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교 졸업이고 취업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 의욕도 없고.......
그냥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다가 이대로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의욕도 기력도 목표도 열정도 없고
지금 있는 저는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 같아요
무서워요
바깥이 무서워요
낯선 곳이 싫어요
익숙한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싫어요
사람들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기 힘들어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싫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친척들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타인 같아요.
난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요
오래전에 닳아없어진 나라는 이름의 과거를 붙잡고 연기하고 있는거 같아요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에요
표정이 지어지지 않아요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웃고 떠들고 무언가를 해도
머리 한쪽에서 내가 나를 관찰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살아있지만 살아있다는 감흥이 없어요
내가 나를 꼬집고 할켜도 그렇구나,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느껴도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연기하는거 뿐이에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에 타인과의 관계도 어려워요
가족도 그냥 익숙한 타인일 뿐이에요
혼자있고 싶어요
누가 내 공간에 있는게 싫어요
그냥 혼자서 살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걸리적거려요
타인의 시선이 걸리적거려요
울고 싶어도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착한 아이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도 말이 안나와요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나는 오래전부터 죽어가고 있었어요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부족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보통의 집안이었어요
부모님은 연애결혼이 아니었어요
엄마랑 아빠는 가치관이 달라서 늘 싸우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10년이 넘게 그 싸움을 지켜보며 자랐어요
이혼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 이혼은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일 때문에 떨어져살아요
제 성격은 아빠를 많이 닮았어요
무뚝뚝하지만 속은 여려요
츤데레 같은 성격이랄까요
초등학교 4학년때 저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깨우쳤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가 4학년 때였어요
아마 이쯤부터가 사춘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춘기가 언제 왔다갔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부모님조차도 몰라요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으니까요
하지만 저때가 사춘기의 시작이라면 겉은 조용해도 속은 큰 파랑이 일고 있었어요
죽음과 자살의 개념을 깨우치고 난 후 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방화와 살해, 자살 등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려냈어요
저는 언니와 동생과 사이가 딱히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동생은 남동생인데 제가 힘이 약해서 늘 남동생한테 당하고 살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늘 죽이는 것은 남동생이었어요
실천으로 옮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라고는 하나 사람을 죽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베개로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 시키거나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등의 뻔한 생각이었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5학년이 되었어요
그쯤의 저는 살해에 대한 욕망을 거의 떨쳐낸 뒤였어요
하지만 살해 대신 자살의 욕망에 시달렸죠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제가 왜 살아야하는지, 내가 사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저는 무기력하고 게으른 고깃덩어리니까요
잘하는 재주도 없고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하는게 없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그야말로 병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손으로 목을 조르고 목을 맸어요
소위 세탁소 옷걸이로 부르는 하얀 옷걸이를 늘려서 문고리에 건 뒤 목을 걸었죠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어요
목이 졸렸으니까요
저는 소심한 겁쟁이라 자살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어요
한 번은 정말 골로 갈뻔했는데 그건 아마 제가 중학생 무렵일 거에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어요
6학년때는 자살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대신 자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목을 조르고 얼굴을 할퀴고 뺨을 때리고 손등과 팔을 쥐어뜯고 머리카락을 뜯어내고
팔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벽이나 장롱에다 머리를 박았어요
저는 물건을 부수는 대신 저를 부수기로 한거죠
다쳐봤자 상처는 나으니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제가 싫고 가족이 싫고 사람들이 싫고 세상이 싫어요
그때 콱 죽었어야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6학년때까지는 자해를 신나게 했어요
손톱으로 팔을 뜯어봤자 껍질이 살짝 벗겨지거나 피가 살짝 나는 정도 밖에 나지 않았어요
약한 자해죠
그리고 중학교 들어서서는 자해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정말 짜증나고 스트레스가 치솟아 올랐을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을 뿐이었어요
손톱으로 손등을 괴롭히거나
그리고 대망의 날이 왔어요
정말 죽을 뻔 한 적이.
언니가 없었던 걸로 봐서는 중2나 중3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부모님이 심하게 싸웠어요
정말 시끄럽게 싸웠어요
아빠가 물건을 부수는 버릇을 고친 뒤로는 거의 처음으로 물건이 박살날 정도로 큰 싸움이었어요
당연히 이혼 이야기도 나왔어요
불꺼진 방에 앉아있는 저는 그렇게 우울할수가 없어요
나는 왜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어요
살아있는 이유따윈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살아있어서 살아있는 거였으니까요
만약 고통없이 죽을 방법이 있다면 주저없이 그 방법을 선택할 거에요
그 큰 싸움에 이불 속에서 저는 울었어요
삶에 대한 회의감이 짖게 들었어요
그리고 위에서 말한 방법과 같이 문고리에 옷걸이를 걸고 옷걸이 사이에 목을 걸었어요
목이 조이고 머릿속이 까매지고 정말 죽을거 같았어요
하지만 숨이 통하지 않아도 딱히 괴롭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어요
그때 정말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울 따름이에요
어쩌자고 유언을 쓴답시고 옷걸이를 벗었는지 모르겠어요
유언을 쓰다보니 생각과 정신이 정리가 되더라구요
그 뒤로 저는 죽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지금도 살아있어요
하지만 진짜 저는 그때 죽지 않았나 싶어요
아니면 그 사춘기로 추측대는 무렵부터 지금까지 서서히 죽어가고 있던가요
지금 되돌아보면 초등학교때의 저와 중학교, 고등학교, 현재의 저는 확연히 달라요
정신적인 상태에서요
부부싸움은 자녀에게 전쟁과 같이 느껴진다는 말은 사실인거 같아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저는 밖이 싫고 타인이 싫어요
혹시나하는 생각에 로또를 사도 운이 없는저는 5등조차 걸리지 않네요
그냥 조용히.. 은둔하면서 살고 싶은데
자택근무따위를 하며 조용히 살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겠죠
전 밖에 나가야하고 타인과 만나고 아무것도 없는 거짓 웃음을 짓고
부서져내려 비어진 속은 영원히 비어있겠죠
고등학교때만해도 소설 쓰는게 좋아서 소설에 열을 올렸는데
제작년까지만해도 신나게 쓰던글, 지금은 별로 못쓰겠어요
머리가 죽어버린거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