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유를 좋아했어요.
가장 자주 들르시던 게시판도 고게였어요. 난 기억해요.
혹시라도 엄마가 이 글을 봐준다면.. 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편지를 씁니다.
엄마,
저 이제 대학교 2학년으로 진급해요.
제가 1학년 2학기 수석이에요.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일등이에요.
엄마 그때를 기억하나요?
제가 초등학생때 장려상을 받아왔는데
애가 그릇이 작아서 장려상을 받아왔다고
엄마 저한테 실망하셨잖아요.
다음엔 장려상 말고 꼭 최우수상 받아오라고 저한테 그 상장 던지셨었잖아요.
아빠 출근하고 없을 때
엄마가 구둣주걱으로 저 때리시고는
나중에 같이 목욕할때 등에 시퍼런 멍 있는거 보고
애가 배알도 없이 맞고 다닌다고 저한테 욕하셨죠.
그거 엄마가 때린 거에요.
집안에 있기를 답답해하던 엄마가 결국 일을 얻어 맞벌이 하실 때
초등학교 4학년이던 제가 엄마 일 나가지 말라고 엉엉 울면서 못나가게 했을 때,
엄마 저한테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 던지고 나가셔서
다음날 새벽 3시에 들어오셨죠.
제가 아침에, 어제 몇시에 왔냐고 물어봤을때
엄마 너무나 태연하게 웃으시면서 12시에 왔다고 거짓말 했잖아요.
기억나요?
중학생 때 왕따 당하고, 울면서 집에 왔는데
40명 중에 26등 한 제 성적표 보고
저게 누굴 닮아 머리가 그렇게 나쁘나면서
집에있던 드럼채로 제 머리 후려갈기셨죠.
다음날 머리 감을 때 피가 배어나왔는데, 그거 말하려고 안방에 뛰어들어가니
엄마 아직 집에 안 오셨었잖아요. 전날 저녁 11시에 나가서.
그때가 아침 6시였는데.
고등학생 때 결국 집을 나가시고
거의 왕복 3시간 거리를 통학하던 제가
태풍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 엄마에게 전화했을 때
엄마 안 받았죠.
그때 학교가는 길은 참 멀었어요. 끝나지 않을 만큼요.
그렇게 엄마없는 생활을 하고
2년 겨우내 도시락을 싸는데
친구들이 싸오던 김치볶음밥이 참 맛있었어요.
제가 집에서 해봤는데 엄마가 하는것만큼은 맛이 없었어요.
아빠가 사주시던 김밥, 초밥, 비싼데서 사오시는 부대찌개와 두루치기 같은 반찬들은
정말 짰어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먹었으니까.
친구들은 그게 엄마가 해준건줄 알고 솜씨 좋으시다며 웃는데
전 그때 말해주고 싶었어요.
진짜 엄마가 해준 김치찜이 이것보다 백배는 맛있다고요.
그따위 머리로 아무것도 안될테니
대학가지 말고 기술이나 배워라,
엄마 아는 데 취직시켜 줄게, 라고 말씀하셨던 게
벌써 4년 전이에요.
저 수석했어요. 엄마가 그토록 바라시던, 일등요.
근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지금 엄마가 해주신 김치볶음밥이 먹고싶어요.
이번에 받은 장학금 사백만원, 그 한끼로 사면 안될까요.
만약 그런 기회가 있다면
고3때 싸들고 다니던 그 도시락통에 김치볶음밥을 담아서,
친구들과 함께 밥 먹으며 속으로 울었던 그 교실에서 그걸 먹고 싶어요.
이 미련도 집착도, 몇개없는 그 추억들도 다 그곳에 두고 새롭게 시작하게요.
저 희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