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매일 놀았다
대학을 생각지도 않았고 무작정 매일 놀았다
고3이 되어서야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운이좋게 철없이 놀기전 고1 성적으로 수시를써서 대학교에 들어가서
고3떄의 걱정과 고민했던 시간들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놀았다
2학기가되자 과동기들이 하나둘 군대에 가기 시작했고
호기심에 들어간 동아리방이 그때부터 학교에 다니는 주가 되었다
동방에서 매일 술마시며 놀다가 다른대학의 동아리들과 함께하는 동아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 연합동아리 행사에서 처음으로 그 누나를 만났다
인생에서 그렇게 가슴떨리던 적은 처음이었다
매일 길을 걷던, 지하철을 타던, 누워있던, 아침에 일어나던
온 일상이 그여자 생각뿐이었고
만나기조차 힘든 타대학생인 그여자를 막상 만나도
수줍어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세번째부턴가 사는동네가 근처라는걸 알았고
밤 11시쯤 지하철 막차시간이 나에겐 그녀와의 데이트 시간이었다
원래 조용해?
언젠가 단둘이서 집에가며 누나는 그렇게 말했고
먼저 내린 지하철에서 혼자 집에 가는동안 무수히 생각했다
누나에겐 나는 말없는 조용한 동생이구나
그때부터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이 여자를 불러내었다
어떤 행사를 한다더라
어떤 영화가 재미있더라
스키장 백야권이 엄청 싸더라
명동에 가서 처음으로 손을 잡고
삼청동에서 미칠듯한 떨림으로 고백을 했고
일주일뒤 그누나는 내여자가 되었다
세상은 온통 내것이었다
다쳐도, 지갑을 잃어버려도, 학사경고를 받아도
무슨 어떠한 악재가 발생해도
나는 항상 웃고 다녔다
영장이 나왔다
무수한 고민을 했고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매일 수많은 헌팅을 당하던 그녀였기에
지킬수 있을거란 자신도 없었고..
무덤덤하게 그 말을 하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났다
명동 한복판에서 소리내어 울며 도망치듯 집에왔다
잘다녀와
지금같은 카톡이 아닌 쌩문자 한통
12월말 나는 군대에 갔고
몇개월뒤 사고로 20개월 공익판정을 받고 다시나왔다
나오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스트레스 받던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병장제대도 못한 남자가 된김에
수능을 다시봐서 서울대에 가겠다고 당당하게 그녀앞에서 호언 장담을 했다
수시생인 나에게 수능은
변명이지만 너무나 큰산이었다
다음해 여름이 되어서야 내가 다니는 대학에도 이 수능성적으론 지원할수 없음을 꺠달았고
괜히 짜증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떤 그 여름에 바다로 놀러간다는 그녀의 말에
멍청하게도 괜한 질투심으로 헤어지자고 문자한통을 보냈다
곧바로 전화가 왔고 나는 쐐기를 박았다
너무나도 당연히 수능은 망했다
나는 복학을 했고
수능을 본다며 휴학하던사이에 대부분의 동기들은 졸업을 했다
휴학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복학하고 모든수업을 혼자서 들었다
학교가 재미가 없었다
온라인게임에 빠졌고
남들이 다하는 영어공부, 취업준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성적은 바닥을 쳤고 이대론 안될것 같아
자취를 시작했지만
독하게 마음을 안먹었는지 유일하게 만나던 동네친구들과도 연락이 끊기자
외로운마음에 매일 피시방을 들락거리고 학교엔 가지도 않았다
어제 아침에 동아리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누나 내년 봄에 결혼한다더라
세상이 밉다
다 미워
눈물도 안나와
혼자서 거리로 나왔다
마땅히 갈곳도 없다
백화점에 들어갔다
한시간을 멍하니 빙빙둘러보다가
의자에 앉았다
익숙했다
4년전에 이자리에 그녀가 앉아있었다는게 기억났다
집에 오며 모든 추억들이 되살아났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마침 한 가게에서 싸이의 어땟을까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진짜 그때 그랬더라면, 안그랬더라면 어땟을까
일찍 누워서 잤다
일어나니 새벽3시다
5시간뒤면 수업이다
말을 들어줄 친구가 없다
이렇게 주책맞게 인터넷에 글을 써본적은 처음이다
단지 아무나 내 말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