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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린데 돈에 너무 얽매여있는 것 같다
게시물ID : gomin_746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ZnZ
추천 : 3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22 20:14:45
19살
물론 어린 나인 아니겠지. 내 또래에도 직접 알바하며 돈을 벌고 있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테니까.
그런데 초등학생때부터 다른 애들보다 훨씬 돈에 민감했다.
친구가 내 500원을 주워서 장난스럽게 안 주자 내가 화를 내며 운 적이 있었다.
그냥 단순히 내 돈을 빼앗어서 장난쳐서 운 게 아니라
당시 500원의 가치가 내겐 너무 커서 그랬을 것이다. 그냥 돈에 관련해서는 다 부모님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천원 이천원을 쓸 때마다, 볼 때마다 아빠가 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가 떠올랐다.

그 때는 아빠가 택시를 했었고 하루에 많으면 이삼천원, 적어도 천원씩 내게 용돈을 주었다.
방 하나에 세식구가 다 같이 자면서, 잘 때마다 엄마 아빠 나는 끝말잇기를 했다.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와 방이 작다고 말할 때,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애들은 모두 적어도 방이 2개 이상인 집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아마 어렸을 때부터 내 안엔 그런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우리집은 좀 더 못 산다는 생각. 어려서는 그게 잘 이해가 안갔다. 
우리 엄마 아빠가 뭐가 부족하길래, 우리 엄마 아빠보다 더 못나보이는 저 애 부모보다 돈을 못 벌고 능력이 없을까. 
돈을 십 년동안 모으면 그래도 방 두개인 집은 살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왜 돈을 모으지 못했지?
아무에게도 말은 하지 못한채 속으로 꾹꾹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엿한 열아홉살이 되었고 주민등록증도 나왔다.
여전히 우리집은 부족하다. 기초수급가정이다. 하지만 밖에선 어느 누구도 내가, 우리 엄마가 기초수급자 가정이란 걸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내 친구들도 모른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는 기초수급자보다는 조금 더 낫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여름 신발을 사야했었다. 두꺼운 운동화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신발은 많았다. 브랜드 스니커즈를 사고 싶었다. 엄마가 비싸서 안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나부터 그런 신발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중고나라를 보았다. 반스 어센틱 2만원. 중고거래를 했다. 근데 판매자가 참 짜증나는 부류였다. 
계속 카톡과 전화를 씹고 배터리 핑계를 대며 송장번호도 가르쳐주지 않고 하루이틀동안 속을 태웠다. 
엄마는 그깟 2만원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내겐 더 절박했다. 더 사고 싶었던 중고신발은 4만원이었는데 
2만원 차이를 아끼고자 산 게 반스 어센틱이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오늘 신발이 왔다. 
사진과 달리 기름때같은 게 전체적으로 묻어 있었다. 그리고 사이즈도 내 발에 작아 너무 꽉 끼었다. 
난 속상했다. 판매자에게 뭐라고 할 기운도 없었다. 
저 신발을 신고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이 가난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보다 어려운 친구들이 많을 거라는 걸 안다.
그들도 알 것이다. 우리는 돈이 없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 더 생각해야하고 세 배 더 많이 고민한다.
천원, 이천원. 만원 이만원의 차이가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다 십만원이 넘어가는 돈을 써야할 때가 오면 백번 천번을 고민한다.
꼭 필요할까. 혹시 이 돈을 더 효율적이고 싸게 쓸 수 있을까.

사고 싶은 걸 참고 못 본 척 지나간다. 
난 아직도 누가 훔쳐간 내 가장 비싼 신발이었고 가장 아끼는 신발이었던 뉴발란스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다시 사려면 15만원은 들어야 한다. 마음같아선 다시 사고 싶을정도로 내가 좋아했던 신발이었다. 
옛 애인을 떠올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깝고, 짜증나고..

많은 사람들이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돈이 세상의 99%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건강히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적어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성공할수록 돈을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전자부터 뒤집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나의 성공은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또한 불가능이 아니란 것을 안다. 인생은 도전이니까.
나라고 왜 못 할쏘냐. 
한 번도 엄마를 낮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나는 내 부모보다 더 높이 날고 싶다.

내 아이에게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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