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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펌] 신의 길 4부작 논란에 대해.
게시물ID : sisa_56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루씨
추천 : 4
조회수 : 4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7/09 09:01:27
'신의 길, 인간의 길'은 기독교의 교리와 예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으로 제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는 초기 기독교에 관한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이집트, 로마, 터키, 시리아를 현지 답사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와 2천 년 전 예수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살폈다. 제2부 '무하마드, 예수를 만나다'는 예수 사후 600년이 지나 태어난 무하마드는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했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지 다룬다. 제3부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인 종교성은 무엇이며, 그 종교성을 남에게 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제4부 '길 위의 인간'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현실에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종교간 화해는 불가능한 것인지 알아본다. (연합뉴스 7/5 기사 중) 

나는 이런 SBS의 시도를 보고 우와,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게 공중파에서 나온단 말야? 하고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사를 찾아봤건만 아니나 다를까... 

한국교회언론회는 6월27일 SBS를 찾아가 “방송의 내용을 보면 기독교에서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 역사적 예수를 신화적 인물로 설정하고 있고, 기독교 6000년 역사를 BC 8세기에 이란 지역에 있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또 “기독교에 관한 모든 신학적, 역사적인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규명된 것이며 이미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믿고 있는, 문명사회가 인정한 종교인 기독교를 폄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7/5 기사 중)

한편 '신의 길'측은 방송 전부터 '종교자유의 본질에 대한 침해', '기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언론회의 방송중지 요청에 부딪혔다. 한기총은 "종교의 영역은 인간의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한국 교회 언론회는 "'신의 길'은 기독교에 대한 전쟁으로 간주된다. 전 기독교계가 저항 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 데일리 7/4 기사 중)

이러면 또 뭔가 한마디 던지고 싶다... 

종교의 영역은 인간의 이성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 라는 사실을 받아드린다고 치자. 그럼 인간이 그러한 명제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행위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과, 둘,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중 나는 두번째인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큰 위험을 환기하려고 한다. 이것은 실제론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했다고 너무 쉽게 착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가장 사실에 입각해야 하는 사이언스 분야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이런 일은 자주 겪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잘못 생각하는 일은 아주 빈번하다. 이 세상이 네모지고 태양이 우리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세 사람들을 비웃기에는 우리 인간은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사람이 이해의 포기에 얼마나 쉽게 적응하고, 그것이 어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가 것은 우리네 역사가 증명 해준다.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계급사회나 독재 정권 하에서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은 정신 이상자가 아니었다. 그저 그 사회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고 그 시대의 상황과 위치에 적응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사람의 본성인거 같다. 왜냐면 포기는 더 쉬우니까. 그리고 쉬운 일은 사람을 유혹하기 마련이니까. (사실 이런 작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정보 하나하나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야말로 정신병을 진단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나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적어도 내겐 웃기지도 않는 핑계를 던지면서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줄 아량 따윈 없다. 포기하기에 얼마나 적당한 변명인가? "종교의 영역은 인간의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저 말을 누가 맨 처음 만들어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종교를 생각하는 사람이 꺼낸 말이라고 가정하면, 저 말의 진의는 "종교를 인간의 이성으로 다 알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만이다."라는게 되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항상 겸허히 신의 뜻에 대한 이해를 간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한기총은 마치 저 말을 "종교에 대고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라." 라는 뜻으로 쓰고 있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기독교가 위대한 종교인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다수의 인류가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복음이라고 믿고 있는 내게 있어 그 발언은 "우리는 사이비 종교랑 다를게 없다."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처럼 들린다.

특히 "기독교 6000년 역사를 BC 8세기에 이란 지역에 있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기독교에 관한 모든 신학적, 역사적인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규명된 것이며 이미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믿고 있는, 문명사회가 인정한 종교인 기독교를 폄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 이라는 모습에서는 종교라는 것이 이미 완벽하게 이해되었기 때문에 사회와 함께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모습마저 보인다. 나는 오히려 오만한 그들에게 이말을 해주고 싶다. 종교의 영역은 인간의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대표라는 작자들이 그 종교의 역사와 배경,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평상시에 눈과 귀를 막고 보수적으로 일관해왔는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 사람들에게 설교를 듣고 그 사람들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대체 기독교의 어떤 면을 바라보게 될지 두렵기까지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진정 기독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려는 SBS의 노고를 감사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SBS는 “역사적인 예수에 대해 탐구하고 기존의 예수에 대한 관점과는 다른 시각에서 예수를 바라보자는 것이 어떻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신앙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뉴시스, 같은 기사)

신이 인간을 당신의 형상을 본떠 만든 것은 소통하고 싶어서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이성을 부여한게 아닌가. 신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먼데, 왜 몇몇 인간들은 "예수는 신이다."라는 부족한 인간의 문장 하나에 그렇게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출처] 신의 길 4부작 논란에 대해.|작성자 나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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