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집권 초기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나오는 말썽들을 보며 노무현 시절이 그립다느니 일류대출신의 대통령보다 고졸출신 대통령이 더 낫다느니 하면서 은근히 감싸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마디로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망치는 '공범'이다.
그들의 논리는 뻔하다. '실력도 없이 학력만 있는' 이명박에 비해 '학력은 없지만 실력은 있는' 노무현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고 우리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저 진정한 능력제일주의자들의 변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모든 것을 공정한 시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온정이 넘치는 훈훈한 사회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하다. 그들의 논리라는 것은 애초에 논리를 구성할 기반이 전혀 없다. '실력없고 학벌좋은' 사람의 숫자와 '학벌없고 실력좋은'사람의 숫자가 통계적으로 나올 수 없고 그들의 연간 수입과 사회적 대우를 수치적으로 환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학벌에 비해 실력이 있다 없다는 것을 판별하는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학벌은 없지만 실력은 있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선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대안이 없다. 누구는 시험을 보면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고, 이미 외국은 시험을 통해서 학력이 아닌 능력을 따져보고 인재를 선발한다느니, 한국만큼 학벌을 중시하는 나라는 없다느니, 어느 회사는 입사원서에 학력난을 없앴다느니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고졸자들 중에서 대졸자를 능가하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 시험장에 고졸자들까지 끌어들이는 수고를 해야 하나? 그리고 대졸자 중에서 고졸자보다 처지는 사람이 많아봤자 몇이나 되겠는가?
자꾸 학벌말고 실력으로 평가하자고 하는데 현대사회에서의 '실력'이란 무엇일까. 그 단어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현대사회에서 '실력'이라는 것에는 그사람의 체력, 정신력, 외모, 집안배경, 화술, 학력, 경력, 재력, 성격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탁월한 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외모와 내성적 성격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말이다. 위와 같이 수많은 '실력'의 구성 요소 중에 어째서 '학력'이라는 것만 따로 떼어내서 예외로 쳐 주자고 하는 것일까? 때문에 대통령은 학벌도 좋고,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고, 배경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노무현이나 김대중은 애당초 대통령감이 못되는 인물들이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못했다.. 이것도 변명이라고 하는지; 그렇다면 정말 죽도록 가난해서 새벽에 신문배달하고 낮에 공부 코피나게 해서 4년간 장학금 받고 졸업한 사람들은 외계인들인가? 그 변명의 논리로는 고학력자들을 집안형편이 되서 배부르고 등따숩게 부르쥬아생활이나 하며 공부안하고 졸업장만 따려는 놀고먹자 대학생으로 매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누구는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대학을 못갔다고 하는데, 어짜피 세상은 나부터 살고보는 것이다. 동생들은 각자 벌어서 살라고 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하고 알바해서 대학을 갔어야 했다.
동국대에서는 4년제대학을 나오지 못한 이윤택을 그동안 연출부문에서 많은 공로를 세웠다하여 교수로 채용했는데, 웃기는 소리다. 학벌도 자격증인데, 이건 완전히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에게 대형트럭 운전을 맡긴 꼴이다. 이런 인간이 교수한자리 꿰차고 앉아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학벌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인정을 해야 한다? 참으로 온정이 넘치는 훈훈한 사회이다. 그러한 과도한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망치는 주범이다. 연예인들이 고리 사채광고에 출연하여 그 수익으로 명품을 걸치듯이 자격도 없는 것들을 너그러이 받아주는 풍토가 진짜 범인이지 애꿎은 고학력자들을 걸고 넘어져 봤자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다.
학벌도 쉽게 딴 거 아니다. 어떤 사람은 능력을 위해 학벌이 있는 것이지, 학벌을 위해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능력을 키우기위한 노력이 가치있는 노력이지 학벌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가치없는 노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소매치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해도 노력인 이상 가치는 있다. 모든 노력은 숭고한 것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회사에 학벌도 없는 게 능력만으로 입사해서 여러분과 동등한 지위에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때도 과연 당신들은 그들을 '온정'으로 감싸주며 "그래, 실력보다 학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탓하자"며 등을 토닥거려 줄 수 있을까? 자신이 겪었던 지옥같은 입시경쟁과 학자금융자와 기말고사의 스트레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도 그러한 성인군자를 자처할 수 있겠느냐 이말이다. 누구는 지옥같은 입시경쟁과 학자금융자와 기말고사의 스트레스들을 겪고, 누구는 그런 것들을 전혀 안 겪고, 같은 지위에 올라 같은 대우를 받는다니,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정치도 마찬가지고 시국도 마친가지다. 때문에, 나는 노무현 김대중을 절대로 밀어줄 수 없다. 아무리 시원찮아도 일단은 이명박을 밀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번 대통령이 서울대출신이 된다면 그때는 더욱더 밀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은 겨우 고대졸이지만 그는 서울대졸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실력이 명백히 검증된 일류대졸자와 자격도 없는 삼류대졸과 고졸자들을 "학력 대신 능력"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이렇게 감싸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명박이 실수 좀 했다고 해서 이명박을 겨우 고졸 밖에 안되는 노무현보다도 못한 인간으로 비하시키려는 사람들 또한 이렇게 많다니 정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