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1. 15. 목요일
마사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웹하드 등에서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의 유해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웹하드나 P2P에서 음란물을 찾을 수도 없고 송수신도 제한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음란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 유통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씨부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수차례에 걸쳐 “‘규제’를 단두대에 보내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자신이 제시한 국가의 시대적 요청이 ‘규제철폐’라면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일변도 행태는 정부 정책에 정확히 역행하는 처사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이를 시행하는 것은 현 정권의 묵인 및 암묵적 동조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하다.
청소년이 음란물을 접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함은 굳이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허나 대한민국은 청소년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성인컨텐츠가 일천한 현실은 외면하고 오로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국가정책을 시행한다면 이 나라 어른들은 어디가서 성인 문화를 향유한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하경제 활성화’(!)는 그저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등과 더불어 하나의 파기된 공약이자 한낱 사기질이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면적 ‘포르노 합법화’로 정당하게 세금을 걷는 것이 현 정권이 주창했던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일수록 도덕성에 집착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 정권은 두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이라는 엽기적인 규율을 선보였으며 뒤를 이은 군사독재 정권인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되도 않은 소리를 집권 첫 아젠다로 내세웠고 집권 정당 이름 또한 ‘민주정의당’이라 지은 바 있다.
이는 자신들의 취약한 도덕성과 정통성을 흐림과 동시에 정권에 반발하는 민중들을 ‘도덕’과 ‘사회정의’란 이름으로 속박하고 규율하여 정권에 순치시키려는 역겨운 꼼수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부정선거 사태로 태동부터 정통성이 훼손된 박근혜 정권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개입 사건으로 수사하려 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혼외자’ 꼬투리로 단칼에 날려버린 것에서 보았듯이 비선실세 십상시 파동으로 정권의 얼굴에 똥칠을 당하게 되자 ‘음란물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다시금 ‘도덕성’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현 정권의 수준을 미뤄 볼 때 일견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도, 3백여 명의 꽃다운 아이들을 수장시켜도, 공무원 연금에 손을 대도, 심지어 담뱃값을 올려도 정권 퇴진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지 않으니 아무거나 거침없이 막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은 그야말로 엄청난 착각임을 현 정권은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속칭 ‘야동’이라는 ‘성인컨텐츠’를 향유하는 사용자는 대한민국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야동은 남자만 보니까 많게 따져도 대한민국의 절반이지. 대한민국 전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론할 무지몽매한 자, 있을지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비디오 렌탈점에서 에로비디오를 대여해 가는 소비자 중 70%가 아줌마들이다. 남편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독재정권이 채찍만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3S (Sports, Screen, Sex) 정책’이라는 우민화 정책도 있잖은가. 왜 박근혜 정권은 이 좋은 정책은 놔두고 채찍만 휘두르려 하는가. 만약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반역사적, 반민중적 작태를 되돌리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박근혜 정권은 담뱃값 인상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전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명박산성’ 따위로는 막아내지 못할 정권의 재앙이 될 것임을 박근혜 정권은 똑똑히 새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 경고이다.
대한민국에 맞서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