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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시물ID : panic_18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등
추천 : 21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7/02 20:13:17

1.
눈을 다쳐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몸이 약해 항상 방안에만 있었다.
까마귀 한마리가 찾아와 소리내면 소녀는 그 소리를 듣고 반갑게 즐거워 하였다.
소녀는 까마귀에게 매일 먹이를 주며 놀아주었다.
까마귀는 소녀를 위해 길가는 어린이를 덥쳐 두 눈을 쪼았다.
까마귀는 소녀에게 눈을 물어다 주었다.
소녀는 눈을 받아 들고 아름다운 구슬이라고 생각한다.
소녀는 자신의 다친 눈에 구슬을 맞춰 끼워 본다.
그러자 신비롭게도 소녀는 어린이가 본 것을 본다.
항구 부근의 아이의 눈으로 부터, 해변에서 즐겁게 노는 풍경.
변두리의 노파에게 가져온 눈으로 부터, 화단 옆에 앉아 조용히 독서를 하는 모습.
평범하고 사소한 모습들이지만, 소녀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
소녀는 그 사람들이 보고 느낀 그 감정들이 그대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소녀는 꿈처럼 기뻐한다.
소녀는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눈을 하나 둘 이불안에 모아 놓는다.
까마귀는 소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더 맹렬히 나선다.
하지만, 희생당한 사람들은 철저히 대비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총으로 까마귀를 잡으려 하여, 까마귀는 눈을 훔치기 점점 어려워 졌다.
마침내, 도망치던 까마귀는 탄환에 큰 부상을 입고,
마지막으로 어느 학교 조용한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소녀 또래 한 여학생의 눈을 훔친다.
까마귀는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눈을 준다.
소녀의 방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간호사가 뛰어가보니,
까마귀가 죽어 있고,
사방에는 어지럽게 인간의 눈이 뒹굴고 있고,
소녀도 공포와 괴로움에 미쳐버린 채 죽어 있다.
까마귀가 마지막으로 전해주었던, 학교의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학생의 눈은
실은 흥분한 선생님에게 맞아 죽어 있는 학생 시체의 눈이었던 것이다.







 
2.
나는 왠지 요즘 아내가 이상하게 쌀쌀 맞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계속 캐 묻자, 아내가 엽서 한 장을 던진다.
"당신이 보낸 엽서가 왔어요."
엽서를 보면, 아내에게 "곧 돌아갈테니, 며칠만 기다려라"고 하는 내용으로 출장 중에 보내는 관광엽서 였다.
나는 내가 여기 있는데, 누가 엽서를 보내냐고, 이것은 장난일 뿐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아내는 말한다.
"당신이, 정말로 우리 당신인가요?"
나는 "무슨 소리냐고" 껄껄 웃은 뒤에, 아이를 부르려고 하지만, 왠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언제 부터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3.
내가 요양원에서 소아 환자 담당의사로 일하고 있을 때, 불치병으로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치료를 포기하고, 한적한 교외의 요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원을 산책하던 소녀는 어느 버려진 들개를 본다. 개는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바라다 본다. 들개는 추하고 더러운 몰골이며, 잡종으로 볼품 없게 생겼다. 건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개는 소녀에게 과자를 얻어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꼬리치며 달려드는 듯 하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소녀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추한 개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소녀는 개를 기르기로 하고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나는 개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 반대했다. 하지만, 소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소녀는 개가 거리에서 돌아다니면서 추위에 떨면 자신도 거리에서 돌아다니면서 추위에 떨것이라고 한다. 소녀는 개를 끌어안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마침내 의사인 나도 어쩔 수 없이 개를 키우도록 허락해 주었다.
소녀는 그 볼품 없는 개를 정성을 다해서 기른다. 개는 아무렇게나 거리에서 뒹굴던 들개라서 정성을 들여 보지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녀는 개가 몹시 사랑스러운지, 개에게 깊은 정을 쏟는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낀 소녀의 부모도, 아낌없이 개를 돌보는 것을 도와 준다. 소녀는 점점 쇠약해 가지만, 개와 함께 개미용실에도 가고, 언제나 좋은 먹이를 골라주며 개가 건강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마침내 소녀는 시간이 다하고 병세가 심해져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되자, 개도 도통 움직이려 들지 않고 겨우 먹이만 먹을 뿐이었다. 소녀가 누워서 시름시름 앓으며 신음하자, 개도 소리를 지르며 아파하는 듯 하였다. 소녀는 개와 자신을 이상하게 연결된 끈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동일시 하게 되었다.
소녀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항상 개에 대한 말만 헛소리 처럼 읊조릴 뿐이었다. 소녀는 임종을 앞두고 중환자실로 가게 되었고, 부모는 소녀 옆에서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개, 그 개가 보고 싶어요."
소녀는 죽어가면서 헛소리처럼 읊조렸다. 부모는 소녀의 손을 붙잡고 통곡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개를 찾아 개집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개는 아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개월 후.
나는 다른 요양원으로 환자를 보러 가게 되었다. 도착할 때 즘 되어 나는 차의 백미러로 개 한마리를 본다. 분명히 그 때 그 개인 것 같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 개에게 걸어갔다.
그 때 나는 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니, 7세 정도의 쇠약한 남자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남자아이가 나타나자, 그 때 그 개는 꼬리를 흔들며 아이에게 간다. 남자아이를 보고 개는 불쌍한 모습으로 과자를 달라는 듯한 모습으로 채근한다. 남자아이는 휠체어를 밀고 있는 간호사에게 제발 이 개를 기르면 안되겠냐고 간절히 부탁하고 있다.
그 추한 개는 시선을 느낀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개는 나를 슬쩍 보고는, 다시 간호사를 졸라대는 병자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 나는 그때, 분명히 그 개가 비웃고 있는 표정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4.
몸이 좋지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긴시간 고달프게 지낸 한 남자가 있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결과 남자는 중년이 되어서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생의 값인지, 남자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할만한 여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이 정자 숫자가 적어서 자연적인 임신의 확률이 무척 낮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말그대로 남자와 그 아내 사이에는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임신을 하게 된다. 물론 남자는 처음에는 정말 기뻐했다. 하지만, 차츰 아내가 바람이 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남자는 자신의 집에 종종 놀러오던 직장 상사를 떠올리게 된다. 돌이켜 보니, 나이 많은 상사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집에 자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평소에도 상사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직장 상사와 아내와의 나이 차이는 10년 이상이어서, 남자의 눈에 상사는 볼품없는 영감일 뿐이었다. 남자는 그저 불륜을 상상만 해도 속이 뒤집혀 버릴 것만 같았다.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자, 남자는 아기가 상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과 닮은 듯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사와 닮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상사가 부인의 출산을 축하해주는 태도도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남자는 점차 생각에 시달리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직장 동료들 조차도 사진을 보고 아기와 상사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견딜 수 없어서 직장에 나가지 않아 버린다. 걱정이 된 상사가 남자의 집에 찾아 온다. 남자는 상사의 얼굴을 보자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참고 인사치레를 한다. 상사는 아기를 보자, 너무나 사랑스럽게 안아준다. 남자는 이것은 결코 남의 아기에 대한 태도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확신한다. 분노에 찬 남자는 순간적으로 부엌칼을 집어 들어 상사를 찌른다. 상사는 난자 당하여 죽어버린다.
비명소리를 듣고, 방에 있던 남자의 어머니가 나와 그 광경을 보았다. 남자의 어머니는 놀라 털썩 주저 앉는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자식이, 애 아버지였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통곡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야. 저 사람은 너의 아버지란다."







 
5.
나는 통조림을 뜯었다.
안에는 처음 본 이상한 고기가 들어있다.
껍질 같은 것에 포장되어 있다.
무척 맛있어 보인다.
나는 손으로 찢어서 맛있게 먹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정신없이 다 먹었다.
다 먹고 보니 나는 내가 어떤 갑갑한 곳에 갇혀 있는 것을 깨닫는다.
굳건한 금속으로 봉쇄된 좁고 숨막히는 공간.
아무래도 여기는
통조림 속인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 내가 갇혀 있는 통조림을 뜯는 소리를 듣는다.







 
6.
허술한 집에서 자고 있었다.
옆에 자고 있는 살찐 여자가, 오늘 밤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는 것임을 나는 어째서인지 알고 있다.
살인자가 온 듯하여, 나는 무서워했고, 자는 체 한다.
옆에 자고 있는 여자가 살해당한 모양이다. 나는 자는 체 하고 있다.
살인자는 떠나지 않는다.
어깨에 슬쩍 닿는 무엇인가의 젖은 감촉.
살해당한 여자의 잘린 목 단면인 듯 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얼굴 위에 무엇인가 축축한 것이 칠해지는 감촉.
여자의 피를 칠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깨어났겠지?" 라고 살인자가 속삭이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눈꺼풀을 비집어 억지로 눈을 뜨게 하지만, 나는 보지 않는다. 살인자는 떠나지 않는다.







 
7.
한 수험생이, 밤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험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매우 괴롭고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그럴 수록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미친듯이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몹시 피로하고 지쳐서, 잠시 쉬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로 나왔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꿈결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어느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의 눈에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살짝 웃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어서, 마치 천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그저 멍할 뿐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하늘을 스치며 자신의 앞을 날아갔던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자신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서, 수험생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한 여학생이, 간밤에, 바로 그가 베란다에 나와 있던 시각에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독신 남자가 고달프게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너무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고, 밤늦게까지 계속 이어지는 긴긴 야근에 매우 피로했다. 그러던 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멀리 한 아파트에서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자태는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음악에 맞추어 뛰고 왔다갔다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로 아무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긴 듯 보였다. 지친밤 퇴근길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매일 밤 항상 그렇듯 평화롭고 기쁜 모습이었다. 남자는 마침내, 그녀에게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자는 결국 용기를 내어 휴가를 내고, 낮에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아파트에 아무대답이 없고, 문은 열려 있어 들어가보았다. 남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아파트 천장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여자의 시체였다. 시체는 바람이 불 때 마다 전후좌우로 왔다갔다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8.
잘 살고 있던 어느 부모와 딸이 있었다. 그런데, 부유하고 행복한 이 가족의 삶을 시샘하던 이모가, 그만 질투심에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모는 보험사기를 치기로 하고, 자기 앞으로 보험을 들어달라고 한 뒤에 부모를 죽여 버렸다. 이모는 보험금을 차지했고, 아직 어린 딸의 재산을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유산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딸은 이모가 범인 인 듯 하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아무런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이모를 놀래켜 범죄를 자백하게 하려고 꾀를 내었다. 그녀는 돈을 구해서 마네킹 제작사에 주문 제작을 의뢰했다. 살아있던 당시의 엄마와 매우 흡사한 모양으로 마네킹을 만들어서 집안에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딸은, 이모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이모를 불렀다. 그리고, 이모와 같이 집에 갔다. 집에 가보니, 벌써 마네킹이 와 있었다. 마네킹은 무척 정교해서 진짜 같았으며, 눈을 부릅뜬 듯한 표정이었다. 마네킹에서 말하는 듯 소리가 나왔다. "네가 여기에 웬일이니?" 그 모습을 보고, 이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모는 공포에 질려 말조차 잇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말았다. 딸은 씁쓸한 기분이면서도, 마네킹에 음성장치까지 달려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곧 초인종이 울렸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마네킹 배달 왔습니다."
현관문 밖에는 배달원 한명이 그제야 주문한 마네킹을 등에 지고 와 있었다.







 
9.
이상한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맹독이 든 주사기를 들고 있다. 그녀 앞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다. 여자는 주사기를 천천히 남자의 눈앞으로 가져 가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멈춰 줄께."
남자는 몸을 버둥거리며 욕을 퍼붓는다.
"너를 왜 내가 사랑하는데."
여자의 주사기는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마침내, 남자는 울면서 소리친다.
"알았어. 사랑하니까, 이러지마."
"그래? 그러면 멈출까."
하지만, 여자는 멈추지 않고, 주사 바늘을 안구 앞으로 들이민다. 남자의 눈앞에는 온 시야를 덮을 만큼 거대하게 주사 바늘이 보인다. 남자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외친다.
"사랑한다니까. 제발 그만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해! 사랑해!"
마침내, 남자는 독이든 주사에 찔려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는다. 축늘어진 남자의 시신을 보고 있던 여자는, 갑자기 털썩 주저 앉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철철 흘리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구슬픈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이렇게나 나를 사랑했는데-"







 
10.
한 여고생이 있었다. 그녀의 생모는 정신병원에서 발작을 일으켜 죽어 버렸으므로, 학생의 아버지는 재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 마저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리고, 집에서는 계모와 학생 둘만이 살아가게 되었다.
둘은 애초에 사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에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하고 불길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날. 학생은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간밤에 일어난 일을 털어 놓는다.
그날 밤 학생은 흰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서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귀신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고, 어둠속에서 불길하게 맴돌며 그저 손짓을 할 뿐이었다.
학생은 이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같이 살던 계모는 그런 귀신 따위 결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헛것을 본 것이라거나, 꿈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매일밤마다 그 귀신이 나온다고 울부짖는다. 학생은 마침내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고 여위어 가는 것만 같다. 학생은 한층 쇠약해져서 꼭 큰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생모가 정신병원에서 죽은 것을 알고 있는 계모는 학생에게도 정신병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물을 뿐이다. 계모는 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려고 한다. 학생은 마침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말하며 상담을 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집에 온다. 학생을 안심시킨 뒤, 선생님은 혼자 집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선생님은 계모의 방, 닫힌 서랍에서, 귀신 복장을 할 때 사용하는 가발과 흰 소복을 발견한다. 선생님은 그제서야 사실을 눈치챈 듯, 학생에게, 다음 번에 또 귀신을 보면, 바로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한다. 선생님은 학생이 불쌍해 견딜수가 없다.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할까, 자기가 계모와 이야기를 해볼까 하루종일 고민한다.
그날밤. 선생님에게 학생이 건 전화가 울린다.
"선생님... 또 귀신이 나왔어요... 제가 귀신을 죽여버린 것 같아요. 피를 막 흘려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학생. 전화를 끊은 학생은 선생님이 오고 있는 동안 자신이 방금 막 찔러죽인, 곤히 잠자고 있던 계모에게, 자기 손으로 귀신 가발을 씌우고 소복을 입힌다. 정당방위로 위장해 계모를 죽이려고, 이 모든 일을 꾸몄던 학생은, 흉측한 귀신의 가발을 손에 든채, 깔깔거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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