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프넨 진네만- 촛불이 깜빡거리고, 예프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난 말이다, 아버지의 말도 옳았다고 이제 와서야, 이리도 늦어버린 뒤에야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제 나라도 네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동정심 같은 걸로 마음 약해지지 말라고, 어떤 고통이나 아픔을 겪어도 능히 이겨낼 수 있도록, 그렇게 되라고 말이야." 형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오랫동안 너를 보살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네가 지금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여린 눈동자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제고 지켜 줄 텐데." 왜 형은 곧 떠날 사람처럼 저렇게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난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수는 없는 거지. 아니, 있을 수 있다 해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 네게는 너만의 길이 있을 텐데. 그걸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너는 충분히 강해져야 하는 거야. 충분히… 단단해져야 하는 거야." 어머니를 닮은 푸른 눈동자가 문득 물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예프넨은 마치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애써 하는 사람처럼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었다. "보리스, 바위가 될 수 없다면 조개가 되는 거다. 네 속이 여려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도록, 그걸 아무도 열어볼 수 없도록 꽉 닫아버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깊은 골방에서는 눈물 흘려도 좋으니까. 거기서만은 누구도 탓하지 않으니까." (이단락) 보리스는 영문을 몰랐다. 형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갑작스러웠다.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린아이를 갑자기 어른으로 성장시키려는 것처럼. 그래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생긴 것처럼. "널 작고 선량한 소년으로 내버려두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네가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빨리, 빨리… 예프넨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깃들여 있었다. 둥지가 없어져 버린 어린 새가 한시바삐 날 수 있기를 바라는 듯한, 그런 불가능한 일을 바라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