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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의 어제 기자회견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게시물ID : mers_5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팥단
추천 : 8/4
조회수 : 830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6/05 14: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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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자회견에 다분히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은 언뜻 보아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무능과 대비되어 엄청나게 강렬한 효과를 주는 화려한 쇼였죠. 빛은 어둠 속에서 잘 보이니까요. 

애초에 박 시장은 이런 이미지 플레이에 능한 사람입니다. 사람좋은 아저씨처럼 허허 웃지만 실제로 아주 냉철하고 계산적인 정치가죠.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솔직히 정치질을 하는 야심가지만 그 방식이 페어 플레이고 손이 깨끗해서 싫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운동할 때 적 많았습니다. 저도, 박 시장의 스탠스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동성'애' 지지 철회는 아주 뼈아픈 실수였죠.) 정정당당하고, 솔직합니다. 적이어도 이런 적이라면 겨뤄보고 싶지요. 

박근혜의 이미지 정치와 뭐가 다르냐고요? 그는 절대 의무를 방기하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은 결국 진실에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죠. 그는 어리숙하고 순진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선택한 야심가지요.

버스 도착시간 안내 서비스를, 신호등 파란불 남은 시간 안내를 보세요. 김무성이 뭐라고 말하건 간에,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건 원래 국가의 의무입니다. 행정학 원론만 봐도 나오죠. 세월호를 두고 교통사고 대하듯 한 박근혜 정부는 의무를 방기한 겁니다. 누군가는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몰랐죠. 길들여졌기에. 그리고 누군가는 모르는 척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르죠. 많은 분이 지적하셨듯이, 이제 우리는 가라앉는 세월호를 티비 중계로 보는 입장이 아니거든요. 그 안에 있단 말입니다. 가라앉는 배에. 

박 시장의 발표는 감정적이었고 정치적이었습니다. 야심을 숨기지 않았죠.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음흉한 자 보다는 정정당당한 야심가가 낫지 않습니까?

어제 기자회견으로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재주를 보십시오. 그건 잔재주도 아니고 비하하거나 폄하할 것이 아닙니다. 아주 놀라운 재주지요. 지성, 감성, 야심을 모두 갖춘 사람만 해낼 수 있는 어떤 위안입니다. 다분히 계산적일지언정, 그 위안은 진짜입니다. 진짜 진짜요.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박 시장은 노무현의 대척점에 있는 셈입니다. 오늘따라 그가 그립습니다. 그가 살아있다면 이따위는 아니었겠죠. 적어도 한 마디 쏘아붙이기라도 했을 겁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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