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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은 시공을 초월합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56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옴므파탈^
추천 : 4
조회수 : 4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1 16:18:26
안녕하세요 오유와서 두번째로 쓰는건데 좋은글이 있어서 남겨봐요 다들 마음따뜻해지길 자기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를 떠 올리길 바라며
 
<감동은 시공을 초월합니다>
 
10년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엎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 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으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연탄길>이철환,"축의금 만 산천 원"(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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