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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통하는 길.-청년가난에 대한 글
게시물ID : sisa_5722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파람
추천 : 12
조회수 : 41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1/26 2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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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dp.or.kr/previous/index.php?table=column&mode=view&sno=100&search&field&cate&b_idx=14

외국에서 빈곤의 실존은 ‘슬럼’을 통해 입증된다. 슬럼은 수만~수백만 명이 모여 사는 빈곤주거지역이다. 범죄·마약·질병 등의 소굴이다. 일단 빈곤 주거 지역으로 소문나면, 농촌과 외국에서 떠나온 가난한 이들이 모여든다. 한국에는 미국·남미·유럽 등에 현존하는 슬럼이 없다. 슬럼의 초기 모델이었던 ‘달동네’조차 사라졌다. 도시 개발이 이들을 몰아냈다. 60년대 청계천, 80년대 상계동, 90년대 난곡 등을 거치며 빈민촌의 거의 전부를 도시에서 밀어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그 효과는 확실하다. 한국인들은 빈곤을 체감하지 못한다. 한 블럭 건너 범죄·마약 소굴이 있는 뉴욕·런던·파리의 부유층과 어딜 가도 연립주택이 들어선 서울의 부유층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인지하는 더듬이가 다르다. 한국에서 빈곤 노동은 ‘투명 노동’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투명한 인간이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가난이 없다 치고’ 사는 일에 길들여진 것이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문제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온 가난한 노동공간이 있긴 하다. 구로디지털공단은 서울 도심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번듯한 빌딩의 밀집지대다. 빈곤을 티내지 않는다. 공단 안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물론 거기 들어가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전자부품을 만드는 소공장인데, 납을 비롯해 각종 화학약품이 가득한 곳에서 환기·냉난방 시설도 부족한 가운데 20대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절대로 도시인들에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들의 폐와 혈관에 축적되는 중금속도 절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들 역시 도심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있긴 하다. 편의점·대형마트·커피전문점·백화점 등에서 일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가난의 표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모든 청년 노동자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은 빈곤을 탈색시킨다. 백화점 매장을 지키는 아름다운 20대 여성 거의 전부는 시급 4천원짜리 계약직이다. 우리 곁에서 일하는 빈곤 청년은 자신의 가난을 ‘화장’한다. 화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을 곁에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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