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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개소리,
게시물ID : soju_5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탄의사수
추천 : 1
조회수 : 121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12/22 03:07:31
이런 게시판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영광이고 저에겐 얼마나 감사해야 할 존재인지 모르겠고 근데 이 정도 수준의 글 밖에 못 쓰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뭐랄까 이런 글 써도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알지만 누구나 생각이 있으면 말하고 싶고, 말할 사람이 없으면 글로라도 남기고 싶고 하는 거니까...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가치도 없고,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고, 아무도 슬퍼하거나 웃어줄 수 없고, 훈훈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정말 병신같은,
그런 개소리를. 써요.
이 곳에.
이유도 없이, 술 한잔 했으니까요.

분명, 나는 그녀 곁에 있었고, 그녀도 나의 곁에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랑하는 사이로, 행복하게. 길을 걷다 마주치는 흔한 연인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도 그들이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 순간이 영원한 그런.
연인들처럼.
우리는 서로의 곁에 존재했다.
그런 순간만을 보면 아마도 이상적이리라고 생각한다. 길을 걸으며 장난도 치고, 아까 누구랑 만났는데 그 사람 화장이 떴다고 말하려다 그 사람 말이 너무 많아서 내가 말할 기회를 잊어버렸다. 근데 그 사람 화장 언제나 떠 있는 것 같다 하는 따위의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다가, 길을 걷다 들리는 발라드를 같이 흥얼거리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거나, 당신의 머릿결을 쓰다듬다가 나도 모르게 목덜미를 끌어안고 입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나, 하는 정말 순간적인 일상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당신은 어땠을까,
당신은 어땠을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를 처음 만난 날부터, 헤어지고 나서도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신이 일상 속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순간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떠서 모닝콜이랍시고 졸린 목소리로 전화를 하면 당신은 먼저 일어나서 "이제 일어난 거야?"하면서 핀잔하던 순간에서, "아으, 이제 진짜 졸리다, 나 잘래"하면 "벌써 자?"라고 대답하던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대답하며 잠들던 순간까지. 그 하루 속에서 얼마나 당신이 나를 생각하고, 나를 사랑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몇번이나 물어보고 대답했지만...그저 사랑하다는 대답만으론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이해가 아니라 그냥 알고 싶었던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왜,
당신같이 좋은 사람이,
나같은 쓰레기에게, 나같이 모자란 사람에게,
사랑을 주었냐는 것이다.
정말 나 같은 사람은 사랑할 가치도 없고, 나란 사람은 이 세상 누구보다 못할 거란거, 알고 있었으니까. 나같은 사람 사랑하면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하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했던 건,
내가 당신의 미소 한번에 셀 수도 없이 생에의 구원을 받았으니까. 그대가 내 삶 속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나 스스로가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할 수 있었으니까. 그대가 빛남으로 인해서 나도 빛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언제부턴가 그런 게 싫어졌다. 나는 언제나 어두운데, 당신에게 빛을 줄 수 없는데, 당신은 왜 나를 비춰주는가. 이건 너무나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당신을 위해 빛나려고 했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빛내는 것도 힘겨워서,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에게 빛을 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런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의 곁에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나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당신에게 빛을 전해주러 가는 현실이라는 길은 너무나도 길고 복잡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신에게 줄 모든 것을 흘리고, 잃어버리다보니까...당신에게 도착할 때면 언제나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우리의 짧은 인연은 끝났다. 당신 앞에 빈손으로 서 있던 나를 몇번이나 발견하면서. 끝이나 버렸다.
당신과 헤어진 것이, 당신에겐 무척 잘된 일이라고, 아직도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니었다.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어떻게해도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니까. 예전에도, 지금도, 아마...앞으로도.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나라는 사람을 혐오하며,
그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으며,
사랑을 부정하며,
그저,
당신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내가,
우습지만..
나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당신은,
당신만은,
내가 죽을만큼 힘들어도,
죽을만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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