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의 집으로 도착한 일행은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고
창문에 있는 커튼까지 모두 쳤다.
집안은 커튼을 통과하는 빛으로
희미하게 안에 있는 형체를 확인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것일까 ?
모두 너무 피곤했다.
하루였을 뿐인데
심신이 지쳤다.
입안에서 단내가 풍긴다.
배고픔도 잊었다.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냥 편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 밥 ... 먹을까요 ?
미리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끄덕이는 미진, 정환, 민수.
마트에서 가지고온 물건들은 제법 많았다
우선 냉장고에 쉽게 상하는것들을 넣고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도와드릴게요 ...
미진의 목소리에 한시름 놓은 미리.
사실 제대로 된 음식이라곤 할 줄 모르는 미리였다.
솜씨는 없었지만 이것저것 그래도 제법 차려서
아무말 없이 먹는 네사람.
- 우리 생활하는거에 규칙을 정해야하지 않을까요?
밥을 다먹고 모두 체념한듯 앉아있다가
정환의 말을 듣고 일제히 시선을 정환에게 모았다.
- 남인 사람들끼리 함께 사는건데
적당한 규칙은 필요하지 싶어요 ..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선 우리 방을 정하죠.
- 저희 집이 방은 네갠데요 ...
한개는 창고방으로만 주로 사용하던 방이에요
부모님이 계실때도...
- 미리씨가 집 주인이시니까 안방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창고방 한개는 정리해서 제가 쓸게요
나머지 방두개는 미진씨랑 민수씨가 사용하세요.
대충 방과 서로의 편의를 위해 규칙을 정했다.
어느새 시간이 흘렀는지 밖은 어두워졌고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쿠오우워우
- 이거... 아까 마트에서 들었던 소리랑 비슷한거 같죠... ?
- 그러네요 ... "그것들"이 또 몰려오기 시작한걸까요... ?
불안한 눈빛의 미진과 미리를 보며
정환과 수민이 살짝 거실커튼을 치고 밖을내다보니
"그것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저멀리 몇마리는 빈집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어제보다.. 빨리 나온 것 같네요..
- 어제는 12시 넘어서 봤다고 했죠?
- 네 .. 안개도 없는데....
- 아까 낮에 봤을때보다 움직임이 민첩해졌어요...
집이랑 가까워지고 있구요....
불안함이 역력한 모습으로 정환이 말을 이어갔다.
- 이상태로는 우리가 몇일이나 이집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 글쎄요 ... 그래도 물리적인 힘은 없는 것 같아요..
아까 그렇게 두드려댔지만
정환씨 차에는 흠집하나 없었잖아요.
- 그럼 생명체만 흡수한다는건가요 ... ?
- 글쎄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는거죠 ...
생명체만 흡수한다 하더라도 경비아저씨의 모든걸 흡수한거니까 ...
밤이오고 낮이왔다
몇번이나 반복된건지 모르겠다
밤이되도 불조차 켤 수 없다
"그것들"이 찾아올까봐 ...
"그것들" 은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다가
한참동안 반응이 없으면 제풀에 지쳤는지 다시 다른곳으로 걸어가
또 문을 두드린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이들에게
티비나 라디오가 안나온다는것 외에는
별달리 불편한건 없었다.
몇일 사이 달라진건,
생존자가 더 있다는것!
한국엔 네사람 외엔 더 없지만
미국과 일본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과
그곳에도 비슷한 날자에 "그것들"이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더 생존자가 있는지는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접촉할 수 있었던건 다른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두사람 .
아직도 "그것들"은 거리를 배회한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그것들"의 모습이 사람처럼 변했다는것 ?
아직 변하지 않은것들도 있지만..
온통 검은색으로 얼굴이나 손가락등 디테일한것은
아직 구분이 되진 않아도
그저 사람형태였던 "그것들"이
머리가 긴 여자의 모습을 띄고있는것도 있고
남자의 모습도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아줌마의 모습도
배가 나온 아저씨의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지능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수십번도 더 문을 두드리다가
동이 터오면 마치 체념한것처럼 흐느적 흐느적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아직 "그것들"은 미리의 마당엔 들어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