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했어도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을 테고,
반대했어도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 민감한 주제를 입 밖으로 꺼낸 순간부터
박원순 시장의 파란은 예고된 것이라 봅니다.
정치적으로 표적 삼기에도 용이한 이슈구요.
어차피 이렇게 사회문화적으로 민감한 이슈인데
헌장을 만들어서 선포하고 정치인 한두명이 지지한다고
하루 아침에 뚝딱 해결돼서 이땅에서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사회 구성원 전반의 인식 자체가 변화해야만 해결될 문제죠.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그런 말 한마디가 아프게 들릴수도 있고
인권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적절한 발언은 아니지만
마치 박시장이 동성애자의 인권 자체를 부정했다는 식으로나
혹은 동성애 차별을 권장하기라도 한듯이 공격하는 분위기는
잘 이해되지 않네요.
기사를 통해 밝혀진 박시장의 워딩을 보자면...
박 시장이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와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과 갈등이 야기돼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헌장과 관련, 사회갈등이 커지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동성애에 대해) 보편적 차별 금지 원칙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사회여건상 (종교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동성애를 명백하게 합법화하거나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에 따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
‘동성애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나왔던 외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미국 출장 때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만 시장으로서 의견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인데 마치 박시장이 동성애 인권 자체를 부정한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는 참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위의 발언은 박시장이 '동성애 합법화'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던 맥락에 이어서 생각을 해야하는게 맞구요.
그리고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 맞습니다.
다만 법, 조례, 헌장 등은 합의의 대상입니다.
인권이 그토록 지극히 당연하고 존엄한 것인데
미국이 노예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왜 전쟁까지 벌였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리라고 봅니다.
그 당연하고 존엄한 인권을 명문화 시켜서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절차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건 무조건 당연하고 옳은 일이니까 일부 사회구성원이 이해못하든
반대하든 시위하든 상관없이 그냥 밀어붙이면 될까요?
안돼죠. 그러니까 설득을 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죠.
서울 시장이 혼자 총대메고 땅땅 못박는다고해서
이땅에서 차별이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점은 바로 그겁니다.
클리앙의 어느 분이 정리한 과정을 보면...
(주장은 빼고 사실 부분만 복사해오겠습니다)
1. 최소 시민위원회 정족수는 180명이 맞다 (시민위원 150명, 전문위원 30명)
2. 표결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은 아니고 11월 28일 최종회의에서,
표결로 할지 전체 합의로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4. 시민위원회 의결절차는 미리 정해진 바가 없었지만,
서울시는 합의(만장일치)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마지막 6차 회의에서 발표했다.
5. 반대로 시민위원회는 남은 5개 조항에 대한 의결을 다수결로 하기로 결정했다.
6. 결국 시민위원회 표결 결과는 정족수 164명중, 실제 표결인원수 77명, 찬성수 60명이다.
표결인원수가 정족수의 과반도 안된거 자체는 사실입니다.
8. 서울시는 '시민위원회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절차적 관점으로 봤을때 의결정족수를 못채운 것은 사실인듯 하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생겼으면 결과가 아무리 옳다고 할지라도
처음부터 재점검을 해봐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인권위원회 180명 중 100여명이 투표를 거부한 셈이고
남은 77명이 다수결로 통과시켜서 인정해달라는 것은 명분이 부족합니다.
서울시의 입장에서 저걸 인정해줘도 분명히 문제가 되고 공격받을 겁니다.
심지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전체 합의를 바랬는데 위원회는 다수결로 하겠다는 건
소수가 반대하든 말든 옳으니까 밀어붙이겠다는 거겠죠.
그런 식으로 헌장을 선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박근혜씨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대통령으로 인정하자는게 말이 안되듯이 말이죠.
결론을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박 시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까는 분위기는 좀 과도하며 몰아세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야당 정치인이니까, 박원순 시장이니까,
무조건 지켜주고 실드치자 라고는 안하겠습니다만...
여러분도 각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진보적 이상형에
현실의 박원순을 끼워맞추지만은 않았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박원순 시장이 실수도 하지만 크게 벗어난 적도 없습니다.
지지하는 사람들과 까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