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은 대중가요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가장 큰 매체이다. 따라서 가수가 신보를 낼 때 판매용 음반이 나오기 전에 미리 비매 홍보용 음반을 만들어 방송사 PD에게 기증한다. 대부분 PD는 기증받은 음반을 꼼꼼히 들어보고 좋은 노래라고 판단되면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한다.
새 음반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사 로비에는 늘 음반기획사 홍보매니저가 들락거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가수의 방송 스케줄을 잡는 스케줄매니저는 방송사에 상주하면서 스케줄을 잡거나 조정하는 등 섭외를 도와준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PD와 같이 식사하면서 섭외나 기획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방송가에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그 많던 매니저가 식사시간만 되면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식사비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늘 매니저가 밥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PD가 한 번 사면 매니저가 한 번 사던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주로 PD가 산다. 최근 매니저들은 PD가 "밥 사줄게 가자"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한다. 항상 얻어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매니저가 돈이 없는 이유는 음반업계의 불황 때문이다. 단순한 불황이라기보다는 현대 음악산업이 '음반'이라는 저장매체를 소비자가 구입하던 시기에서 온라인을 통해 '음원'을 이용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반산업은 사라져가는 사양산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음반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온라인 음악 시장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매니저들이 사라지는 이유
며칠 전 여의도 LG 본사 앞에서 국내 정상급 가수가 모여 규탄집회를 가졌다. 태진아, 엄정화, 강타, NRG, 신화, 고요태 등 세대를 불문하고 사상 최대로 많은 인기가수가 한자리에 모여 LG에서 출시한 MP3 휴대전화의 생산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휴대전화에 입력한 MP3 음악파일을 무제한 재생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로, 파일 사용에 제한을 둔 SK텔레콤과 삼성의 기종과는 다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상 다섯 개 음원권리자 단체와 가수는 "LG는 소비자 권리를 들먹이며 불법 음악파일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MP3폰을 출시했는데, 이는 불법 음악파일에 길든 소비자의 기호에 편승해 매출을 늘려보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고 저작권 침해 해결 없이는 LG에 일체 음원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이제 음반, 아니 음원제작자와 가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렸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아무리 히트곡을 만들어도 제작비, 즉 원가조차 건질 수 없는 것이다. 하루 빨리 온라인 시장이 정상적으로 국내에 정착되어 한국 대중음악의 제작 여건이 회복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좋은 한국 대중가요가 많이 나와 제2, 제3의 한류열풍을 재현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