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기자회견, 국민인수위에 호소문
3월 인양 때 기름 유출..36억 보상 無
3년 전 기름유출도 소송중..재발 우려
해수부 "업체 책임, 정부 선보상 불가"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을 요청하고 나섰다. 인양 업체의 피해 보상이 수개월간 지연되자 정부에 선(先)보상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보상은 인양업체 책임인데다 예산 지원 규정에도 맞지 않다며 난색을 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전남도군 조도면 동·서거차도 어민들은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인양 업체의 보험사에서 해줄 것’이라며 세월호 기름 유출에 대한 피해 보상엔 뒷전”이라며 “해양수산부가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어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다”며 △정부 차원의 선보상 △주민 눈높이에 맞춰 논의할 수 있는 정부와의 대화 창구 마련 △기름 유출 이후 자연산 돌미역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원인 규명 등을 촉구했다. 이어 광화문에 위치한 대통령 직속 국민인수위원회의 ‘광화문 1번가(gwanghwamoon1st.go.kr)’ 접수 창구에 이 같은 호소문을 제출했다.◇광화문 찾은 어민들..36억 피해보상 호소
어민들이 호소문까지 제출하게 된 건 피해 보상이 지지부진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세월호를 끌어올려 반잠수선에 올려 놓는 인양 과정에서 선체에 남아 있던 기름이 유출됐다. 해수부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국립수산과학원, 진도군청, 어업인 대표, 진도수협과 피해보상 지원 협의체를 구성, 지난 3월 27일 첫 회의를 열었다. 당시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피해 보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 3개월째인데도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인양 업체 측의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인양 업체 측 손해 사정인까지 바뀌었다. 상하이샐비지가 가입한 영국 보험사는 수산물 피해를 조사하는 손해 사정인을 ‘협성검정’에서 ‘코모스’로 바꿨다. 코모스는 3년 전 세월호 기름 유출 당시 피해 조사를 했던 업체로, 어민들과 피해 보상액을 놓고 소송 중인 곳이다. 어민들은 코모스가 피해액 산정을 맡은 만큼 3년 전처럼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차정록 동막어촌계장은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로 책임을 넘기고 보험사는 지지부진한 조사를 하고 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은 3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기름 묻은 미역을 팔 수도 없는데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간 뒤 관심마저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광화문을 찾아 정부에 선보상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어민들이 밝힌 피해액은 30여억원 규모다. 진도군에 따르면 1일까지 어민들이 신고한 피해액을 합산한 결과 기름 피해는 662ha에 3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역·톳 등 양식어업 피해가 24억원(189.5ha), 돌미역 등 마을 어업권 피해가 12억원(473ha)으로 집계됐다. 소명영 동거차도 동육어촌계장은 “예비비로 정부가 선보상을 하고 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어민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해수부 “업체 책임”, 기재부 “예비비? 따져봐야”
하지만 관계부처는 난색을 표했다. 기름 유출에 대한 피해 보상은 인양 업체 책임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피해 원인 제공자(상하이샐비지)가 보상을 하는 게 당연하다”며 “법적·제도적으로 선보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해수부는 피해를 입은 13가구에 경영안정자금(가구당 2000만원)을 지원하고 코모스에 피해보상 산정을 독촉하는 수준에서 피해 대책을 추진 중이다. 해수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검토 결과 이들 어민들에게 선보상을 하는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예비비 지원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어민들에게 예비비를 지원하려면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기재부에 이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기재부는 국가재정법(22·51조) 등을 검토한 뒤 국무회의에 예비비 지원 안건을 상정할지 결정한다.
기재부 농림해양예산과 관계자는 “예비비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쓰는 돈”이라며 “부처로부터 요청을 받은 않은 상태여서 예비비 대상이 될지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총괄과 관계자도 “국비를 지원해 줘야 할 사안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기재부로 요청이 오면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2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차 집회를 연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