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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행동해야한다.
게시물ID : sisa_409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스탕소년
추천 : 0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9 01:29:32
현재 시국이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천인공노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그것을 문제삼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제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 (깁니다.)


저는 신방과 출신입니다. 

신방과나 이공계를 전공하시는 분들은 등록금을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5~10% 정도 더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실습비 때문이죠. 이미 알고계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학기중 사용하는 장비들(신방과의 경우 카메라, 편집기. 편집실.. 등등이 되겠죠) 의 유지 보수비나 신형장비의 구입비용, 커리큘럼에 들어가는 기자재들의 비용이 여기서 지출됩니다. 
다른 과보다 돈이 들어갈 일이 더 많으니 더 내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문제는 이 실습비 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등록금을 내는데 이게 정확히 얼만지,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1학년, 20살에 확과지 편집장을 인계받으면서 이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와 싸우고 괜히 일을 벌린다며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다른 학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 많은 대학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대략 서울시 내의 10여개 학교는 돌아다녔을 겁니다. 공통된 대답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얼만지 모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였습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실습비가 있는 줄 모르고, 심지어 학생회도 모릅니다. 
아는 경우, 돈은 걷어가는데 학교가 어디에 쓰는지 관심은 없습니다. 문제가 된 경우도 없고 이걸 왜 문제삼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하하.. 제가 이상한 건가 많이 고민했습니다. 

<우리만 쓰는 물건이고 우리가 더 내는데 왜 그 내역을 몰라야 하는가? 이러면 실습비를 남겨서 가져가도 아무도 모를텐데?> 


많이 싸웠습니다. 학교와 싸우고, 학생 처장과 싸우고, 학교 회계팀과 싸우고. 결과를 내는데 거의 1년이 걸렸습니다. 
아무리 알아봐도 정확한 액수를 안알려줍니다. 자기들이 얼마를 더 걷어가는지, 어디에 쓰는지 공개를 안합니다. 실질적으로 파고들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까지 주요처장들은 저 싫어했습니다.) 
1년 만에 얻어낸 것은 우리가 얼마를 내는지 '대략적인 액수' 와 '조교의 단독결정 사용 후 통보에서 정기총회에서 동의를 얻는 방식' 으로 말이죠.
조교의 독단적인 실습비 이용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 기구를 새로 만들고 그 기구의 장도 역임하면서, 
과칙도 바꾸고 새 규정을 채워넣은데 딱 1년이 걸렸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지지도, 관심도 그제서야 오더군요.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만든 뒤,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습니다.

전역하고 학교를 다니다 4학년 1학기에 정기총회를 참가했던 1학년 친구 (입학한지 한 달 된) 가 SNS에 글을 올렸더군요. 

정기총회에서 똥냄새 난다고. 그리고 댓글을 보다가 더 놀랐습니다. 이 의견에 동조하는 2학년생도 있더라고요. 

아마 정기총회에서 조교와 학생간 언성이 높아졌던 모양입니다. (저는 참가를 못했지만...)

" 편집실 의자를 바꾸는 것 (실습비를 사용하는 항목입니다) 을 왜 조교 독단적으로 결정하는가? "
" 품목의 결정을 하기 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가? 그 결정의 근거는 무엇인가? "
" 왜 학칙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학칙을 무시하는가? " 

등등 문제들로 대략 1시간 가량 전투적인 토론을 벌인 모양인데 그것이 1학년 친구에게는 똥냄새나는 모습으로 보였나 봅니다. 


허허... 기분이 나쁘고 어쩌고를 떠나서, 굉장히 슬펐습니다. 극도의 배신감과 후배에 대한 불신감 등등 ...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무언가가 그 근본부터 뿌리채 뽑혀나가는 기분이었네요.. 

' 아. 누구를 위하여 나는 그 지랄을 떨었던가. 나는 왜 학점도 학교 생활도 버려가며 이것을 만들고 캐냈는가? 
  누가 어떻게 쓰건 모르는 편이 마음이 편했을까.'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도 않는 SNS에 가입해서 그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쓸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 나는 옳은 당위성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맞는 것이다. 옳은 결정이었고, 옳은 결과였다. 그렇다면 왜 저 친구는 저런 생각을 했는가. 
  그 당위성을 찾기 위한, 학생의 권리를 위한 행동을 왜 저런 식으로 보았는가. 그것은 내가 우리의 결과와 우리의 생각을 다음 주역들에게 이해시키      고,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치와 생각을 후대로 넘겨주지 못했다.' 

변명과 같은 <전역을 하고 생활고에 치이며 칼졸업을 해야했기에> 라는 이유로 관심을 끊은 것, 행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 결국 그 학생이 냄새드립을 당당하게 올린 이유가 아닌가? 하고 말이죠. 

저는 궁극적으론 과정만을 바꾸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결과까지 전부 바꾸는 것을 실패한 이유는 그 때의 그 비판적 시각들을 이어줄 사람, 
바톤터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 전달이 되지 못하는 생각은 결국 죽은 생각으로 남습니다. 애초에 생각이 담고있던 가치는 사라지고 언어만이 남습니다. 
현재 어려운 시국에서 옳은 가치를 지키기위해.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모든 여러분들에게 제 경험을 통해 제언하고 싶습니다. 

힘들겠지만, 좀 더 행동합시다. 좀 더 이야기 합시다. 그리고 내가 가진 생각이 진실로 옳다면, 당당하게. 뜨겁게 말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에 우리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 생각을 다시 이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같은 지점을 향한다면, 우리가 가진 생각의 바톤을 이어주면서 함께 달려갈 수 있는 누군가를 늘려갔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운 밤, 불타는 금요일.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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