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희야.
네 죽음의 방법은 박살이었다.
박살이 뭐냐.
때려죽인다는 말이다.
물론 처형방법은 다양하다.
찌거나 삶는 방법도 있고, 굽거나 태우기도 하더라.
때로는 굶기는 것도 있고 인류가 생각해 낸 끔찍한 형벌만 수 백가지야.
그 뿐이냐.
찌르면 척살이요 베면 참살이다.
총으로 쏘면 그야말로 총살이 되겠지.
나는 이렇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 중에
놈을 죽일 방법으로
박살을 선택했다.
왜냐면
이토록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석궁은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할 정도로 크고
총은 구할 길이 없어.
설령 구한다 해도 소음은 또 얼마나 크냐.
절대로 남의 눈에 띄어야지 말아야 할
최종병기가 이렇게 눈에 잘 띄면 곤란하겠지.
게다가 위의 무기들은
마땅한 연습장소도 없고 연습을 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십상이지.
무엇보다 거추장스럽다.
다만 박살로 정하기는 했지만
맨손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두희야.
나는 암살방법조차 쉽지 않다.
사람이 주먹으로 아무리 세게 내려친 들
뼈가 부러지는 일은 있어도 죽음에 이르게 하기는 어렵겠지.
게다가 경호원이 24시간 놈의 주위에서 상시대기하고 있어.
틈은 아예 없다고 봐야지.
하지만 어떻게든 단 한방으로 놈을 박살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쇠망치밖에는 없을 것 같다.
불시의 기습으로 한방필살을 노린다.
즉 머리 윗부분의 정수리를 강타하는거지.
그렇다면 맞은 사람은 순식간에 쇼크로 주저앉게 되고
그러면 곧장 경호원이 덮칠게 틀림없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두 번째 한방은 덥쳐오는 경호원을 막기 위함이고,
세 번째 한방의 기회가 만에 하나라도 온다면
그때는 놈의 인중을 가격하는 게 좋겠지.
물론 가장 좋은 건 첫 한방으로 깨끗하게 끝내는거지.
아무리 많아봐야 최대 세 방 밖에는 기회가 없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단 한방.
시간으로 따져도 순식간이지.
거사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아무리 길게 잡아봐도 공격부터 체포까지 순식간에 일어날테니
10초 이내로 모든게 끝날거야.
여하튼 목적을 달성하려면
강철도 순식간에 반토막을 낼 수 있는
초고수압 프레스 정도의 엄청난 힘과 가속도가 필요해.
그러려면 도구의 강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돌이 가장 구하기 쉽지만 돌은 생각보다 경도가 약해.
잘 부서진단 말이야.
그래서 생각한 끝에 골라낸 도구가 망치다.
그것도 단단한 대리석을 부수는데 쓰이는 석공용 돌망치가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아.
이것저것 알아보니 끝이 끌처럼 뾰족하고 넓직한 돌망치가 있더군.
그 망치로 얼마 전에 인적이 드문 산 속 계곡에서 단단하게 생긴 바위를 내리쳐봤다.
망치에 닿자마자 표면이 일자로 쩍 갈라지더니 순식간에 반쪽이 나더군.
물리법칙같은 건 잘 모르지만,
엄청난 힘으로 내려찍으면 놈의 머리에 난 구멍에서 뇌수가 철철 흐를 거야.
사람의 두개골을 완전히 부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뇌수가 흘러내릴 정도면 충분해.
만에 하나 바로 죽지는 않더라도
박살이 난 머리와 눈과 귀, 코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겠지.
이 치명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혹시 살아남는다 해도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할거야.
평생을 끊없는 수술과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하지.
그 다음에?
다음에는 어떻게 하냐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단 하나 분명한 건 내가 체포 된다는거지.
체포되기 전에 우선 경호원이 힘으로 나를 제압하겠지.
그것도 아니면 경호원에게 총을 맞고 즉사하거나
총상을 입은 채로 체포당하겠지.
어찌됐건
난 굳이 성명서 같은 건 발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뭘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성명서까지 내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변호사같은 건, 쓸 돈도 여유같은 것도 없으니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길게 얘기 했지만 결론은 간단해.
내가 수 많은 응징방법 중에 박살은 택한 것은
그 방법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점이지.
이건 시간을 두고서 무언가를 캐내려 애쓰는 고문이 아니니까.
살아있는 채로 능치처참을 해도 속이 시원치 않을 놈을,
굳이 이 땅에서 편히 숨쉬며 천수를 누리도록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두희.
네 죽음이 그랬듯이 놈이
제 아무리 나이가 들고 힘이 없다고 해서
봐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걸 꼭 기억해라.
두희.
너와 놈이 그렇듯 악마는 결코 늙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도 악마는 결국 악마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