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멕시코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메인스타디움에는 수백명의 마라토너들이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출발신호가 울리자 선수들은 힘차게 뛰쳐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선수가 그만 옆 사람과 부딪치면서 스텝이 꼬여 길 위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이내 대기 중이던 의사들이 달려왔고 이 상태로는 뛰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넘어진 선수는 가난한 나라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의 마라토너였습니다. 삐쩍마른 몸에 휑하니 들어간 그 커다란 눈에는 금세 절망과 슬픔의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나간 선수들을 망연자실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발 뛰고 넘어지고 두발 뛰고 고꾸라지고 세발 뛰고 나동그라지면서도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몸으로 달리지 않고 정신으로 영혼으로 달렸습니다. 그가 그렇게 메인 스타디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들이 다 꺼져 있었습니다. 언제 올지, 혹은 안 올지도 모르는 가난한 나라의 부상당한 흑인 마라토너를 기다리는 심판들의 지루하고 무의미한 몸짓만이 결승점의 희미한 전조등 속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모두가 그를 단념할 무렵 그는 메인 스타디움의 결승점에 골인했던 것입니다.
그리곤 결승점을 너머서자마자 그대로 넘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달려와 담요를 덮어주고 그를 안아 일으켰을 때 그의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19회 멕시코 올림픽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