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세컨- 플로렌스의 저녁 별
Question 1 -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D 전 어스포니예요. 오유하기 시작 한지는 약 1년 반 정도 된 거 같구요, 그중에서 한 3개월 정도를 포니게시판에서 보냈어요. 그 3개월마저도 뻘글이나 주구장창 써댔던걸 생각하면 전 게시판에 도움 하나도 안 되는 잉여 유저일 뿐이지만, 그래도 번역에 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됐어요. (아니라면 할 수 없지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전 이런 글을 올리기에는 조금 많이 부끄러운 스펙을 갖고 있어요. 전 번역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녜요. 그렇다고 그분들만큼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의 제 번역 실력이 수준 미달이라는 거는 저도 잘 아는 사실이구요.
전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포니게시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제가 스스로 팬픽 번역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영어권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서도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녔거든요. (지금도 잘한다고 할 수준은 아니에요) 영어를 못하면 국어라도 잘 해야 될 텐데, 그것도 아니에요. 얼마 전에 쳤던 한국어 SAT, 완벽하게 망쳤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전 영어도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언어 테러리스트지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이 글, 믿지 마세요.
Question 2 - 번역을 할 때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여기에 관한 제 주관적인 생각을 말해볼게요.
번역을 할 때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이거예요.
‘번역을 하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하나?’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번역에서 중요한건 영어실력이 아니라, 오히려 국어실력이에요.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 볼게요.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자의 번역 실력이 아니라 역자의 ‘글쓰기’ 실력이라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시는 게 바로 이거지요. 번역이란 게 단순히 독자들의 독해 과정만을 지칭하는 거라면 그게 맞겠지만, 번역의 뜻이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번역을 하다가 귀찮아 질 때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요.
‘아, 그냥 뜻만 통해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요.
아마 많은 번역자분들이 공감할거예요. 어차피 영어 단어는 알만큼 알고 있겠다, 그냥 문장에 적혀 있는 대로 아는 단어들 대입 시켜서 올리자, 뜻만 맞으면 되지 뭘 더 해야 하나...
근데 그게 아니지요.
번역이란 게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이미 쓰여 져 있는 글들을 다른 언어로 옮겨오는 작업에 불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글, 그리고 나쁜 글의 기준이 보통의 글들과 다른 건 아니니까요.
자작 팬픽과 마찬가지로, 번역 글 역시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그건 백 퍼센트가 번역자의 기량에 달려있지요.
어떤 글이 있다고 쳐봐요. 이 글은 외국의 유명 팬픽 사이트인 fimfiction에서 추천수를 1000 이상 받은 인기 소설이에요. 장르는 sad, 그리고 댓글에서는 모두가 이 글을 쓴 작가를 탓하고 있어요. 너 때문에 내가 울었다면서요.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분명히 이 글을 자기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래서 번역을 해요. 자기가 자주 들어가는 한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올려요. 여기서 반응은 갈라지겠지요. 좋다! 혹은 재미없어, 이렇게요.
여기서 성공적인 케이스가 바로 으익ㅋ님께서 번역 하셨던
포니 명작 ‘마이리틀 대쉬’예요.
사실 이 글은 원작까지도 fimfiction에서 5000 이상 받았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글이지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댓글 반응도 칭찬 일색이고, 스토리부터 감성까지 어느 하나 지적할 것 없는 완벽한 팬픽이거든요. 으익ㅋ님께서 이 글을 번역하셨고, 한국 브로니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질투가 심한 어느 번역자가 이것을 본다면, 이렇게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지요.
‘이거 번역자가 원작 덕 다 본거 아니야?’
아니에요. 만약에 원작의 반응이 좋았고, 번역본의 반응 또한 좋았다, 그럼 그건 그 번역자가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잘 살려냈다는 뜻이지, 결코 원작 덕을 번역자가 봤다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한국어의 문장 형식이 영어권과 비슷하게라도 일치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이상은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게 번역이거든요.
Question 3 - 번역을 하기 위한 준비물이 따로 있나요?
준비물이라기보다는, 번역할 때 필요할 웹사이트들이 몇 개 있어요. 일단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번역을 시작하기 보다는, 여기 있는 웹사이트 몇 가지를 참고 하시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먼저 영어사전. 저 위에는 네이버 사전만 등록 되어있지만, 실제로 번역 하실 때는 한영, 영한사전뿐만이 아닌 영영 사전도 같이 쓰시는 게 좋아요. 영영사전으로 사용하시기 좋은 웹사이트는 dictionary.com 여기예요.
그리고 국어사전이 필요해요. 위에서도 말 했다시피, 번역이란 건 영어 문장을 토대로 해서 완전히 새로운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에요. 글을 쓰는 작업이라면, 당연히 국어사전을 함께 쓰시는 게 좋겠지요.
Thesaurus, 혹은 동의어 사전도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이유는 아래에 설명해 드릴게요.
Question 4 - 그래서 번역을 하는 방법은 뭐죠?
사실 번역을 하는 방법, 이라고 딱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여러 번 말하지만, 애초에 번역이란 게 새로운 문장 여러 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찾으려면 지난번에 애플블룸님께서 올리신 ‘글 잘 쓰는 방법’ 을 읽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번역을 하다보면 항상 막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어요. 제가 이 글에서 말 하고 싶은 게 바로 그런 것들이에요. 번역을 하다가 막힐 때,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팁들을 가르쳐드릴게요.
모르거나 애매한 단어: 어떤 경우에 쓰는지 알고 있지만, 한국어 단어를 잘 모르겠다, 혹은 단어의 뜻을 잘 알고 있지만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것 같다. 이럴 경우에는 무조건 사전 검색을 하는게 맞아요. 애매하게라도 알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번역 해버리면 절대 안돼요. 완벽하게 알고 있는 단어라도 가끔은 사전으로 찾아보는걸 권장해요.
번역자가 가장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 뭐냐면,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독자들의 감성에 쉽게 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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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silly,” Pinkie giggled, “She’ll be fine. You girls are in luck! I’m actually really skilled in mixing explosive materials! I found that out after I got my cutie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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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이 있어요. 가장 처음에 나오는 단어, silly를 한번 볼까요?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silly 라는 단어는 어리석은, 바보 같은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엉뚱하다, 혹은 웃기다, 라는 뜻이 될 수도 있구요. 이 중에서 저 문장에 가장 잘 맞는 단어가 뭔지 생각해 봐요.
저 같으면 ‘바보 같다’를 고를 거예요. 문장의 의미에 잘 맞아떨어짐과 동시에, 친근함을 표현해야하는 저 상황에도 어울리거든요.
숙어: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말 할것도 없어요. 이건 무조건 구글에 찍어 보는게 상책이에요. 예를 들어서,
make up the mind 라는 문장이 있으면 구글에 'what does it mean when you make up your mind' 라고 검색하세요.
그 문장이 '결심하다' 라는 뜻이였다는 걸 알 수 있을거예요.
표현 차이: 사전에 나오는 그대로 번역하지 않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요.
문화적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권에서 쓰는 표현들을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숙어포함 해서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diplomatic 이라는 단어는 네이버 사전에서는 외교적, 사업성이 있는 이라고 나오지만 영영 사전에서는 tactful 이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통해요.
이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 찍으면 요령 있는, 재치 있는 이라는 뜻으로, diplomatic 이랑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가 뜨지요.
동의어 사전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외국에는 있는 개념이 한국에는 없다거나, 반대로 한국에 있는 개념이 외국에 가면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사전 안에서는 이건 이거다! 식으로 딱딱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사실상 그 두 개의 단어가 완전히 같은 것을 의미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사전에 찍어봤더니 나온 단어가 문장이랑 맞지 않는 거 같다, 그러면 무조건 동의어 사전에 찍어보셔야 해요. 동의어라고 해도 그 둘이 서로 다른 뜻으로 번역 될 수가 있으니까요.
맞춤법: 팬픽을 번역 할 때의 특징은 ,새 글을 적을때와는 다르게 이미 스토리가 짜여져 있는 상태라는 거예요. 즉, 내가 아무리 스토리를 바꾸거나, 수정하고 싶어도 그래서는 안되는거지요. 해외 팬픽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조금 읽기가 어렵다 뿐이지, 문학성을 따졌을때 실제로는 수준 낮은 팬픽들이 많으니까 이런 사소한 요소까지도 신경을 쓰셔서 최대한 글의 완성도를 높힐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좋아요.
문장 길이: 영어권에서는 짧게, 혹은 길게 나타낼 수 있는 문장들이 한국어에서는 반대로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 또한 애플블룸님께서 알려주신 조판양식을 따라 글을 쓰면 조절하기 쉽지요. 그게 힘들다면, 끊을 수 있는 문장들은 끊고, 이을 수 있는 것들은 이으세요. 에세이 쓸 때도, 주절주절 풀어쓴 문장들은 대부분 too much wordy 라는 평가랑 함께 F 받아요. 글을 간결하게 쓰는거, 의외로 중요해요.
세미콜론과 콜론: 영어권에서는 사용하지만 한국어에서는 그렇지 않는 기호의 대표적인 예지요. 아시다시피 세미 콜론은 행동에 따른 결과 혹은 반응을 나타 낼 때 쓰이구요, 콜론은 사건이나 사물의 나열 등에 유용하게 쓰이는 기호예요. 이걸 생각해 보시면 대충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감이 잡히실거예요.
"...I can’t even believe what’s happened to me it’s so awful! I can’t sleep, I can’t rest, even parties aren’t helping! I need relief, I need to stop this but everything I’ve tried only seems to make it worse!” Pinkie said with her voice quivering; Twilight couldn’t help but be surprised at how terrified her friend sounded.
제일 마지막에 있는 문장을 한번 보세요.
-핑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와일라잇은 그녀의 친구가 공포에 젖어있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사실 세미 콜론이 별 의미가 없어요. 그냥 온점으로 대체 해도 될 정도거든요. 다음 문장도 읽어봐요.
“It’s a simple concept really. You just have to think, ‘Did my life meaning anything? Did I die with a purpose? Will my memory be left when I’m gone?’ All are important questions you see.” She walked towards Rainbow Dash; she could feel the murderous intent grasping at every fiber of her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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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잖아. 조금만 생각 해보면 돼. 네 삶이 과연 의미있는 삶이였는지, 네가 왜 죽어야 하는건지, 그리고... 네가 죽었을때, 과연 너에대한 기억이 남아있을까, 하는것들 말이야.그것들은 모두 다 중요한 문제들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레인보우 대쉬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살해에 대한 갈망이 그녀의 존재를 뿌리부터 쥐어 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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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떤가요? 온점을 써도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어색한 면이 있지요.
한가지 주의 해야할 건, 세미콜론과 콜론의 용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둘을 헷갈려 해서는 안돼요.
Question 5 - 끝났나요?
네, 제가 할 말은 여기 까지가 다예요. 일단 저 부터가 글을 못쓰고 번역 수준도 좋은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오유의 문예
부흥을 꿈꾸는 한 유저로서 저보다 더 자신 없으신 분들에게 자신감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게 끝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