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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운문- 비겁해서 외
게시물ID : readers_79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막군
추천 : 1
조회수 : 2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9 01:13:12
비겁해서

문득 뒤돌아보니
걸어왔던 발자국마다
비겁과 합리화만 만개했더라

조금쯤 비겁하게 한발 물러서서
비겁도 소심해서
제 것이라고 당당히 챙기지도 못하고
그까짓 것 넘기지도 못하고
한 발짝 뒤에 서서 비겁하게
쓸데없이 입만 살아서
제 말 한마디 못하면서

못난 아들래미 하나 가진게
유일한 자산이라는 울 어머니
'이놈아.  일번을 찍어야 니 삼촌이 잘되는겨'
내가 잘 살고 울 엄니가 잘 살아야지
한마디 못하고 고개만 주억거리고

'입에 들어가는 거 일일이 신경쓰면
먹을거 하나없어.  주는대로 먹어'
사 놓은 건 먹어야지
만든 건 먹어야지
사골국에 밥 한 그릇 뚝딱
고등어 한 젓가락 쓱싹

'딴 데도 다 똑같아. 그냥 먹어'
쥐여주는 우유에
몰랐으면 또 모를꺼
남의 눈물로 아낀 돈 몇푼 언젠간 돌고돌아 
내 호주머니에서 눈물로 흐를거다
한 마디 꿀꺽 삼키고
한 모금 꿀꺽 삼키고

'지금 나서봐야 소용없어. 성공해서 힘을 길러야지'
대통령도 혼자서는 제 맘대로 못바꾸는 세상
지금 너와 내가 나서면 반드시 변화한다
자신있게 설득도 못 하고
다 부질없다 흐지부지 물러서기나 하고

'그 놈이 그 놈이야.  더러워서 신경끊을란다'
더러워서 피한다고 똥내가 없어지나
내가 못 치우면 똥 있다고 소리라도 쳐야지
한 소리 제대로 못해주고
좋은게 좋은거지
사는게 그런거지
똥내가 천지 진동해도 
내 코에 향수 뿌리면 그만이지

나는 그동안 무얼 했던가

장갑차에 치인 두 여중생의 넋을
촛불로 위로할 때
우리 아이 먹거리 위해 나선 어머니들
유모차 몰고 거리로 나섰을 때
강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생명들을 위해
한 스님 제 생명 불길로 던질 때
그리고 오늘 

조금쯤 비켜서서
시대적 과제를 도외시하지는 않았다고
나서지는 못하면서
문제 인식은 하고 있었다고

당당하게 비겁하지도 못하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나마 비겁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거에 목숨걸고

기껏 비겁해서
고작 이 모양이고 이 꼬라지고
입만 살아서는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학업 때문에
알바 때문에
글이라도 흔적 남으면
사는데 지장이라도 있을까봐

조금쯤 비겁해서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어서
수 많은 목소리 외면하고 도착한 게
고작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라

다음 달 방세 때문에
이번 달 폰 요금 때문에
고작 내일 쌀 한가마 사려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거 
그나마도 밀린 집안일 해야해서
쉬지 않으면 몸이 못 버텨서
잘 먹고 잘 살자도 아니고
고작 사느라 버거워서
고작 희망하나 없어서



 아프다고 청춘인가

희망없는 아픔도 청춘인가
절망적인 현실도 청춘인가
잠 줄여가며 공부하는 아이들
책상에서 먹고 자고 마셔도 
엉덩이 아프다고 청춘인가
야근에 회식에 저녁이 없고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아침이 없고
점심시간 고작 한시간
그마저도 개인시간이라 
전화영어, 중식제공 영어학원
이것도 아프다고 청춘인가
고작해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자영업
그나마도 임대료 올리고 권리금 올리고
버는족족 빚갚고 나면 남는게 없어
애들 학원비에 등록금도 빚으로 메꾸고
빚내서 사는 자식 손 빌릴수 없어
골방에서 벌벌 떠는
그마저도 청춘이라 그런건가
여기저기 아프다고 난리인데
저마다 버겁다고, 죽겠다고 야단들인데
기껍잖게 환갑넘긴 대한민국
소리없는 비명소리 여기저기 들끓이는데




 어느날 일터로 나서며

나는 왜 작은 일에도 분개하지 못하는가
고작해야 칼국수에 나온 뻘조개
계산 실수한 마트직원
앞에서는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친구들과 술한잔 걸치면서
옹졸하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둥
소심하게

일 떠넘기는 사람들
이래저래 시키는 일은 묵묵히 하면서
돌아서서 혼자 궁시렁대고
깐족거리고 얕잡아보는 사람들에게
화났다 한마디 못하고
꿍하니 서서는 억지로 웃어보이고
고작해야 한마디 솔직하지 못하고

몸 누일 공간 하나 제것이 없어 떠돌이 신세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고작 데이트 비용 때문에
보증금 오백이 없어서 
같이 나눠마실 커피값, 영화비가 없어서

누굴 탓할수도 탓해서도 안되는 현실
내가 선택한 길 누굴 탓하랴
아픈 오늘에 분노하지 못하고
빼앗긴 과거에 뼈있는 한마디 던지지못하고
조금이나마 바꿀수 있는 미래
희망 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광장으로 달려나가 민주주의 만세 
한마디 외치지 못하고
고작 생계 때문에
한달 벌어서 한달 쓰느라
한푼이 아까워서, 희망이 안 보여서

십년 뒤, 이십년 뒤
내 아들래미 딸래미가 물어본다면
무어라 할까
위험하다고 먹지말자던 소고기
싸서 먹었다고, 사놓은건 아까워 먹었다고
눈물로 짜낸 우유
싼 값에 많이 줘서 그냥 먹었다고
당장 내 돈 한푼 아끼자고 

그 역사적 순간에 뭐하셨냐고 물으면
뭐라 답할까
휴무내고 시위갔다가 잡히기라도 하면
일자리 펑크나기라도 하면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냥 일했노라
희망마저 빼앗겨서 그냥 일했노라


 어느날 일터로 나서며는
다들 아시겠죠?  
이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서며
모작입니다.  
부끄럽지만..  지금 제 심정 그대로를 나타낼 수 있어서
좋지않은 글이지만 살짝 끼워봅니다
혹 불편하신 분 계시면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이거 전부 제가 최근
제 카카오스토리에 전체공개로 올려두었던 거라
혹 제 지인중에 오유인 계시면 괜히
ㅇㅇ도 오유해?  라고 연락주시지 마요.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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