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때 열린우리당의 17대 총선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당정분리가 절대선처럼 이야기되는 시기였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어 손발이 묶인 상태였었죠.

이때, 정동영 당시 의장의 공천 영향력은 엄청난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과반수에 급급한 나머지 전혀 민주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인사들로 공천을 채웁니다.

한나라당으로 가도 전혀 위화감을 없는 사람들이 민주진영의 공천자리를 차지합니다.

결국 과반을 획득했지만, 1당이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닙니다.

사학법을 비롯한 4대악법을 손도 못대고, 조중동이 노무현을 때리면 망둥이 따라뛰는 꼴뚜기마냥 질세라 더 열심히 때립니다.

그 틈을 김한길이 파고들고 결국 열린우리당을 과반으로 만들었던 노무현은 출당되고 참여정부는 비참하게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진영의 와해입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부터 세번에 걸친 독재정권동안 끈질기게 살아남아던, 100석도 안되는 의석으로도 치열하게 의정활동을 펼쳐온 민주진영이 이때 허리가 꺽여버립니다.

민주진영의 대주주인 제1야당이 당시의 한나라당과 별 다를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현재의 야권은 무기력에 빠져있습니다.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그때의 인사들로 인해 야권은 한발짝 나아가기가 너무도 힘듭니다.

그때, 차라리 과반석을 놓치더라도 신념있는 사람들로 의석을 채웠다면...

전 그때의 공천이 정동영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정동영을 콘텐츠없는 배우같다고 말한 김어준 총수의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노무현 서거이후 보여준 정동영의 행보에 어느정도 진정성을 느끼면서도 제가 정동영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민주진영을 와해시킨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