지만 주민들 눈치 보여서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고.
그때는 그 분들께 누가 될것 같아서 차마 도움 받았단 얘기도 못했어요.
근데 그 분들에게 그따위로 모욕을 하고, 그래서 분신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해고?
(욕이 나오지만 심호흡.. 씁씁후후) 네. 그 아파트 비싸죠.
근데 그거 76년에 지은 아파트잖아요. 신**라고 해봤자 83년이에요.
심지어 그땐 별로 비싸지도 않았어요.
요즘은 도곡동이나 삼성동에 지은 아파트에 비해선 집값 밀리는 거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그걸로 꼭 그렇게 부심 부려야겠습니까?
못 배우고, 없이 사는 것들?
살다보면 못 배울 수도 있어요. 겁나 잘 살아도 내리막 타면 순간 무너지는게 재산이에요.
인생에 자랑할게 집 밖에 없고, 지킬 건 집값 밖에 없습니까?
부모님이 말 못하는 짐승한테 못할 짓 하는 거 아니고, 어려운 사람 도우라고는 안 가르쳤나요?
그 가르침보다 집값이 더 중요해요?
아파트의 명예가 떨어져서 경비를 해고해요?
네. 그 아파트 명예 떨어진 거 맞죠. 하지만 경비아저씨 잘못이 아니라
경비아저씨한테 막말하고, 종 부리듯 부린 일부 입주자인 당신들 때문에 떨어진 거예요.
그리고 지은지 4~50년 된 아파트에 뭔 놈의 명예예요?
그렇게 많이 배우고, 있다는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솔까 진성 부자들 사는 평창동, 북창동, 삼성동에 이딴 뒷 얘기 나오는 거 보셨어요?
경비아저씨, 청소미화용역, 길고양이 이런 게 천한게 아니라
그 가치도 모르고 세상 소중한 건 집값 밖에 없고,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졸부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천하다'라고 합니다.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선량한 다른 주민들께는 죄송합니다. 좋으신 분 많은 거 잘 알아요 ㅠㅠ
저도 강남구 살지만 선거 때마다 강남구 욕 처먹는 거 속상한데.. 얼마나 속상하고 창피하실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