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는 2016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들이 배우게 될 국정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실험본을 보면 역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눈에 '황당한' 오류들이 숱하게 발견된다.
9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실험본에서는 크고 작은 오류 350여 개가 발견됐다. 작년 연말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시민단체 "초등 교과서 실험본에 역사 오류 350여개" (서울=연합뉴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오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배포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350여개에 달하는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실험본 95쪽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설명하면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 러시아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 것이었다"고 적었는데, 강제로 맺은 을사조약을 두고 이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이 단체는 꼬집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제공)
↑ 시민단체 "초등 교과서 실험본에 역사 오류 350여개" (서울=연합뉴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오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배포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350여개에 달하는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실험본 146쪽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실은 당시 신문 기사를 설명하며 "18년간의 '유신 체제'가 끝나게 됐다"고 적었는데, 박정희 '정권'의 기간이 18년이었지 1972년 시작된 유신 체제가 18년은 아니라고 지적했다.(역사정의실천연대 제공)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조선 말기 국권침탈 과정을 묘사한 부분에서 일본의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다.
실험본 96쪽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설명하면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 러시아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 것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일본의 강압에 의해 맺은 조약으로 대한제국이 부당하게 외교권을 박탈당했던 것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는 표현은 한국 교과서가 아니라 왜곡된 일본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라는 것이 역사정의실천연대의 설명이다.
실험본은 또 일본이 우리나라의 의병을 탄압하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의병 대토벌'(93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일본은 군대를 늘려 전국의 의병들을 소탕하고자 했다'(94쪽)고 서술했다.
이런 표현들은 모두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시각에서 바라본 표현이어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실험본이 지닌 오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실험본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외친 '코레아 우라'라는 러시아 말을 가리켜 '대한민국 만세'라고 설명했는데(95쪽), 의거가 일어난 1909년 당시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지적했다.
또 일본이 우리나라의 소년들을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하는 사진을 싣고서 '전쟁에 동원된 소년들 깃발에는 미영격퇴라는 글이 써 있다'라고 서술했지만(113쪽), 사진 속 글자는 '미영격멸'로 돼 있다.
이 같은 오류는 광복 이후 현대사 서술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실험본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다룬 1979년 당시 신문 기사를 설명하면서 '18년간의 유신 체제가 끝나게 됐다'(146쪽)고 기술했지만, 이 부분도 잘못된 설명으로 꼽혔다.
'박정희 정권'이 18년간 이어진 것은 맞지만 유신체제는 1972년부터 시작돼 '18년간의 유신 체제가 끝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런 엉터리 교과서로 이미 전국 40여 개 초등학교에서 정식 수업이 이루어졌다"며 "교육부는 그동안 국정으로 발행된 다른 교과서의 문제점도 진단하고, 교과서 발행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