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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진‧신용창‧박성훈 “내년에도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찍게 된다면”
게시물ID : deca_56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0
조회수 : 5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08 11:09:55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찍게 되었을 때, 좀 독특한 촬영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
한철진
: 작년에도 워낙 화제였으니까 알고 있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5년 정도 전부터 이렇게 찍기 시작했는데, 이 지역 다른 중고등학교에 가 봐도 의상이나 분장을 준비해 와서 “의정부고에선 이랬다던데 우리도 이렇게 찍어주세요” 하는 붐이 일더라. 선생님들 중에서도 “의리”라고 크게 쓴 종이를 들고 찍는 등 재밌는 시도를 하시는 경우가 있다.
박성: 예전에는 한 반에 네다섯 명 정도만 독특한 분장을 하거나 의상을 준비했는데 요새 의정부고 학생들의 경우 70% 정도, 근처 다른 학교 학생들은 절반 가까이 그렇게 찍는다. 학생들이 친구끼리 찍는 ‘우정사진’이라는 게 보편화되면서 졸업앨범에도 친근한 느낌을 접목시킨 사진들이 늘어났다.

의정부고 촬영을 앞두고 특히 신경 썼거나,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
한철진
: 일단 학생들이 고3이다 보니 촬영 일정이 길지 않았다. 요즘은 졸업앨범에 학생들 개인 컷이 네 컷 이상 들어가고 조별, 단체 사진도 많기 때문에 나흘 동안의 스케줄을 잘 짜야 했다.
신용: 의정부고 학생들이 제일 공들이는 야외 프로필 사진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가 되기 전에 끝냈다. 원래 이틀에 걸쳐 찍기로 했는데 전날 비가 오는 바람에 550명 촬영을 하루에 몰았다. 그런데 자연광을 이용하는 야외 사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톤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아침부터 오후 서너 시까지 찍게 되면 빛이 바뀌고, 그래서 배경을 바꾸면 앨범의 일관성이 없어지니까 촬영 전날 각각 찍을 장소를 미리 답사해놨다가 당일에는 최대한 빠르게 찍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콘셉트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나.
한철진
: ‘포카리’ 학생은, 휴대폰으로 그 광고를 보여주면서 이런 느낌으로 할 거라고 하더라. 폼 보드로 서핑 보드를 만들어 왔는데, 위에 있는 ‘포카리스웨트’ 글자가 딱 보이게 해 달라고. 인터넷에 올라온 그 학생 사진에는 상의 옆구리에 파란 부분이 없는데, 실제 앨범 사진 찍을 때는 파란 종이를 광고에 나온 모양대로 오려 와서 손으로 잡고 찍었다. 다리미판에 은박지를 붙여서 서핑보드 만들어 온 학생(실버 서퍼)도 있었다.

[쥬라기 월드]에서 공룡들을 조련하는 주인공을 연기한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포즈를 지도하는 모습도 인터넷에 올라왔던데. 그렇게 조언하는 경우가 많나.
박성훈
: 분장은 열심히 해 왔는데 어떻게 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지 잘 모르는 것 같을 때 얘기해준다.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의 바바리안 캐릭터 분장을 하고 온 학생의 경우 그냥 카메라를 보는 것보다 소리를 막 지르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해보라고 했다.
용창: 나는 터미네이터를 찍었는데 웅크린 자세가 좀 엉성한 것 같아서 아예 영화에서와 똑같은 포즈로 재연하라고 했다. 연기는 주위 친구들이 소화기로 뿌려줬다. 학생들끼리 서로 많이 도와준다.

솔직히 무슨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던가.
신용창
: 내가 찍은 학생 중에는 한 30% 정도가 만화 캐릭터 분장을 했던데, 분장은 정말 멋있지만 뭔지 모르겠는 것도 많았다. 어떤 학생은 손가락에 눈알 달리고 손바닥에 입을 그려서 손만 찍겠다고 했는데, 이게 뭐냐고 했더니 휴대폰으로 원래 캐릭터(기생수)를 보여주더라. 대걸레를 뒤집어쓰고 레게머리를 연출해서 외국인 축구선수로 분장한 학생도 있었다. 공이 날아오면 뒷발로 차면서 날아가는 것 같은 연출을 원했는데, 그것도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열 번 정도 찍어서 성공했다.

다양한 분장을 한 학생 중에서도 특히 대단하다고 느껴진 학생이 있다면.
신용창
: [매드맥스]에서 기타 치는 친구, 세트를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왔다. 그 학생은 아예 마지막 순서로 빼서 운동장 가운데 쪽으로 세트를 놓고 열 몇 컷 정도 특별 촬영을 해 줬다. 기타에 불 그린 종이를 붙인 것까지 정말 멋있었다.
철진: 불은 나중에 합성해줬다. (웃음)
성훈: 옆에서 열심히 종이 세워줬는데, 필요 없었구나. (웃음)

촬영을 진행하면서 올해의 이슈들을 다 볼 수 있었겠다.
한철진
: 전반적으로 자기 관심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 [매드맥스]나 만화, 정치 풍자를 하는 학생들도 있고. 다양한 주제에서 포인트를 잡아내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다.
성훈: 작년에 고승덕 씨를 한 것처럼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을 한 학생이 몇 명 있었다. 호스로 물 뿌리는 학생이 세 명, 앉아서 모니터 보는 학생이 한 명 정도. 그런데 학생들도 서로 겹치는 걸 싫어해서 각자 다른 걸 열심히 찾는다.
용창: 올해는 ‘백주부(백종원)’가 네 명 정도 된 것 같다. 프라이팬이랑 설탕 포대 들고 찍은 학생, 황설탕과 백설탕을 종이컵에 붓는 학생, 배추 가져와서 김장하는 학생. 소금 뿌리는 최현석 셰프도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콘셉트가 각기 다른 학생들을 찍다 보면 다른 앨범 촬영보다 시간과 공이 더 들어가지 않나.
박성훈
: 그렇게 돈과 시간과 열정을 들여서 준비해왔는데, 막상 한 명 찍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은 평균 30초도 안 된다. 노력에 비해 촬영이 너무 짧다 보니 “끝났어요?” 하면서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도 한 명당 5~10분씩 찍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한 보름 정도 수업을 못 하게 되니까. 그래도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이미지를 잡아내려고 노력한다.
철진: 그래서 후반 작업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밋밋하면 재미없으니까, CG를 넣거나 배경을 살짝 지워서 학생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뽀로로 분장을 한 학생이 있었는데, 날아가는 걸 표현하기 어려워 의자 위로 올라가서 찍었다. 따로 부탁을 받지는 않았지만 포토샵으로 의자를 지워서 공중에 뜬 것처럼 표현해줬다. 모나리자 학생은 액자를 손으로 잡고 찍었는데 손을 지워줬고, 터미네이터에게는 연기도 더 만들어줄 생각이다. 촉박한 촬영 시간에 대한 내 나름의 보상이다. (웃음)

학생들이 직접 후반작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나.
한철진
: 1차로 사진을 보내주면 학생들이 문제점이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파일명에 적어 보내온다. 분장에서 신발이 보이지 않게 지워달라거나, 낙타 분장을 하고 가슴에 ‘낙타’라고 적었는데 ‘ㅏ’가 빠졌으니까 써 달라고 한 학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촬영 당일에 올 수 없어서 조별 촬영하는 날 실내에서 따로 찍었는데, 나중에 수영장을 합성해주기로 했다. 바지를 조금 내리고 찍은 학생(블랙넛)의 경우, 아마 선생님께서 요청하신 사항 같은데 노출된 속옷 부분을 까맣게 처리해 달라고 하셔서 아예 포토샵으로 바지를 입혀줬다.
성훈: 좀 선정적인 건 우리가 말하기도 하고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해서 자제시켰다. 선생님께서 안 된다고 하면 그 학생은 다른 콘셉트로 바꾸게 된다.
용창: 학생들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온 걸 못 하게 하면 아쉬워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걸 일단 하나 찍어놓고, 무난한 콘셉트로 하나 더 찍어놓는다. 그래도 의정부고는 선생님들도 워낙 이런 모습을 오래 보셨기 때문에 많이 이해해주시는 편이다.

만약 내년에도 의정부고 졸업 앨범 작업을 맡게 된다면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신용창
: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강당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포즈나 표정에 대한 팁을 한번 알려주고 싶다. 콘셉트가 있는 학생들은 준비를 많이 하지만, 안 하는 학생들은 교복 입고 와서 차렷 자세로 찍고 끝나버리는데 그것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좀 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
철진: 만약 다시 할 수 있다면 준비 과정을 좀 더 찍어주고 싶다. 앨범 사진 찍는 날은 학생들이 분주하다. 아침부터 소품 구하러 다니고 세트 준비하느라 들락날락하는데 비용이나 인원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을 더 섭외해서라도 그런 모습을 찍어서 앨범에도 실어주고 싶다. 그 과정도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이니까.
성훈: 우리가 찍은 건 각자의 프로필 사진이지만 교실에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도와주는 모습도 찍어주면 좋을 것 같다. 문득 생각난 건데, 이 학생들이 나이 들어 동창회를 하게 될 때 이런 앨범을 또 제작하고 싶다면 모여서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때 했던 분장을 다시 한 번 해봐도 재밌을 거다.
출처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5072513577259455

2015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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