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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대생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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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하시는 전공의, 의대생 선생님들에게 중소도시에 근무하는 평범한 개원의가 글을 올립니다.
2000년에서 2012년까지 12년동안, 의사 초진 진료비는 12,000원에서 12,890원으로 고작 890원 올랐습니다.
(2012년 재진 진료비는 9,210원입니다. 요새 웬만한 설렁탕 값도 1만원은 합니다. 개인의원의 순익률이 식당이나 핸드폰가게보다 못 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애초에 원가의 73.9%에 불과한 의료수가이고 매년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2-3%수가가 인상되긴 했지만, 왜 12년간 겨우 890원 밖에 진료비가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매년 2%씩이라도 12년간 수가가 올랐다면, 현재 초진 진료비는 15,218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보통 4-5%정도입니다.
만약 연간 4%씩 12년간 수가가 올랐다면, 현재 초진 진료비는 19,212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2012년 현재 초진 진료비는 12,890원일까요?
그것은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의사들을 조삼모사 식으로 가지고 놀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의 절반도 안 되게 올려줬던 수가마저도, 모든 의료수가를 동등하게 올려준게 아니라, 상대가치점수나 환산지수라는 것을 통해, 기피과인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등의 수가를 50-100% 올려서 이탈자를 막거나 일부 고난이도 수술료나 재료대 원가를 올리거나 아니면 새로운 보장성 항목 수가를 올려주는 식으로 해서, 의사의 주 수입원인 진료비나 다빈도 처치, 다빈도 수술의 수가는 12년간 거의 올리지 않았던 겁니다.
우리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에게 철창 안의 원숭이로 놀려진 것입니다.
저는 작은 도시의 개원의로서, 외국에서 진료본 환자나 친척들의 진료비를 물어보곤 합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불인데,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불과한 인도에 다녀온 환자의 진료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2만5천원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8,000달러인 뉴질랜드의 진료비는 6만5천원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진료비는 적어도 4-5만원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초진 진료비 12,890원, 재진 진료비 9,210원은, 실제 진료시 환자 1인당 1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됩니다.
2010년 개인의원의 의사 1인당 1일 내원환자 수는 51.6명이었습니다.
연간 3,500명의 의사가 배출되어, 요새 체감하는 개원의사 1인당 1일 내원 환자 수는 50명 미만입니다.
의사가 일요일만 쉬고, 주 6일간 열심히 일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아시다시피 요새 소기업 다니는 회사원도 주 5일만 일합니다.)
1만원x50명x24일 = 1,200만원이 의사의 한달 의료보험 총매출입니다. (환자 본인부담금 + 건보공단 급여비)
그러나, 아무리 작은 개인의원도 한달 지출은 1,000만원 이상입니다.
현재 개인의원의 월 평균 총 요양급여비용이 월 5백만원 이하인 곳이 8%이고, 월 1천만원 이하인 곳이 18%이고, 월 2천만원 이하인 곳이 43%입니다. (의사 1인이 아닌 개인의원 기준입니다. 요새 연합의원이 많습니다.)
급여 수익으로 생활비는 고사하고 순수하게 적자를 보는 개인의원이 20%에 달하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을 통한 진료비 수익으로 월 3백만원의 생활비도 집에 가져갈 수 없는 개인의원은 30-50%정도라고 봅니다.
방송에서 모 변호사가 말한 연봉 3천만원의 의사 시대는 개인의원에는 이미 와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비급여 매출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환자를 치료하는 대학병원을 제외한 개인병의원의 비급여 매출이라는 것은 영양제나 초음파, 피부미용, 성형시술에 불과합니다.
영양제나 초음파, 피부미용, 성형시술은 의사의 노력이나 공부, 재료비, 투자비, 기계 감각상각비, 의료사고 위험부담비 등이 각각 들어갑니다.
비급여 매출에서 설사 남는 순익이 있다 하더라도, 질병에 관한 급여 매출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보건복지부는 2006년 심평원 용역결과 원가의 73.9%에 불과한 의료보험급여의 적자를 비급여 수익으로 메꾸라고 요구합니다.
대형병원에서나 고가기계 검사료, 비급여 로봇수술료, 주차장, 장례식장, 편의점, 햄버거가게 수입으로 메꿀 수 있지, 개인병의원에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요구였습니다.
결국 대형병원은 비급여 수익으로 급여적자를 메꾸고 재투자를 해서 더 투자를 해서 더 큰 급여수익을 갖게 되고, 개인의원은 보잘 것 없는 비급여 수익으로 급여적자를 간신히 떼워 연명하면서 재투자를 못 하여 급여수익도 계속 감소하게 된 것입니다.
싸구려 의료수가의 폐해는 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일 때부터 느껴왔습니다.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수술장에서는 어시스트가 모자라서 실습학생이 수술을 도와야 했습니다.(요새는 금지된 것으로 압니다.)
레지던트 지원자가 10여년 전부터 감소된 수술과의 실태는 눈 뜨고 못 볼 상태입니다.
수술인력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수술 중의 합병증 발생은 부지기수가 되었고, 기피과 수술장에서 타 과 레지던트에게 수술 어시스트를 도와달라는 일까지 생깁니다.
(요새는 기피과에서 의사 대신 간호사나 일반인에게 PA라는 명목으로 수술어시스트를 맡깁니다. 우리나라에서 PA는 불법인데도 말입니다. 수술 합병증이나 수술시 의료사고가 많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형병원들이 불법적인 편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저도 전공의시 수술 어시스트를 많이 서왔지만, 경험있는 외과의사가 어시스트 서는 것과 초보의사가 어시스트 서는 것도 천지 차이입니다. 만약 수술 중 문제 발생시, 어시스트 서는 의사가 비록 자기보다 쥬니어나 초보자더라도 의사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PA는 그럴 수 없습니다. 오퍼레이터의 실수나 간과하는 것을 어시스트 서는 의사가 보고 도와주거나 조언을 해야 하지만, 이런 싸구려 수술 수가로는 같이 수술하는 의사를 구할 수 없어, 의사 혼자서 PA들을 데리고 수술해야만 합니다. 요새는 PA가 처방도 내고 심초음파도 한답니다. 싸구려 의료수가 체제에서 종합병원의 생존기술이 탁월해진 것입니다.)
저는 big5병원이라도 이런 과목의 의료진들에게 제 가족을 맡기지 못 할 것 같습니다.
기피과 교수님들과 전공의들이 밤 8-12시까지 입원환자를 돌보거나 수술하고 야간당직하고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환자를 하루 50명 진료하기도 벅차기만 합니다.
하루에 환자를 50명 봐도 이것저것 시술이나 처치도 하려면, 1인당 실제 진료시간은 1-5분에 불과합니다.
하루에 환자를 50-100명 보면, 환자의 과거 차트 리뷰도 힘들고 환자의 치료계획을 차분히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냥 닥치는대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서 환자를 치료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데 어떻게 환자의 만성병을 뿌리뽑으려는 노력을 의사가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병원 교수가 반나절인 4시간동안 환자를 50-100여명 보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습니까?
(이런 잘못된 제도를 고치지 않고 자기가 명의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사시는 교수님들께 비애를 느낍니다. 그렇게 명의라고 대우해주던 환자나 보호자들도 막상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교수님들을 천하백정으로 취급할겁니다.)
여기가 무슨 우간다나 소말리아의 난민 캠프입니까?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반나절에 환자를 10-20명이상 진료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야만, 대학병원 오는 중환자나 암환자들을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겁니다.
개인의원에서 환자를 100명 넘게 봐도, 같은 나이대 대기업 직원만큼의 수입도 집에 못 가져가는게 정상적인 겁니까?
의사 4명이 5시간 이상 하는 대장암 수술비가 80만원이고, 자연분만비가 17만원, 제왕절개수술이 30만원이게 정상인 겁니가?
대학병원 의사가 수술을 하루에 5-10개씩 하고, 암수술을 하루에 2-3개씩 하는 것이 정상인 겁니까?
종합병원 간호사 1명이 10-30명 환자를 담당하는게 정상인 겁니까?
고작 레지던트 1년차에 불과한 젊은 의사 1명이 수 십명의 입원환자를 홀로 책임지는 것이 정상인 겁니까?
그리고 그런 전공의의 12시간 당직비가 1-2만원인 것은 정상인겁니까?
(우리나라 간호사 당직비는 6-7만원이고, 일본 레지던트 당직비는 일당 25-50만원입니다.)
요새 우리나라 환자들이 1-5분 진료받는 것에 만족할 것 같습니까?
모든 사회인이 주 5일제, 주40시간 근무하는데, 왜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력들만 주 6일제, 주 50-60시간 일해야 합니까?
왜 인턴,레지던트 선생님들은 꽃같은 청춘을 주당 100시간씩 건강을 해쳐가면서 5년간 대학병원에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야 합니까? 우리나라 빼고 그렇게 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이제 정상적인 의료수가를 받고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해서 불의의 의료사고를 막아야만 합니다.
제대로된 진료비를 받고, 환자 1명당 10-60분씩 충분히 진료를 해주고 병의 뿌리까지 치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전공의는 근로자와 교육생 신분을 겸했으니,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의 일은 다른 OECD국가들처럼 병원에서 교수직 외의 hospitalist, nocturnist doctor를 구해서 대신 근무하게 하고, 그들이 전공의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고 가르쳐주고 환자의 의료사고도 예방하여 높은 질의 의료를 구현해야만 합니다.
(같은 1000베드 짜리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수가 한국과 다른 선진국이 3-5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간호사들도 1인당 1-5명의 환자만 담당하게 하여, 환자들이 만족할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대학병원 교수님들도 하루에 한 개 이상의 큰 수술을 못 하게 하여, 제대로 된 컨디션과 집중력을 가지고 환자의 수술에 임하게 하고, 다시는 수술 갯수를 해외학회에서 자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외국의사들이 학회에서 한국의사들의 많은 수술건수 발표에 incredible이라고 외치는 것은 존경이 아니라 비웃음이라는 것을 이제 모두 알지 않습니까?)
의료수가를 정상적으로 줄 만큼 건보재정이 충분치 않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택분업을 하게 되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약사의 약포장료를 1년에 3조원씩 줄만큼 의료재정이 남아돌고, 비록 소아발달장애나 최신 항암제 보험화에 줄 돈은 없지만 검증도 안 된 한약 보험화에 연간 2천억원 이상 줄만큼 의료재정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이게 다 의사들이 싸구려 의료수가와 저질 의료를 고치기 위한 투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생존기술만 개발해왔기 때문입니다.
노환규 회장님께서 주 5일제,주 40시간 근무를 투쟁 로드맵으로 내세우신 것은 모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력들의 노예로서 길들여진 인식을, 정상적인 사회인들의 인식으로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꽃같은 청춘의 전공의 5년동안 주당 80-100시간 일하고, 개원의가 되어서도 주 6일, 주당 50-60시간 일해도 적자를 보는 의사의 인생을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환자들에게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댓가를 받고, 인턴,레지던트,개원의사 모두 주 5일, 주 40시간 일하고 제대로 된 삶의 질을 누리시겠습니까?
지금 전공의, 의대생 선생님들 바로 앞에 놓여진 선택입니다.
전자를 선택하신다면 그대로 보복부의 노예로 사십시오.
그러나, 후자를 선택하여 의사와 환자가 모두 만족하는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만들고 싶다면, 노환규 의협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투쟁에 동참하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외길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