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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막화
게시물ID : panic_51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풀잎태양깜딱
추천 : 24
조회수 : 170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6/29 09:14:36
또 며칠을 밤이 지나고 낮이 지났다.
처음 "그것들"이 나타나고 한달이 조금 더 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라졌던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것들"이 변했다.
처음 봤던 "그것"의 모습인건 이제 몇마리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매일 처음본 모습의 "그것"이 문을 두드린다.
마치 ... 자기들도 변해야 한다는 듯 ...
네사람의 모습을 내놓으라는 듯 ...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 "그것들"은 이젠 사람처럼 생활한다.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다니기도 하고
산책도하고 운동도 한다.
여전히 온통 검은색이지만 "그것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비어있는 집들로 들어가진 않는다.
아직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건 모르는것 같다.
 
네사람은 ... 여전히 집에 있다.
언제 이들도 "그것"에게 흡수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
 
- 흡수가 되면 .... 행복할까 .... ?
정환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 정환을 쳐다본다.
 
 
-"그것들"은 평범하게 살고 있어.
더이상 우릴 위협하지도 않고 ..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어.
하지만 사람인 우리들은
언제 "그것"에게 흡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느낌이야....
언젠가 그랬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냐고 ...
"그것들"이 없어질때까지 우린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할거야 ...
우리가 죽기 전까지 .. 과연 "그것들"이 없어질까 ?
- .....
 

이후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머릿속이 복잡했다.
각자의 방에 들어갔지만 모두 잠들 수 없었다.
"그것"이 되는게 정말 더 낳은것일까 ... ?
 
 
 
아침이 밝았지만
모두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모두 .. 지쳤다 ...
감금아닌 감금을 한달 넘게 당하고 있다 ...
모두 어제 정환의 말만 곱씹고 있다.
"그것"이 되면 .. 정말 행복해질까 ?
"그것들"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
 
 
 
자기라도 기운을 내야겠단 생각에
미리는 거실로 나왔다.
사람들과 함께 사는동안 미리의 음식솜씨도
많이 늘었다.
그럭저럭 먹을만 했던 음식들이
지금은 아주 맛있게 만들어진다
- 훗 .. 시집가도 되겠네 ...
혼자 중얼거리다 왠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부모님께 제대로 된 밥한번 해주지 못했던 자기가
이제 음식을 잘하게 되었는데
차려드릴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생각에 ..
내가 해준 음식을 맛이 없어도 대견해하며
맛있게 드셔줄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생각에
본인도 무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참을 소리죽여 울던 미리는
이내 눈물을 닦고 상을 차린다.
 

- 다들 식사하세요 ~
미진의 부름에 방에서 나오는 사람들.
- 언니, 울었어요 ?
- 아니~ 양파가 매웠나봐
얼른 먹자 ~
빨갛게 부은 눈을 보며 묻는 미진의 질문에
변명하는 미리.
더이상 캐묻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는 미진과 민수.

- 정환씨는 ?
- 글쎄요 ...
- 아직 자는가보죠 뭐 ...
 
- 정환씨 ~
정환의 방앞에서 정환을 부르는 미리.

- 아직자요 ? 저들어가요 ~
기다려도 답이 없는 정환이기에
들어간다 말을하고 문을 여는 미리.
정환은 가만히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
- 정환씨 밥먹어요
- ....
- 정환씨 ... ?
- 미리씨 .. 앉아봐요 ..

아무말 없이 정환의 옆에 앉는 미리.

- 우리 여기서 언제까지나 살 순 없어요.
- 그렇죠 ...
- 이생활에 적응해서도 안되고 ...
- ....
- 내가 ... 나가볼게요 ...
- ....... ?
- "그것들"이 ... 더이상 우릴 공격하지 않는지 ...
공격을 한다면 아직 사람의 모습을 하지 못한 "그것"만이 공격을 하는건지..
내가한번 나가보겠다구요 ..
- 안되요 정환씨 ... !
- 혹시 내가 잘못되더라도 ...
- 그런소리 하지 말아요 ... 이젠 우리끼리가 가족이잖아요
가족이 목숨을 잃을지도 ... 두번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
안되요 .. 안되요 정환씨 ...

다시 눈물을 보이는 미리.
그런 미리의 눈물을 보며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정환.
- 나만 희생하면 ..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언제까지 우리 이렇게 살 순 없는거구요 ..
이젠 "그것"이 없는곳이 없어요 .. 동네 곳곳에.. 전국 곳곳에 "그것"이 있다구요 ..
- 그래도 안되요 정환씨 .. 정말 .. 안되요 ..
-  .... 휴 .... 알았어요 미리씨. 안나갈게요. 그만울어요 ..
나가지 않겠다는 정환의 말에
울음을 그치는 미리.
- 흑 .. 약속 ... 지켜요 ..
나랑 .. 흐윽 .. 약속한거에요 .. 흑 ..
- 알겠어요 .. 그만울어요 .. 저는 밥생각 없어요.
나가서 식사하세요..

무언가 결심한듯한 정환의 눈빛을 보지 못한 미리.
정환의 약속을 듣고 방밖으로 나간다

- 언니 ...
- 응 미진아, 밥먹자 얼른 ~
- 정환오빠가 나가보겠다면 .... 그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요 ?
- 뭐?
- 본인이 ... 선택한거잖아요 ..
우리 언제까지 여기에서만 있을 순 없는거고 ...
-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 우리때문에 정환씨가 희생할 순 없는거야.
- 그치만 ...
- 그얘긴 그만하자. 아닌건 아닌거야. 얼른 밥먹자.
 
처음이었다.
미리가 그렇게 딱 끊어 말한것은.
그동안 늘 사람들에겐 웃어주던 미리.
모두의 의견은 존중해주었던 미리였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미진.
이기적이란건 알지만 해볼만하다고는 생각했었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밤늦게까지 정환의 말을 생각하다 잠이 든터라
모두 잠이 부족했다.
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이들지는 못하는 세사람.
 
정환은 미리가 나가고 난뒤에도
계속 무언갈 생각하고 있었다.
동생의 얼굴도 생각이 났었고
자유로에서 처음 보았을때의 "그것"
마트에서 아저씨를 삼키던 "그것"
두번째 마트를 가던길에 보았던 동생을 닮은 "그것"
민수가 집으로 잡아왔던 "그것"
그리고 요즘 창밖으로 보이던 "그것들"
조금은 "그것"이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것들"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적어도 "그것들"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그것"이 되어버린 내 동생 ...
"그것"이 되었을지 모를 내 부모님 ..
"그것"이 되었을지 모를 내 친구들 ..
모두의 얼굴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간다.

모두가 "그것"이 된거라면
난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
왜 나만, '사람'인거지 ?
아니 ... 혹시 어쩌면 ..
"그것"이 '사람'이고 "그것"들에겐 내가 "그것"일지 모른다 ...
 
 
 
「 미리씨 .. 약속 못지켜 죄송합니다.
이걸 보실쯤 , 저는 "그것"이 되있거나
"그것"에게서 살아돌아오거나 ..
둘중 하나겠죠 .. ?
가능하다면 살아돌아오면 좋겠지만....
제가 만약 "그것"이 된다면 ...
되고나면 어떤지 .. 미리씨에게 말을 해주면 좋겠지만 ...
지금 미리씨도 알다싶이 "그것"과 우린 대화가 통하질 않네요 ..
그래서 ... 제가 "그것"이 된다면
미리씨에게 어떤 사인을 보낼게요 ...
지금 우리의 추측대로 "그것"이 가지고있는 사람의 모습 기억이
다 그대로 유지가 된다면요 ...
그게 맞는건지 아니면 우리가 틀린거고 그게 우연인건지 ...
가능하다면 찾아와 문을 세번 두드리겠습니다.
내 모습을 한 "그것"이 문을 세번 두드리고 간다면
미리씨, 미진이, 민수 .. 모두 "그것"이 되는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모습만 바뀔 뿐 우린 그대로인거니까요 ...
미안해요 약속 지키지 않아서 ...

옛날에 회사에서 어리버리하게 맡은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
미리씨한테 한번 혼난적 있었죠 ..
그때 참 미웠는데
지금은 참 고마워요..
함께 있게 해주고,
이런 상황에서 날 가족이라 말해주고..
미안해요 약속지키지 않아서 .. 정말 고마워요.」
 
미리에게 남긴 편지를 침대위에 잘 보이게 올려놓은 뒤 방문을 연 정환.
거실로 나오니 불이 꺼져있는데다 커튼까지 쳐놓은 터라
어두움속에서 희미하게 거실의 모습이 보인다.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만이 느끼는 바깥공기인지...
처음 "그것"을 보고 미리의 집으로 왔을땐
조금 쌀쌀했지만 따뜻한 봄이었다.
어느새 날씨는 여름에 접어들었는지
밤이었는데도 살짝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왠일인지 "그것들"도 조용한 밤이었다.
최근엔 예전처럼 포효하는 소리도 없었고
심하게 문을 두드리진 않았다.
물론 ... 아직 사람의 모습을 가지지 못한
"그것"의 문두드림은 있었지만 ...
 
- 철컹
무거운 소릴내며 열리는 대문.
비명같이 들리는 삐걱거림이 없어 참 다행이다..
집안의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겠지 ...
 
 
- 쿠오우웅 ....
마치 늑대의 울음처럼 들려오는 "그것"의 신음 ..
저 골목끝에서 먹이를 발견한듯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그것".
 

- 여긴아니야 ... 여기서 그러면 안되 ...
"그것"에게 말하는듯, 혼자 중얼거리던 정환은
집 근처에 있는 공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것"이 노린게 정환이 맞는 듯
"그것"도 정환의 뒤를 쫓아 오기 시작했다.
 
- 하아 ... 하아 ...
많이 멀진 않았지만 그동안 집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체력이 고갈된 듯 거친 숨을 내뱉는 정환.
공터로 달려온 정환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아직도 알수 없는 소리로 포효하며 정환을 쫓아오고 있었다.
정환에 공터에서 서있는 모습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단걸 아는건지 쫓아오는 속도를 늦추며
그래도 쉬지 않고 다가오고 있는 "그것"
 

- 어서와 ... 반가워 ...
 
어느새 대여섯걸음 앞으로 다가온 "그것"에게
조용하게 인사를 하는 정환.
"그것"은 어느새 본인의 몸을 부풀려 정환을 흡수하려 하고있다.
서서히 정환에게 다가오는 "그것"

정환은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않고
"그것"에게 본인의 몸을 맡기고 있다.
"그것"의 어둠속으로 서서히 흡수되어가고 있는 정환.
- 이제 .. 끝인건가 ....
 
 
 
정환이 나간 뒤
미리는 패닉에 빠졌다.
처음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을때
본인을 회사 밖으로 이끌어주고
위험할때 힘이 되어줬던 사람.
미진이나 민수가 그랬어도 마음아프고 속상했겠지만
더욱 의지했던 정환이기에 큰 충격이었다.

- 언니.. 정환오빠가 선택한거니까 그만 정신차려요 ...
죽으러 간건 아니잖아요 ...
"그것"의 모습으로 돌아온 동네 사람들처럼
정환오빠도 "그것"이 되어서라도 돌아올거에요 ...
그러니까 제발 정신차려요 언니 ...
 
 
정환이 나가던 날.
미리에게 정환의 선택이니 마음데로 하게 하자했던 말을
후회하며 미리를 다독이고 있는 미진.
사람이 들어온자린 티기 안나도
나간자린 티가 난다 그랬던가 ...
정환 한사람이 사라진거지만 집이 휑한 느낌이다.

정환의 편지를 처음 발견한건 민수였다.
아침이 되서 아무도 나오지 않은 거실에
제일먼저 나와 미리의 책을 읽다가
배가고파 식사를 준비하고
각자의 방에 노크를 하고 사람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미진과 미리가 나왔으나 정환의 방에선 아무 반응도 없었고
재차 노크 후 방으로 들어갔을땐 정환대신 정환의 편지만이 있었다.
미리와 미진을 불러 함께 편지를 본 뒤 미리는 패닉상태였고
미진과 민수는 미리를 달래며
어떻게 할 수 없는 본인들의 무능력함을 탓할수밖에 없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고
미리는 조금은 기운을 차렸지만
예전처럼 생기가 있진 않았다.
깨어있는 시간동안은 창밖을 보며 혹시나 정환을 닮은 "그것"이 있지 않을까
꼼꼼히 지나가는 "그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미진이나 민수도 마찮가지였다
"그것"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질 못하니
가끔 현관문을 열고 계단에 걸터 앉아있거나
방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정환의 모습을 한 "그것"이 없는지
내다 볼 뿐이었다.
 

정환이 사라진지 14일째.
"그것"의 움직임이 조금은 둔한 낮동안
미진과 민수는 자주 마당으로 나가 가벼운 스트레칭도 하고
담밖을 내다본다. 혹시나 정환이 올까봐 ...
시간이 많이 지났기때문에 정환이 "그것"을 피해 살아있을거란 기대는 없다.
 
 
밤 10시.
모두가 방에서 잠을 자고 있을 시간
아니, 잠에들려 노력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 쾅쾅쾅!

아주 오랜만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방에 누워 그 횟수를 세고 있다.
!!! 세번 !
정환이 약속한 세번 문을 두드린 뒤 더이상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환인걸까?!
약속이나 한듯 모두들 방에서 뛰쳐나와
거실창문을 열었다.
 

"그것"이었다.
정환의 모습을 한 "그것".

- 정환씨!!!!!!!!
"그것"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세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 크아우오웅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릴 내며 손을 흔들어대는 "그것"
어쩐지 웃고있는 "그것"을 보며
안심을 한다.
다행이야.. 참 다행이야 ...
 
 
 
 
미리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민수가 제제했다.
- 정환이형이라고 확신할 순 없어요.
- 아냐.. 저건 정말 정환씨야.
- 우연일 수 있잖아요 ..
- 약속한데로 세번문을 두드렸잖아.
그건 ... "그것"으로 변한대도 .. 이전의 기억은 있다는거고 괜찮다는 의미일거야 ..
정환씨는 우릴 부르려고 온거야.
- 누나. 정신차려요! "그것"으로 변해서 괜찮은게 어딨어요!
저것들은 괴물이라구요!!!!!
- 짝
민수의 뺨을 때린 미리.
황당한듯 쳐다보는 민수.

- 괴물이라니.
너희 부모님도 변하셨을 수 있어.
넌 .. 그럼 넌 너희 부모님을 보고도 괴물이라고 할꺼니?
- ....
- 정환씨도 우리한텐 가족이야.
"그것"으로 변하기 전에 우린 가족이었어.
"그것"으로 변하면 ... 가족도 괴물인거니?
괴물이니 버릴거니?
- 누나 ...
- 정환씨가 찾아온건 .. 우리에게 괜찮다는 의미야 ..
본인이 그렇게 약속했잖아 .. 해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
- 너무 .. 너무 믿고 있는거 아니에요 ?
- 믿을 수밖에 없잖아.
- 민수씨, 그만해요. 언니도 그만해요 ...
우리끼리 싸워서 어쩔건데요!!!!!!!
정환오빠가 찾아온게 우리에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우리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무작정 나쁘다고 할수도 좋다고 할수도 없는거잖아요.
- 정환씨말대로 ... 이렇게 감금당하며 사는것보다
"그것"으로 사는게 더 행복한걸지 몰라 ...
 
 

지금 이들의 상황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대문앞에서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정환을 닮은 "그것".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이 된 정환을 쳐다보는 세사람.
 
 
 
 
* 정환.

"그것"에게 흡수되고 얼마나 지난건지 모르겠다.
"그것"이 내게 달려들었을때
사실 조금은 겁이났다.
두번다시 '나'로서 살수 없을테니 ....
처음 며칠간은 "그것"의 시각으로 밖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통제를 할 수 없었고
"그것"이 움직이는데로 움직이고 "그것"이 보는것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쉬지않고 걸었다.
잠을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힘이 들진 않았다. 움직이는것은 "그것"이고
난 "그것"의 정신? 인격? 그런 종류인 것 같다.
그저 "그것"이 하는데로만 휩쓸려 다닐 뿐이다.
"그것"의 눈으로 보는 "그것들"은 "그것"이 아니다.
예전에 내가 보고 만지고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다.
몸은 편했으나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내가 쓰던 언어를 사용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고
웃고 떠들고 있다.
내가 알던 얼굴로 장난을 치고 울고 웃었다.

어느순간부터 "그것"에게 형태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저 검은 덩어리였던 "그것"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생겼고
목이 생기고 얼굴에 형태가 생겼다.
형태가 생기면서부터 서서히 내 의지로 "그것"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손을 올리려 하면 "그것"의 손이 올라갔다.
내가 왼쪽으로 가려하면 "그것"의 다리가 움직여 원하는곳으로 갈 수 있었다.

난. "그것"이 되었다.
 
내가 완전하게 "그것"의 몸을 지배하게 되었을때
"그것"이 완전하게 내 모습을 하게 되었을때
난 또다른 "그것들"과 사람의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모든것이 처음 "그것"이 나타나기전과 똑같았다.
내가 살던곳으로 갔을때 "그것"이 되어버린 내 동생과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동생은 오히려 날더러 어딜갔었길래
한달넘게 연락이 안된거냐며 내게 화를 냈다.
동생은 "그것"에게 당했던 기억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다고.
그날따라 오지않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아무도 없는 전철역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것이 우연이라 생각하며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그것"이 동생을 덮쳤고 이후 기억이 없다고 한다.
동생은 다행히 "그것"의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게 되었을 때
깨어난것이 아닐까 싶다.

마트가는 길에서 날 봤을때
동생은 "그것"을 보았다고 한다.
온통 검정색의 뭉치속에 "그것"이 있었다고 한다.
꿈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왠 검은 뭉치속에 들어가있어
헛것을 보는건가 싶어 빤히 쳐다봤던 거란다.
그 검은 뭉치는 한참을 서있더니 급히 어딘가로 갔다고 한다.

이상한건 건물들이 내가 '사람'일때 보던것과 다르다.
그런데 익숙하다. 마치 예전부터 내가 살던곳인 양 ....
 
 
미리씨와의 약속이 생각나 미리씨네 동네로 향했다.
'사람'일때 보던것과 너무나 다른 건물들 덕분에
미리씨의 집을 찾는것은 힘들었다.
주변에 있던 "그것들"에게 물었을때
다행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말하길 "그것들"이 아이를 잡아갔다가
한참만에 놔줬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탈진만 했고 목숨은 무사했다고.
그리고 무서운것이 있는 집이니 조심하라고 했다.

간신히 미리씨집을 찾았을때의 그 기쁨은 .... 말로할 수 없었다.
약속대로 문을 세번 두드리고
창문이 열렸을때 다시 가족을 만나는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집 안에 있었다.

"그것들"이 미리씨와 미진, 민수라는걸 안 나는
손을 흔들었고 나라고, 정환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만 있다.
그들끼리 얘길 하는 듯 그들이 크릉거리는 소리만이 창밖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람이었고 사람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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