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제조건부터 깔고 들어갑시다.
당신은 "맑스를 지지하며" "안철수를 지지하는" "진보좌파"라고 밝혔습니다.
맑스를 지지하는 사람, 혹은 맑스주의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사회를 읽습니다. 첫 째는 계급이요, 둘 째는 노동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적용코자 한다면 유물론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맑스를 지지하는만큼 급진적 주장에도 동조할 것이며, 나아가 '탈정치'의 프레임에 대한 비판은 맑스주의자들의 공공연한 비판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의 주장과 논점에는 유물론적 사고과정을 통한 인식과 분석이 명료하게 내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1. 당신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우선 다음의 기사를 봅시다.
좌파들이 안철수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안철수에게 노동이 존재하는가?"
아쉽게도 안철수는 그 부분에서 일관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 칼럼에서도 주장하다시피, 안철수의 정치는 그 자체로 어떤 급진성도 담보하지 않습니다. 맑스주의자들은 급진적 노동자정치를 주장합니다. 최소한, 맑스를 지지하는 '한 발 물러선' 사람들일지라도, 그런 급진적 정치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맑스를 지지한다'라는 것은 "맑스의 정치에 동의한다"라는 것이지, "맑스의 이야기도 가치가 있다"라는 굉장히 낮은 수준의 동의가 아님을 명확히 합시다.
맑스주의자이면서, 혹은 맑스를 지지한다면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은 결코 기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동시에 안철수에게 존재하지 않는 '급진성'과 '노동'의 부재에 대해서 당신은 '맑스를 지지하는 좌파'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습니다. 단지,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문재인을 '문죄인'이라며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한 것만 있을 뿐이지요.
2. 새누리가 '진보'?????
전혀 좌파로서 동의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펼치셨죠.
그 어떤 좌파들도 새누리당이 제 아무리 좌클릭을 한대봐야 신뢰하지 않습니다. 복지 선동에 있어서도 '선별적 복지'를 선동한 곳이 바로 새누리당입니다. 박근혜는 최근 경제민주화 공약에 있어서 중심인물이었던 김종인을 내친 바 있습니다. 제 아무리 자신의 스탠스를 세탁하려 해봐야 뿌리 깊은 불신을 회복할 수는 없죠. 지난 수십년간, 노동계급을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것은 구 한나라당, 새누리당입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향해 새누리당이 그것을 '의제'로서 삼았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그들은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반노동자적입니다. 자칭 좌파라는 분이 이런 어이없는 주장을 하시다니요?
3. 증명되지 않은 명제를 기정사실화하는 오류
이 부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괘씸해서 넣었습니다. 당신은 '무명논객이라는 닉은 목록에 없다'라고 말했죠.
보시는 바와 같이 당신은 분명히 저를 목록에 집어넣으셨습니다. 그런데 집어넣은 적이 없다?? "단지 무명논x이라는 닉네임만 있을 뿐이다"??? 재밌는 주장을 펼치시는군요. 뒤에 한 글자를 블라처리를 했다는 것을 근거로 '무명논x은 있지만, 무명논객은 아니다'라는 개소리를 지껄이실 참입니까? 거기다 오알단은 증명되지 않은 명제라고 스스로 말씀하셨죠? 입증하지도 못할 것을 가져다 멋대로 삽입해놓으시고 '오알단 목록'이라며 자랑스럽게 올리셨습니다. 기정사실화했다는 거죠. 가정은 증명될 때까진 거짓입니다. 논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상큼하게 무시하신 덕에 제가 오알단에 올라가는 영광스러운 일을 겪었죠. 덤으로 당신이 매우 괘씸해졌습니다.
4. 당신이 보수 반동적 이데올로기를 선동하고 있다는 근거.
당신 자폭하십니까? 당신 스스로 '좌파'라면서요? 파시스트, 혹은 준파시스트 집단이 진보좌파 일반을 매도하기 위해 만든 용어인 '좌좀'이라는 단어를 거리낌없이 쓰십니까? 당신 스스로 '좌좀'이라고 인증하시는거예요? 좌파라는 인간이 보수반동적 이데올로기를 끌어다 뭐에 쓰시게요? 단순히 전태일을 추모하고, 노무현 정권 아래 스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한다고 당신이 '좌파'가 됩니까? 왜요? 나치당이 맑스를 추모하면 좌파된다고 주장하시죠?
당신이 올렸던 자료 일부를 발췌해서 올렸습니다. 내용은 '종북단체'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입니다. 좌파 일각에서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수언론에서 이를 차용하여 '종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단순히 정말로 '종북'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좌파 일반에 대한 매도적 공격임은 좌파들 사이에선 상식입니다. '빨갱이'로 치환하면 뭐가 달라요? 그러나 당신은 그런 것엔 아랑곳 않고 보수언론의 반동적 '종북' 선동을 인용하며 공격했죠. 한동안 종북 공안몰이가 한창일 때, 좌파들은 한 목소리로 '이는 신매카시즘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가장 웃긴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면 종북이다'라는 괴상한 명제였죠.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 철폐. 북한 역시 국보법 철폐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를 교묘히 호도하여 '국보법 철폐 = 종북'이라는 괴상한 명제를 탄생시켰죠.
이는 전술적 오류일 뿐만 아니라, 당신이 보수반동적 이데올로기 일부에 동조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자칭 좌파라는 인간이 이런 보수반동적 이데올로기를 선동하다니요?
5. 스스로 자폭까지 해주셨습니다.
훨씬 전 당신이 쓴 글입니다만, 이 때 당시만 해도 당신은 안철수가 뭘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문재인-안철수가 뭘했냐며, 왜 지지하냐며 물었죠. 전형적으로 일베색히들이 '왜 빠냐?'며 조롱하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문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러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진보좌파'로 변신하시다가 끝내는 '맑스주의를 지지하는 진보좌파'로까지 급진화하시게 됩니다.
에라이 병신아. 당신을 두고 '코스프레 종자'라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좌파요?
당신이 '맑스주의를 지지하는 진보좌파'로서, 언제 계급투쟁을 이야기했고, 파업의 정당성을 논했고, 계급 전투성을 말했으며, 혁명을 토론했고, 좌파적 정당을 말했습니까?
당신의 주장과 논조 그 어디에서도 '좌파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군요.
좌파 다 죽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