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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한국좌파에 대한 소고-11
게시물ID : sisa_571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게시파2
추천 : 0/4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1/22 14:40:47
작성자: 구름~~
작성일: 2011-01-15 (토) 15:22
홈페이지: http://cloudstown.net

한국좌파에 대한 소고-11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려면 전염병이 처음 시작된 장소가 어딘가를 찾아야 하고, 그것이 감염되는 경로를 알아야 합니다. 시장이나 대합실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전염병을 집중적으로 옮기는 곳입니다. 전라도혐오증을 가장 집중적으로 유포하고 매개한 대합실이 어디일까요?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까?

그것은 6, 70년대 군대의 내무반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군인들의 평균 학력은 대재입니다. 세계 최고의 고학력군대입니다. 그러나 6,70년대 한국군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내무반에 대졸은 보기 힘들었고, 대재도 한 둘이었습니다. 중졸, 고졸이 가장 많았고, 국졸도 흔했습니다. 지금은 중졸학력은 징집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농촌에서는 여자들은 초등학교 나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고, 아들들도 장남이나 고등학교에 갔지 차남 이하는 중학교 나오면 감지덕지였습니다. 아들 하나가 공부를 잘하면 온 집의 재앙이었습니다. 아들 한 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열 형제가 희생해야 했습니다. 버스 안내양들마다 대학 간 동생이 있었습니다. 여공들이 안내양들이 하루 12시간 중노동을 해서 남동생 학자금을 보냈습니다.

사병들 대부분이 대재라는 지금의 군대에서도 기합과 폭행, 체벌이 근절되지 않는데 6,70년대의 내무반이 얼마나 야만적이었을까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빠따는 일상이었고 가혹한 기합과 체벌이 상시 벌어졌습니다. 

도시출신 사병들은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았고, 집안이 부유했습니다. 농촌 출신들은 학력도 낮고 집안도 가난했습니다. 영남의 기득권은 군대의 사병 내무반에도 그대로 유지되었지요. 인구수도 많았지만 정권의 실세가 영남군인들이었기 때문에 영남청년들의 사관학교 지원율이 높았고 그러다 보니 초급 장교들의 영남비율이 상당했습니다. 소,중대장은 사병들의 아버집니다. 이런 초급 장교들이 영남일색이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가 군대 표준어가 되었고, 영남 사병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애비들이 동향사람들이니까 기죽을 일이 없었지요. 그러나 호남 청년들은 달랐습니다. 입대하면 기가 죽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기대고 의지할 언덕이 없었습니다. 호남사투리는 매를 벌었습니다. 호남출신 사병들은 입대하자마자 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보다 눈치 빠르고 더 영악하고 더 아부하고 더 잘 보여야 하루하루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비굴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요. 그런데 호남출신이 일단 고참이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쫄병 때 비굴했던 만큼 고참이 되면 포악성을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지독한 시집살이를 했던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를 더 구박하는 것과 같은 심리의 소산입니다. 거기다가 학력이 낮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지성의 결여가 야만성을 제지할 자기조절력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군대생활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겁니다. 무식한 고참일수록 포악하다는 것.

그래서 당시의 군대에는 ‘호남 졸병만큼 부리기 쉬운 졸병이 없고 호남 고참만큼 모시기 어려운 고참이 없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모시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염라대왕이었지요. 악마 같은 호남고참 밑에서 졸병 생활을 한 사람들은 치를 떨었습니다. 호남 병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나이 되도록 남한테 큰소리 쳐보고 살지 못하다가 앞으로도 그렇게 살 가능성은 별로 없다가 생전 처음으로 남을 지배하고 남위에 군림하게 된 것이 바로 그때였기  때문에 자신의 한풀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됐습니다. 이때 아니면 자기가 언제 서울놈들, 경상도놈들, 충청도놈들을 이렇게 조져볼 수 있겠나 이 말이지요. 다른 지방보다 전라도 군인들이 더 두드러졌던 점은 졸병시절에 고참들에게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고참이 된 후의 악행이 더 사람들의 기억에 아로새겨졌다는 점입니다. 전라도 사병이 고참이 되면 제대하는 그 날까지 마음껏 원 없이 한을 풀고 군문을 나갔습니다.

전라도고참이 제대하고 나면 그 분풀이가 전라도 졸병에게 집중되었고, 전라도 졸병의 군대생활은 지옥같았습니다. 그랬던 만큼 고참이 되면 더 포악하게 굴게 되고... 이렇게 국방부 시계는 돌아갔던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에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로부터 전라도고참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치를 떨고 진저리를 쳤습니다.

타지방 사람들이 전라도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점을 말하고 칭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 안 좋은 점을 말하고, 결점을 말하고, 전라도 사람한테 피해 입은 경험을 늘어놓습니다. 뒤통수 맞은 일, 사기당한 일, 배신당한 일 등등...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항상 군대에서 전라도 고참한테 당한 기억과 응어리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라도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 중에 가장 강하고 가장 생생하고, 가장 직접적인 것이 바로 군대에서의 체험이더라는 것입니다. 

호남도 잘살게 되고, 호남인들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요즘의 군대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기 힘듭니다. 민주화되고 평준화될수록 오히려 영남인들이 군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영남의 꼴통기질이 드러나는 거지요. 숨겨져 있던 단점이 드러나고 장점이 묻히게 됩니다.

호남사람들은 자기들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호남인의 피해의식은 타지방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일까요? 호남차별, 전라도혐오증이라는 사회현상을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요? 호남사람들은 그 범인으로 박정희를 지목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는 호남을 차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조잡한 수단에 기대어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 측근 중에 누가 장기집권의 수단으로서 혹은 김대중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호남차별이나 호남인에 대한 흑색선전을 건의했다면 그 자리에서 불호령을 내렸을 사람입니다. 김대중을 이기려고 그런 조잡한 수를 쓸만큼 작은 사람이 아닙니다. 박정희가 호남을 차별했다는 어떤 증거도 흔적도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범인일까요?

두 번째로 피해자가 지목하는 범인은 영남인입니다. 이것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인데 그 수가 7백만에 달하는 집단입니다. 영남인들이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을 헐뜯자고 대동단결한 적 없습니다. 의도적이고 고의적으로 영남사람들이 호남인을 혐오하는데 앞장서자고 모의한 적 없습니다. 제가 영남인이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호남차별은 전국적인 현상이었지 영남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악랄하게 동족인 조선인들을 괴롭혔던 국소수의 악질적 친일파를 제외하고는 친일에 대해서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친일을 한 개인의 잘못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친일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은 개개인이 견뎌내고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에 개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친일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전부가 무지몽매했던 것에 있고, 왕으로부터 필부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 전부에게 죄가 있다 할 것입니다. 이완용한테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을사오적이 책임질 일도 아닙니다.

호남문제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문제는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온 국민 전체가 가해자이고, 온 국민 전부가 무죄일 수도 있습니다. 불과 반세기만에 다른 나라들이 2백년 3백년 걸린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어쩌면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비극일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가해자를 지목하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저는 특정할 수 있는 범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낸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호남에 대한 가해자가 누구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부터 호남차별이 어떻게 호남인들을 좌경친북으로 몰고갔는지 고찰해 보겠습니다. 지금 본원에는 많은 가족들이 내려와 계십니다. 다음 글은 아무래도 월요일에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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