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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느낀 원효대사의 해골물과 중대의 평화 (비위약자 열람 금지 권장)
게시물ID : military_568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오리씨
추천 : 12
조회수 : 1140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5/07/14 23: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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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머글게에 올릴까 하다가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라 밀게에 올립니다.-
-아 그리고 이건 실화입니다. 당연하겠지만요. 근데 대화 내용이라던가 그런건 좀 살을 붙였어요. 너무 오래되어서 그때 분위기만 기억나기에.. ㅠ-





날씨가 매우 더워져 간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밖에 돌아다니다 집이나 회사 그리고 편의점 등에서 시원한 생수를 마셔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갈증을 해소해 주는 시원한 물한잔의 천국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민방위 3년차의 나이에 기억하는 군생활에서도 역시 그 시원한 물한잔의 천국은 잊을 수가 없다.

과업시간을 마치고 내무반에 복귀한뒤 내무실 사이에 있는 정수기에서 마시는 한잔의 차가운 물은 더운 여름날의 군복무에 있어
하루를 마쳤다는 느낌, 즉 더워 미칠듯한 이 날씨를 버티고 내 군생활이 하루 더 줄었다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과업을 마치고 내무실에 복귀한 나는 평소와 같이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 밸브를 눌렀다.

- 쫄쫄쫄쫄쫄......

아니 이거 물이 왜이래???
콸콸 쏟아지듯 내 컵에 따라져야 할 물이 학창시절 책상 앞에 앉아 있기 싫어 화장실 한번갔다가 화장실 간김에 소변이나 보고 오자...
할때 나오는 소변의 물줄기만큼 나오고 있었다.

물런 그렇게 나오는 물 또한 내 컵을 가득 채우면 평소와 같이 청량감을 주는 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긴 군대다.....
과업이 끝나고 시원한 물로 오늘 일과가 끝났다고 느낄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내가 들고 있는 컵으로 두세번 받아 마셔야 해결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물을 받고 있으면 내 뒤에 서있는 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후임이 와있어도 눈치가 보이는 판국에 고참이라도 와있으면??
그날은 그냥 두잔마실거 한잔 마시고 한잔 마실거 반잔 마실 그런 날이 되어 버린다.



- 야 이거 물이 왜 이따위로 나오냐??

-그러게 말입니다. 군대물품 뻔하지 않습니까. 무슨 관이 하나 찢어졌거나 눌렸거나 그런거겠지 말입니다.

-이거 행정관한테 이야기 해야하는게 낫겠지? 날도 더워져가는데

-음... 아마 행정관이 우리한테 이거 고치라고 시키는거 귀찮지 않으시다면 말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그러네 괜히 이거 고친다고 열었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 불똥 어떻게 수습하겠냐.....

-그러지말입니다.

-근데 난 말년이라 내가 고칠거 같진 않은데??

-아우 말년이면 좀만 버티고 집에가서 물마시면 안되겠습니까?? 좀 봐주십시오 ㅠㅠㅠ



물을 마시는 말년 병장과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걸로 기억한다.
지금와서 느끼는거지만 이런 부조리함이 어디에 있을까....

무튼.... 우리는 그렇게 쫄쫄쫄쪼오오오올~ 쫄쫄쫄.... 나오는 정수기로 거의 2주 이상을 사용했던것 같다.

당연히 다들 불편하다고 느꼈을 상황이지만 말년병장과 나의 대화와 같이 느꼈기 때문일까.
누구하나 보고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모두가 행정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불편하게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간혹 하얀 부유물질이 나오기도 했는데.
고무 호스가 삭아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이빨에 걸리는것들을 퉤퉤 뱉어가며 그렇게 정수기물을 마셨다.





그러던 어느날 정수기가 문제 있다 이야기는 생각치도 못한곳에서 행정관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 야이 개X키들아! 이거 뭐야 이거!



석별과업이 끝나고 인원파악을 위해 집합해 있는 우리에게 난대 없이 행정관의 멍멍이 호칭이 나오기 시작했다.



- 시대가 어느때인데 신병이 화장실에서 물을 먹어??? 정수기는 폼이야? 응?? 야! 정수기는 몇호봉 부터 사용가능하냐?
  대답하라고 이 개X키들아!



입이 걸어서 그랬지 나름 병사들을 꽤나 많이 생각하는 행정관이라 모두에게 기분나쁜 욕은 아니었다.
단....
단지 말이다....
화장실에서 물먹다 행정관의 눈에 들어온 신병을 자신의 옆에 세워두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면 중대원 전부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욕이었을것이다.



-아닙니다. 정수기 다 사용가능합니다. 

-근데 왜 이번달에 온 신병이 화장실에서 물을 쳐먹고 있어?? 앙?? 상말 나와봐.



나다... 상말....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상병 말호봉... 흔히 말하는 내무실의 행동실세... 흔히 말하는 군대에서 위치...
뭔가 문제가 생기면 상말에게 이야기하는것이 가장 빠르게 해결된다는 그 위치.... 그러기에 뭔가 일이 생기면 무조건 찾게 되는 그 위치...
내위로 선임은 대체 왜 없어서 이 그지같은 상말이라는 위치를 상병 말호봉도 아닌데 받게 만든것일까....



-왜 이자식이 화장실에서 물을 쳐먹고 있어??? 계급 끊어 놓은거 아냐???

-아닙니다. 정수기는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근데 왜 저 새X가 화장실에서 물을 쳐먹고 있냐고???

-아마 정수기 물이 너무 쫄쫄쫄 나와서 답답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게 말이되..



-네 그렇습니다!!!!!!!!!!!!



행정관 뒤에 사색으로 서있던 신병이 외친 말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나 또한 내 뒤로 후임이 서있어도 눈치 보이는 판국에,
주위를 둘러 봐도 자기 아래로는 한명도 없는 이 상황....
줄을 기다리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뒤에 서있는 긴 줄을 무시하고 자신의 갈증을 채우기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자기때문에 간부에게 고참이 욕먹고 있는 이상황이 내가 차라리 세면대물 말고 화장실 문걸어 잠그고 좌변기 물을 쳐마실껄....
하는 표정으로 사색이 되어가는 그 신병에게는 실제로 그러지 않았더라고 합당한 이유가 생겨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자 바로 치고 들어왔다.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정수기 고장났다고 보고를 하지 왜!

-그냥 물이 적게나오는 수준이라 그냥 넘겼었습니다.

-너랑 저기 이병들이랑 같아 이새끼야? 너 내일 낮 근무 없지? 저거 고쳐놔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인원 틀린거 없지??? 해산!



언젠가는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을 것이다.
귀찮고 불똥 튈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장난게 알려졌다면 상말에게 고치라고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난 행정관이 화장실에서 물마신걸 발견한 그 신병을 데리고 정수기 수리작업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뭔가 문제가 어떤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상황이라면
그사람이 그걸 해결하는 일에 투입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른사람들이 그사람을 욕을 더 적게한다.


(라고 정수기를 다 고치고 일주일 후에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잘못된 생각이지만, 어휴.... 왜 걸려가지고. 니가 책임좀 지자 자식아! 이 생각이 더 강했어요 ㅠㅠ)




다음날이 밝았다.
오전에는 창고, 차량정비실?? (뭐라고 하지... 무튼 드라이버나 공구 있는 그곳이요)등등을 뒤져서 고무호스와 드라이버 몽키 등등을 챙기고 본격적으로 정수기를 분해하는건 오후에 하기로 하였다.

점심을 걸게 먹고 난뒤 잠깐 쉬고 오후과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정수기 내부를 알지 못하는 나는 정수기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뜯기 시작했다.


-드라이버

-네! 여기 있습니다!

-야.. 이건 이 드라이버로 안열리겠다. 더 큰거 줘봐.

-네! 여기 있습니다!!

-작게좀 말해. 여기 너랑 나 단둘이 있다 이자식아.

-네! 알겠습니다!

-........말을 말자....








(여기서 부터 비위 주의.... 전 분명 이야기했습니다!!! ㅜㅜ)








무지하게 기합 들어있는 신병과 함께 별 쓸데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정수기를 해체했다.
그렇게 분해를 하였고 외곽을 모두 제거하고 정수기는 이제 고무 호스와 물이 나오는 벨브만을 갖고 있는 뼈대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만 교체하면 이전과 같이 콸콸콸 물이 나올거라 예상하였고 정수기 안의 고무호스를 교체하기 위해
벨브와 호스를 분리 시켰다.



-이거만 바꾸면 고쳐지겠지 안되면 말구.... 아우 전문가 부르라그래 전문가... 난 정수기 처음 열어보는데 구시렁구시렁.... 이거 끝나면 시간 남을거 같은데 피엑스나 갈까????



등등 기합바짝 든 신병의 긴장을 줄이기위해 네! 라고밖에 말하지 못하는 신병을 앞에 두고 혼자 별떠들었던걸로 기억한다.



-어??? 야... 여기 막 꺼먼게 끼었네.... 이러니까 물이 안나오지... 이걸 빼줘야. 물이 잘나오지~!



하고 아무 생각없이 고무 호스와 벨브 사이에 끼어있는 시꺼먼걸 손으로 잡아 뺐다.




-자 이제 이거 빼면 물이 잘 나오겠지~? 자 봐라 이걸 빼........
아 씨X!!!!!!!!!!!!! 이게 뭐야!!!!!!!!!!!!!!!!!!!!!











난 내무실이 떠나가라 크게 소리쳤다.
그도 그랬을것이 정수기 호스와 벨브사이에 끼어있는것이 반쪽난 바퀴벌레란걸 확인했다면 누구나 그랬을것이다.




-그....그거 바퀴버....... 우웨웨웨웨웨웨웨웨웨웨웨웩~!!!!!!!!!!!!!!!!!!!!!!!!!!!




내 앞에서 내가 하는 헛소리를 들어며 네! 만 대답하고 있던 그 신병은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토했다.
점심에 먹은 메뉴를 나한테 확인시켜줬다.
우웨에에에에에엑 하고 토를 하다 정신을 차렸는지 입을 다물었지만 비위가 약했는지 굳게 다문 입사이로 아까 점심에 먹은 음식들이 흘러 나왔다.




-죄..... 죄송ㅎ.... 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토해서 ㅈ.... 우에에에에에에에엑!!!!!!!!! 죄송합니.... 우에에에에에에엑~!!!!!!!!!!



내무실과 내무실 사이의 복도에서 반쪽난 바퀴벌레를 보고 뻥져있는 나와 다행히 정수기가 아닌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토하고 있는 신병의 모습이 펼쳐졌다.

아....씨X......
물이 안나오던 이유가 바퀴벌레가 물나오는 구멍에 끼어있었기 때문이었던것인가.....
그것도 벨브 중간에 딱 걸려있어서 벨브가 눌러지몇서 바퀴벌레의 등짝을 눌렀을 것이다.
벨브를 눌러도 물이 안나오자 부대원들은 신경질 적으로 벨브를 쎄게 눌렀고...
벨브를 쎄게 눌렀기에 바퀴벌레는 등짝이 터졌을것이다.
터진 등짝을 타고 물은 흘렀을 테고 바퀴벌레의 하얀 살점들은 물을 따라 우리가 준비해둔 컵에 따라 흘렀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자 나 또한 토하고싶은 기운이 흘러 나온다...
하지만 참아야한다..... 신병을 앞에두고 토한다면 폼이 안나은것은 물런이고...
멘붕와서 토하고 있는 이녀석은 수습불가로 멘붕의 나락으로 빠져 들것이다.


- 야... 왜.. 바퀴 벌ㄹ.... 읍!!!!! (토 참는소리) 보고 토하고 지ㄹ.... 읍!!!!! 이야??? 아우 여기 완전 더러워 져.... 읍!!! 네!!!! 일단 치우자

-네!! 웨웨우에ㅜ에ㅜ에ㅜ에ㅜ에ㅜ에ㅜ웨웨웨웽엑!!!! 알게.... 웨웨에ㅞ웨웨웨웨웨엑!!!! 겠습니다!!!!!'

-작게 이야기하라....읍!~!!!! 고!!! 하... 야.... 너 저기 담배피는데 나가서 진정좀 하구와.... 일단 입주위좀 씻고!!!


그렇게 그 신병을 내 보내고 토한거부터 치웠다.
그걸 치우면서 난 참 많이 구시렁 거렸던거 같다..
개시X.. 고기만 쳐먹었네... 고기만 쳐먹으니 읍!~!!!! 냄새가!! 읍!!!! 개 많이 나지!! 읍!!!
안그래도 그동안 마셨던 물이 바퀴벌래 내장 목욕시킨 물이었다는거에 비위가 상하는데 시큼한 토사물의 향기를 느끼게 되니 나또한 토악질이 치밀었다.


그렇게 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씨X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 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개X발


을 외치며 신병이 토한걸 치우고 있을때 나는 문뜩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동안 마셨던 물이 바퀴벌레 내장 목욕한 물이었다는 사실을 전 중대원이 알게된다면???
간혹가다가 흰 부유물이 나왔는데 그 희 부유물이 바퀴벌레 내장이라는 사실을 전 중대원이 알게된다면?!?!?!?!?!?!?!?



이건 정말 수습 불가상황이 벌어지게 될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때는 내가 상말이라는 위치 때문이었는지... 대체 뭔생각이었는지 중대의 평화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나는 신병이 토한걸 다 치운뒤에 생각을 정리하고 신병을 불렀다.



-야.....

-이병 XXX........

-이거 우리 평생 비밀로 간직하자...

-네????!?!? 아니아니아니 잘못들었습니다????



그 신병은 얼마나 놀랐는지 군대에서 썼다간 육먹을 단어를 썼고 난 말을 이어 나갔다.



-이거 우리가 봐도 수습안되는 상황인데..... 전부다 알게되면 어떻게 되겠냐.... 생각해봐.. 모르고 마셨을때는 그냥 물만 쫄쫄쫄 나오는걸로 생각했을거 아냐....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 알지?? 그거랑 똑같은거야... 불라불라불라....



나도 뭐라고 신병을 설득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원효대사 이야기랑 모르고 마신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꺼다.. 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고 기억된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우리 그러자....... 그나저나 너 토한거 냄새 드럽게 난다... 다 치우고 믹싱이나 한번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수기는 다시 조립되었고.....
토사물의 냄새는 치약의 향기로 덮어졌다..




그리고 나는 행정관에게 정수기안의 호스가 낡아서 그랬던거라 호스를 새로 갈아서 이젠 괜찮다. 물 콸콸콸 잘나온다고 보고했다.




출처 잊고 싶은 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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