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 의경입니다. 서울을 지키는 의경입니다. 지금 제 동기 고참 쫄병 너나 할것없이 여의도에서 여러분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넌 어떻게 여기 글을 올리고 있냐 하신다면 전 현재 진압부대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겠습니다. 하지만 불과 1달전까지만 해도 저는 여러분과 함께 현장에 있었습니다. 2월 농민들이 여의도에서 쇠파이프 죽창 보도블럭을 깨뜨린 돌덩이들을 들고 국회로 향할때 저는 그 제 일선에 있었습니다. 방패가 깨지고 하이바 철망이 찌그러지고 돌에 맞아 신음하면서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미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국가 원수를 단지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90여명이 몰아낼 수 있다는 그 미친 현실을...좋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는 심했습니다. 그 190여명도 나름의 이유와 까닭이 있었겠지요..하지만 그 이유들이... 정말 여러분들과 저에게 납득이 가는지는 의문입니다. 소위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들의 의견이 도대체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의 틀에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정말 의문입니다. 이런말 거듭해봐야 분노만 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이미 떠난 화살입니다. 여러분들은 날아가는 그 미친 화살을 다시 잡아 부러뜨리고자 할 것입니다. 그 자명한 현실은 제게 새로운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여의도에서 촛불을 들고 제 동기,고참,쫄병들과 대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치정국은 어느순간 불씨가 되어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하나씩 위치하고 있는 조그만 폭탄들의 도화선에 옮겨붙어 여러분 앞에 방패를 들고 있는 제 동료들을 향해 터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아마 터질 가능성이 높겠지요..우리 윗분들의 생각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경우가 태반이라..) . . 저는 현장에 있을때 여러분들에게 찔리고 맞고 욕을 들어먹어도.. 단 한번도 여러분들을 원망해 본적 없습니다. 오늘 여의도에 있는 제 동기들 쫄병들 고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원망해본적이 없습니다. 다만 도에 지나친 그리고 공격을 위한 공격에 상처받고 분노할 뿐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폭력경찰이니 과잉진압이니 비난하신다면 저희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어떠한 개인적 감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미친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여 여의도로 뛰쳐나올 여러분들의 심정 백분 이해합니다. 저도 이 미친 현실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딱 한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집회가 평화적이어도 국민의 힘은 반드시 보여지는 법입니다. 공격에 의한 공격은 무분별한 분노를 낳을 뿐입니다. 길거리로 나서세요! 여러분의 의지와 힘을 보여주세요! 다만 여러분의 손에 돌이 아닌 촛불만이 쥐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오늘만큼은..아니! 앞으로도... 공격하는 폭도만은 되지 말아 주십시요...
저는 우리 국민의 힘을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또한 동료들의 안위가 못내 걱정인 대한민국 의무경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