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유과거] 운문 - 권태, 하얀 청춘, 옛 시절 옥탑방에선
게시물ID : readers_79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몬
추천 : 2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29 17:29:32
권태

겨울은 오고 있어서
내 입술은 건조해
그녀는 고백을 했고
남자는 알았다면서
바닥에 모로 누웠다

눈이 스민 아스팔트는
건조하다기엔 습해서
정자세로 누웠다가
습하긴 마찬가지였고
여자의 입술은 여전히 건조했다

곧이어 남자는 엎드리고
어차피 니 입술은 수시로 말라
마른 입술로 중얼거렸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볼 수 없었기에
그저 차갑다는 연유로
목을 슬슬 떨어댔고
날카로운 킬힐 소리가
여자의 마지막 언어였다

-------------------------------------------------

하얀 청춘

일일히 신분증을 꺼내야 하던
젊은 날의 타는 그리움으로는
담배 끝엔 불이 붙지 않는다

노인은 이젠 
차라리 타는 황혼으로
불을 붙이겠다며
지는 해를 바로 보고 앉아
황혼에 담뱃대를 얹은다

늘어서 있는 고층빌딩들이
져가는 해의 머리카락을
한 올까지 꼼꼼히 잠식했는 데도
담배는 여전히 허옇게 세 있다

노인은 등졌던 어둠으로 몸을 돌리고
이젠 돌아봤자 또 어두울 밖에는
중얼대며 라이터를 꺼낸다

---------------------------------------------------

옛 시절 옥탑방에선


썩어가는 생선의 눈깔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가슴 떨릴 수 있던
자린고비의 끝에서


그래도 항상
괴괴한 기타선율과
반쯤 쉬어버린 목소리로
좁은방을 채우면서
슬적 입꼬리를 올렸지


길바닥에 흩뿌려진 김밥에
눈독만 들여야 함을
아쉬워 할 수 있던
가난의 절정에서


그래도 항상
허세로만 쓰여진 시 한편
간드러지게 읽으면서
오줌이 마려워지면
푸르르 소름에 떨곤 하였지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