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구름~~
작성일: 2011-01-14 (금) 11:42
한국좌파에 대한 소고-6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을 우파와 좌파의 반목과 대립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극히 피상적인 관찰이며 통찰력이 결여된 착시현상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우파와 좌파의 대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좌파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좌우의 대립은 실재하지 않는 허상입니다.
우리가 지금 좌우의 대립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본질은 영남과 호남의 대립이며,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밥그릇 싸움입니다. 근대화 주도세력과 소외세력간의 피튀기는 헤게모니 다툼이 이념대립의 탈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100년 전에 나라를 잃은 것은 몇몇 친일매국노 때문이 아니었고, 이 나라에 우국지사가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많은 나라들 공히 부족한 것은 애국자가 아니었습니다. 지식과 기술이 없어서 망했지 애국자가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이완용이 아니라 전봉준입니다. 동학란이 없었다면 일본과 청국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총질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조선왕조의 몰락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그 시기는 훨씬 늦어졌을 것이고,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어 나라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학란은 우리에게 필요했던 시간을 일순간에 날려 버렸습니다. 문제는 전봉준의 애국심이나 의기가 아니라 능력입니다. 십만의 봉기군을 가지고 1개 대대의 일본군한테 힘도 못쓰고 전멸 당했습니다. 이게 당시 애국자의 한계였습니다. 이런 능력 없는 애국자들의 경거망동이 망국을 앞당긴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중국의 의화단도 마찬가집니다. 일본 역시 개화 초기에 이런 무능하고 무식하면서도 의기와 애국심에 불타는 우국지사가 가을날 낙엽만큼 많았습니다. 일본이 명치유신 이후에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우국지사들의 망동을 냉정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었던 지식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국노를 처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국자들을 처단하고 잔인하게 진압함으로써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의 위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매국노들이 아니라 오히려 무능한 애국자들입니다. 이들이 나라를 망칩니다.
손자도 <손자병법>에서 장수의 자질을 논할 때, 지(知)를 으뜸으로 쳤고, 애국심 같은 것은 언급조차 않았습니다. 애국심은 쥐뿔도 없지만 하나의 직업으로서 자기 직업인 군사에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장수가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치고 나라를 위해 자기 한 몸 기꺼이 바칠 각오에 충만한 무식한 장수가 지휘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손자는 말합니다. 손자는 오나라 사람이 아니고 오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도 그런 생각도 없는 사람이지만 오왕의 군사라는 직업에 충실하여 오나라를 천하의 패권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싸움을 하면 반드시 이겼습니다. 그러나 손자는 충신도 아니고 애국자도 아닙니다. 그저 직업이 군인인 사람이었습니다. 충성스럽지만 훈련되지 못한 군대보다 돈 주고 산 훈련된 용병이 나라를 지키는데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소리를 길게 늘어놓느냐 하면, 100년 전에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각 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가진 능력자들이지 의분과 기개 충만한 우국지사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선진문물을 배우지 못하고 공맹의 경전이나 읽고 자란 우국지사가 백만 명이 있어도 나라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개국시 일본에는 나라를 위해 언제든지 배를 가를 수 있는 사무라이가 10만 명이 있었지만 일본의 근대화에 이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신일본 건설의 장애물이고 방해물이었을 뿐입니다. 일본은 이런 수구적인 애국자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조선은 애국적인 수구세력이 친일개화파를 진압했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선진문명과 과학기술은 원산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국적을 묻지 않습니다. 정치, 법률, 의학, 과학에 일본, 미국, 유럽의 구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코쟁이를 스승으로 해서 배우건, 일본의 대학에서 게다상을 스승으로 배우건 모든 학문과 기술은 유용하고 가치로운 것입니다. 근대화에 뒤처진 아시아 아프리카의 대부분 나라들은 열강의 식민지배를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비참한 운명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었습니다. 서구 열강과 대등할 만큼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이 노예상태에서 풀려나는 유일한 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자기를 지배하고 있는 주인들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서라도 배워야 했습니다. 배우는 것만이 그들을 이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어떤 투쟁과 저항과 발악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빨치산? 유격대? 보천보? 청산리?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들입니다.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 같은 것을 수백 번 벌인다고 우리가 해방됐겠습니까? 김좌진이 청산리에서 골백번 이겨봐야 조선민중의 노예상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상해임정?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임정이 1백 개 있고 김구선생이 1천 명 있다 해서 조선이 해방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서 각 분야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한민족 전부가 깨어나서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교육받고 훈련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민족 전체의 교육수준과 과학기술이 향상되었을 때만이 비로소 독립과 자주를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인한테 무릎꿇는 것도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울 수만 있다면, 그 지독한 무지몽매함과 암흑세상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왜놈 종살이도 기꺼이 해야 합니다. 왜놈들도 근대화 이전에 서구열강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비굴한 자세로 기면서 배웠습니다. 일본인들은 그런 수모와 굴욕을 감수해서라도 배워야 이긴다는 일념으로 참아냈습니다. 인도의 지사인 간디도 같은 생각으로 영국으로 유학해서 온갖 수모를 받으면서 영국의 학문과 정치제도와 사상과 철학과 법률을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인도를 독립시킬 수 있었습니다. 간디가 물레로 베를 짜서 인도를 해방시킨 것이 아닙니다. 중국의 아버지라는 손문도 일본에 유학해서 일본의 정치와 법률과 의술을 배웠습니다. 장개석은 일본의 사관학교에서 군사학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의 독립과 자존을 위해 일본과 싸우면서도 일본을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일본에서 배웠다고 욕하는 사람은 중국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이 일본에 우호적이고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친일파라고 욕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했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강압에 굴복한 사람도 있고, 현실과 타협한 사람도 있고, 박정희처럼 오기가 받쳐서 그랬을 수도 있고, 장차에 독립된 조국에서 그 능력을 쓰겠다는 선각자적인 사명감으로 그랬던 사람도 있고, 일신의 부귀영달을 위해서 그랬던 사람도 있고, 동기와 이유는 백인백색이었지만 많은 조선사람들이 신문물을 배우고 신학문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동경제대, 와세다 대학의 사각모를 쓴 조선인들이 눈에 뜨이게 됐고, 일본군 장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옆구리에 찬 조선인도 생겼고, 일본제국의 판사로 법복을 입고 방망이를 두들기는 조선인도 나왔습니다. 법률을 전공한 박사도 생겼고, 역사학자도 나왔고, 여성운동가들도 배출됐습니다. 역사 반만년 만에 처음으로 문맹율이 낮아졌고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하신지 4백년 만에 조선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게 됐습니다. 침놓고 뜸이나 뜨던 사람들이 수술을 할 줄 아는 의사가 됐습니다. 근대적인 법의 개념과 법률체계를 공부한 학자들이 나왔습니다.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이 사람들입니다. 만주에서 항일유격대 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상해에서 임정하던 노인네들이 만든 나라가 아닙니다. 일제시대에 일본인한테 배운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친일파라고 합니다. 단죄해야 한다고 과거를 디비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들 자신인데 말입니다. 세계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을 만든 내가 바로 그 사람들의 아들이고 딸인데 그런 나를, 그런 내 부모를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누굴까요? 나보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일제시대 때 공부하고 배웠고, 해방 후에 그것을 조국을 위해 쏟아부은 내 부모를 욕합니까? 또 왜 욕을 하는 것일까요?
좌우의 이념대립이라는 작금의 문제는 친일문제가 그 출발점입니다. 좌파냐 우파냐 하는 것은 위장된 가면일 뿐이며 진정한 본질은 친일과 항일에 있습니다. 지금부터 일제시대의 친일문제가 지금의 좌우대립으로 변질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