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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닉네임 소설 - 핑보 이야기(1)
게시물ID : humordata_14095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맞춤법학과장
추천 : 1
조회수 : 129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7/04 00:15:13
오늘 오유분들의 닉네임으로 소설을 쓰겠다는 약간은 저에게 버거운 도전을 해봤어요

ㅋㅋㅋ 어거지도 많이 나오고.... 쓰는데 시간도 정말 많이 걸렸지만

지금까지 일단 60분 넘는 닉네임으로 소설을 적었습니다.

소설 내용이 워낙 산으로 가다 보니 결말까지 한참 남았는데요...

리플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썼던 소설 보기 좋게 정리해 보려고 게시글을 하나 더 씁니다. 

이 게시글에 달린 리플은 소설 진행에 반영하기 힘들 것 같구요....

혹시나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706714&s_no=706714&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344483

에서 리플 달아주세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리플 달아주신 모든 분들 등장하는 소설 완성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내용 올릴게요

길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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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어느 마을에 맞춤법에 민감한 맞춤법학과장이 살았습니다.

/힘의 원천 /김밥장인

맞춤법학과장은 어떤 잘못된 표기도 한 눈에 찾아내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힘의 원천은 천 원짜리 김밥이었습니다.
물론 아무 집에서나 파는 보통 김밥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먹는 김밥은 종로의 한 김밥장인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김밥장인은 틀린 맞춤법을 툭 튀어나오게 보이게 하는 김밥, 여자를 남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김밥, 노래를 맛깔나게 잘 부르게 만드는 김밥 등을 만들었습니다.




/DNA이중나선

하지만 김밥장인의 김밥은 악마의 김밥이었습니다. 맞춤법학과장은 몰랐지만 그의 몸은 서서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있었습니다. 김밥을 먹을 때마다 그의 DNA 이중나선은 경미한 화학 반응에 의해 조금씩 변형되어 갔습니다.




/난썩엇어 /현자와지루

어느 날 아침 맞춤법학과장이 잠에 취해 있을 때 문자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났습니다.
'띠링'
문자를 확인했을 때 맞춤법학과장은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스팸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지?'
하지만, 아차! 하는 마음에 다시 문자를 본 맞춤법학과장의 눈썹이 떨렸습니다.
'이...이건!'

- 난 썩엇어. 뭘 봐도 이제 발기가 멈추지 않아. 음란마귀의 끝판을 보신 분들 클릭하세요. 현자도 보통사람도 조루도 지루도 신나게 한 판! 벗기기 고스톱 '현자와지루!'




/DSLR어린이반 /리해랑 /살려주세요

맞춤법학과장이 가장 싫어하는 표기 실수는 'ㅅ'받침과 'ㅆ'받침을 혼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항의를 하기 위해 '벗기기 고스톱 현자와 지루'에 접속해 고객센터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아무리 클릭해도 접속할 수 없었습니다. 링크가 이미 끊어져 있던 것이었습니다. 맞춤법학과장은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피부가 점점 푸르게 변해갔습니다.
'찰칵!'
창 밖에서 셔터 누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건 또 뭐야!'
화가 난 채 푸른 얼굴의 맞춤법학과장이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린이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조그만 상체에는 명찰이 붙어 있었습니다.
-DSLR어린이반 리해랑
'리해랑? 조선족이군...'
아이는 꽁꽁 얼어붙은 채 겨우 입을 떼 말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엉?
맞춤법학과장은 의아했습니다. 살려달라니...


/자동완성설정 /김문도

"얘야, 난 너한테 화난 게 아냐."
맞춤법학과장이 아이를 달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뒤돌아 달아났습니다.
"괴물이다아!"
창가에 선 맞춤법학과장은 그제서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피부가 쭈글쭈글한 푸른 오렌지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헉...
그는 급하게 커튼을 치고 거울을 꺼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손을 꼬집고, 뺨을 툭툭 때려보았습니다. 거울 속에 있는 괴물의 뺨에 푸른 손이 철썩이며 부딪칩니다.
그는 급하게 컴퓨터를 켜고 검색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뭘로 검색해야 하지?'
아무 의미 없이 이 글자 저 글자를 치고 있는 그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푸른... 괴물... 피부... 홧병....
그가 글자들을 썼다 지웠다 하는 동안 검색창에는 그와 무관한 수 많은 단어들이 자동완성설정에 의해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좌절한 그가 아무 의미 없이 'ㄱ'을 쳤을 때 자동완설설정에 의해 '김문도'가 검색창에 입력되었습니다.
'김문도? 이건 뭐지?'



/살아있어 /푸른겨울하늘

맞춤법학과장이 '김문도'를 클릭하자 검색 페이지에는 하나의 웹페이지만 검색이 되었습니다. '전설의 섬 김문도'
그가 그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그의 19인치 구형 모니터는 마치 평면이 아닌 입체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김문도의 강한 생명력이 모니터 안으로 학과장을 끌어당겼습니다. 그는 그저 입을 벌리고 그 황홀경에 넋을 놓았습니다.
섬은 기이하게 생겼습니다. 온통 바위뿐인 섬의 꼭대기엔 평평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파도가 일정한 방향 없이 섬만 때리려 치고 있는 것이 마치 원죄로 인해 신의 벌을 받는 신화 속의 여러 죄인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래... 난 아직 살아있어."
모니터에 비친 맞춤법학과장의 괴물 같은 입술이 들썩이자 예전과 같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아직 내가 죽은 건 아냐. 어쩌면 이 섬에서 내 일상이 틀어진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르지..."
아무런 논리적 이유도 없지만 그는 그런 강한 믿음이 들었습니다.
섬 뒤로 펼쳐진 푸른겨울하늘에는 커다란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아기병아리 /노예23호 /듣보레전설

그때였습니다.
그의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아기병아리'라는 발신자가 떴습니다.
'누구지?' 그는 받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여보세요?"
"노예 23호!"
"네?"
"뭐야~ 잘 잤어?"
"누구...시죠?"
"압! 오빠 뭐야~ 그런 장난 재미 없거든?"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학과장은 머리가 욱씬거렸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나야, 지은이"
"지은이?"
"맞춤법학과장 오빠 아니에요?"
"맞습니다만..."
"오빠 실망이야. 우리 어제부터 사귀기로 했잖아. 기억 안 나?"
"글쎄....처음 듣는 이름인데..."
"오빠가 나 완전 듣보레전설이라고 놀리고 다녀서 이름도 기억 못하는 거 아냐?"
"듣보레전설?"
"..."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한참을 흘렀습니다.
"오빠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그냥 나랑 장난친 거였어?"
"..."
맞춤법학과장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팠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끊어. 연락하지 마. 미안해. 나 혼자 김칫국 마셔서. 그리고 그렇게 살지 마."
"아니, 나는...."
맞춤법학과장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려 급하게 말을 건네 보았지만
이미 상대는 전화를 끊은 후였습니다.



/나는고래 /자다깬 /안빈낙도 /냠냠?

맞춤법학과장은 끊어진 전화기를 보며 한숨을 후우 내쉬었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멍한 그의 눈에 모니터에 활기 넘치게 살아 있는 섬, 김문도가 보였습니다.
갈매기의 옆으로 고래가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고래?'
그는 잠깐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모니터를 보았습니다. 역시 고래였습니다.
'이상할 것도 없지. 자다 깬 후로 모든 게 다 이상하니...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난 가난하지만 불만 없이 즐겁게 살았는데 말야. 안빈낙도의 삶도 천벌을 받을 일이었단 말인가...'
그는 방을 둘러 보았습니다. 역시 사치스럽거나 욕심에 젖어 분수에 벗어난 물건을 산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냠냠"
갑자기 그의 목 뒤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냠냠?"
그가 고개를 휙 돌리자 귀여운 여자아이 하나가 잠옷을 입고 서 있었습니다.
"냠냠"
여자아이는 빨간 사과를 한 입 베어물고 커다랗고 순진한 눈빛으로 괴물 같은 맞춤법학과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핑보크지 /사카린S2 /롤끊을거임 /소라양o

"핑보 크지?"
여자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말했습니다.
'핑보 크지? 핑보가 뭐지?'
괴물 같은 얼굴의 맞춤법학과장은 무슨 말인지 몰라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아인 또 뭐야?'
"핑보 크지?"
"저 정도면 그다지 큰 건 아님"
여자아이의 계속된 질문에 남자아이의 대답이 들렸습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야?'
맞춤법학과장이 두리번거리자 그의 주머니에서 주황빛 얼굴을 한 아름답게 생긴 남자아이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 핑보는 잘 생기긴 했는데 그렇게 큰 건 아님. 지난 번 핑보는 190센티미터나 되었음."
"으익! 넌 뭐야? 왜 거기서 나와?"
맞춤법학과장이 놀라 펄쩍 뛰자 남자아이는 주머니에서 나와 공중에 붕~ 떴습니다.
등에서 헬리콥터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돌고 있었습니다.
"안녕~ 난 사카린S2임. 널 안내할 안내자임."
여전히 무슨 일인지 몰라 멍한 상태의 맞춤법학과장에게 자기소개를 한 남자아이는 붕붕거리는 작은 소음을 내며 여자아이의 어깨 위로 날아갔습니다
"나 이제 롤 끊을 거임."
'롤? LOL? 이 조그만 녀석이 LOL을 해?'
맞춤법학과장이 의아해하는 사이 여자아이가 대꾸를 했습니다.
"안돼. 넌 아직 롤 해야 할 핑보가 다섯 명이나 남았어. 다섯 명만 더 롤 하면 김밥을 먹어도 좋아."
"어휴.... 소라양o는 깐깐하다니까...."

맞춤법학과장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분주히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을 들어내고 바닥에 널린 쓰레기며 휴지들은 싹 치웠습니다. 카페트를 털고 식탁은 접어 냉장고 위로 올려버렸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깨끗해진 바닥에 하얀 종이를 폈습니다.



/김손 /계수목달토끼 /언던이폴 /숨을셔 /일해라야마다 /익명ZGJiZ

"지금부터 숨을 참고 눈을 감고 있어. 절대로 눈을 뜨거나 숨을 쉬어선 안 돼."
여자아이는 맞춤법학과장에게 간단히 당부하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아니, 지금 뭘 하려고..."
물어보려는 맞춤법학과장의 괴물 같은 입을 남자아이가 막았습니다.
"눈 감아! 잘못하면 우리 모두 김손에 빠져버린다고!"
'김손?'
궁금해 더 동그라진 학과장의 눈을 남아아이가 눈꺼풀을 잡고 끌어내려버렸습니다.
여자아이는 종이에 무언가 글씨를 쓰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계수목달토끼 언던이폴 계수목달토끼 언던이폴 계수목달토끼 언던이폴~"
-끼룩끼룩
어디선가 갈매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숨을 셔도 좋아. 하지만 눈은 아직 뜨면 안 돼!"
남자아이가 속삭였습니다.
맞춤법학과장의 코에 짠내 나는 바닷바람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일해라야마다 익명ZGJiZ 일해라야마다 익명ZGJiZ 일해라야마다 익명ZGJiZ"
여자아이의 주문은 점점 소리가 커졌습니다.



/뒷북의요정 /후라보노보노 /장전동수호신 /붉은고추 /알따러가세

주문 소리 뒤로 두웅두웅 북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눈을 떠도 좋아."
여자아이의 말에 맞춤법학과장은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거대한 목선의 갑판에 있었습니다.
배 후미에는 커다란 북이 있었고 누군가가 북을 치고 있었습니다. 사카린S2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아이였습니다.
맞춤법학과장은 이제 이런 전개가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푸른 오렌지 껍질 같은 그의 손등을 보면서 뒷북의 요정이 치는 북소리가 만들어내는 기묘하게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여자아이는 학과장보다 약간 늦게 눈을 떴습니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몹시 창백해져 있었습니다. 찐득한 바닷바람이 머리칼 몇 개를 하얀 이마에 붙여 놓았습니다.
"여어~소라양o! 이 핑보는 쓸 만한 걸?"
검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진 여자 선원과 덩치가 커다란 남자 선원이 아이에게로 와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 후라보노보노, 장전동수호신."
여자아이는 선원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장전동수호신이라는 선원이 학과장에게도 아는 체를 했습니다.
"껄껄 노예23호! 어때 여기까지 온 기분이? 상쾌하지?"
'노예23호? 들어본 말 같은데? 언제 들었지?'
"모르나봐. 하하. 후라보노보노가 실망하겠는데?"
남자선원이 오버스럽게 웃자 차가운 표정의 여자선원이 쌀쌀하게 대꾸합니다.
"재미없으니 이제 그만 해. 롤 하는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맞춤법학과장은 아침에 받았던 전화를 떠올렸습니다.
'지은이... 라고 했던 여자가 실은 저 여자였군.'
"저기..."
맞춤법학과장은 남자선원을 불렀습니다.
"여긴 어디고 난 왜 여기 온 거죠?"
"핑보! 넌 그것도 모르고 온 거야? 넌 선장님의 살을 그동안 파먹었어. 그 대가로 그동안 힘을 얻었지. 이제 그걸 갚으러 여기 온 거라고 생각해."
"선장님의 살이라뇨!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전 그런 건 먹은 적이 없어요!"
"넌 니가 맞춤법에 관한 한 천재라고 생각했어. 그렇지?"
"천재까진 아니지만..."
학과장은 말을 얼버무리다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래 니가 생각하는 그거야. 어쨌든 우리는 김문도를 찾아 간다. 그곳엔 빨간고추가 있어. 태양에 말리지 않아도 빨간, 아주 크고 아름다운 고추지. 그 고추의 뿌리에는 알이 열리는데 그 알을 따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알을 따는 거지."
"제가 할 일은...?"
"핑보들은 노를 저을 거야. 상어 떼를 만나면 달아나기 위한 미끼로 던져줄 수도 있고 말야. 하하핫!"
"아...아니..."
학과장은 놀라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선원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져갔습니다.
"알 따러 가세~"



/광속돌직구 /루루렌칼리체 /praesentia /키킹

"넌 핑보야. 너희 세계 말론 노예지."
놀란 학과장에게 검은 피부의 여자선원이 말했습니다.
"내가 아까 너와 통화하는 사이에 소라양o와 사카린S2가 전파를 타고 너에게 간 거야. 넌 이제 죽을 때까지 여기서 노를 저을 거야. 운이 좋으면 알을 따고 나서 김문도에 남겨질 수도 있겠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거죠?"
"넌 언제나 너의 잘못을 모르지. 넌 존재 자체가 잘못인 거였어."
광속돌직구였습니다.
학과장은 파란 오렌지 껍질 같은 자신의 피부를 스윽 문지르며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 잘못했다고 느낀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나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살고 있다고 여겼고 혼자 있을 때에도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그다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그는 맞춤법에 민감해 사람들의 맞춤법 실수를 고쳐주기를 즐겼습니다.
'그건 필요한 일이야. 사람들이 '-입니다.'를 띄어쓰는 건 굉장히 꼴불견이라고!'
"루루렌칼리체 제독. 그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신의 살로 만든 김밥으로 채워주지. 이 배의 주인이자 이제부터는 너의 주인이니 기억해둬. 루루렌칼리체...제독"
학과장은 종로 3가 길거리에서 은박지에 쌓인 김밥을 팔던 허름한 늙은이를 떠올렸습니다. 늙은이의 김밥을 먹고 그는 그 맛에 늙은이에게 '김밥장인'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었습니다.
'내가 맞춤법을 잘 판단했던 건 내 노력이 아니라 그저 김밥 때문?'
그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2년 전이었습니다. 종로의 유명한 커피 전문점 praesntia에는 젊은 남녀들이 커피를 사이에 두고 둘 셋씩 모여 잡담을 나누고 낮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키킹~
문이 열리는 나지막한 마찰음이 났지만 누구도 입구에 시선을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연어초밥냥 /뽀로로좋아해 /누나얌 /분홍변태사자

맞춤법학과장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며 카라멜마키아또를 홀짝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우연히 입구에 시선을 던졌을 때 맞춤법학과장은 한 남자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키가 아주 큰 미치광이 걸인이었습니다.
"헤헤~"
걸인은 맞춤법학과장에게 다가왔습니다.
"연어초밥냥~"
세균이 득실득실할 것 같은 침을 튀며 걸인이 외쳤습니다.
사람들이 맞춤법학과장을 쳐다 봤습니다.
"연어초밥냥?"
"헤헤~ 돈 달라고 하는 건 돈냥~ 연어초밥 달라고 하는 게 연어초밥냥~ 난 연어초밥 먹고 싶다냥~"
사람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맞춤법학과장은 이런 걸인과 엮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여보세요. 돈냥이 아니고 동냥이에요. 돈 달라고 해서 동냥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연어초밥냥이란 단어도 없어요. 여기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시면..."
미치광이 걸인에게 맞춤법을 설명하고 있는 학과장은 문득 주위의 시선이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걸인보다 학과장을 더 미친 사람처럼 느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학과장은 곤란했습니다.
"일단 나갑시다. 내가 초밥 사줄 돈은 없고 김밥 한 줄 사줄 테니...."

둘은 나와 종로 거리를 걸었습니다.
"뽀로로 좋아해?"
걸인은 쉬지 않고 이상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아뇨. 뽀로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난 벌써 30살이라구요.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습니다."
"헤헤~ 누나얌!"
"저는 댁의 누나가 아니에요. 누나는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 친족을 말하는 거란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찾은 곳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이 은박지에 싼 김밥이 가득한 상자 뒤에 앉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한 개 천 원...
학과장은 2천 원을 주고 두 개를 샀습니다.
그 날이 그 김밥을 먹은 첫 날이었습니다.



/분홍변태사자 /지나가던잡배 /발이스타☆ /라이머

찰싹! 찰싹!
누군가가 학과장의 뺨을 때렸습니다.
"일어나! 이제 네 차례야!"
파랗고 쭈글쭈글한 피부의 또 다른 핑보였습니다.
"으...음"
학과장은 몹시 피곤했습니다. 몸이라곤 써본 적 없는 샌님이었던 그였습니다.
며칠 간의 중노동은 그에게 견디기 힘들 만큼의 피로를 주었습니다.
"얼른 일어나. 오늘은 분홍변태사자가 감독이야. 죽기 싫음 어서 교대하라구!"
"분홍변태사자?"
학과장이 겨우 몸을 일으키며 물었습니다.
"이 녀석 신참이구만. 어서 가. 큰일 나기 전에."

학과장이 선체 아래층에 내려가 같은 조인 핑보와 노를 잡았을 때 시커먼 그림자가 그들의 몸을 가렸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구의 갈기머리 사내가 채찍을 들고 걸어왔던 것입니다.
"뭣들 하나! 쉬지 말고 저어! 너희들이 굼뜨니까 다른 배들이 우릴 지나가는 잡배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저 녀석이 분홍변태사자로군...'
학과장은 처음 며칠 동안 감독관을 맡았던 놈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녀석 이름이 발이스타☆ 라이머라고 했지? 제길... 다들 괴물처럼 생겨가지고선...'



/학장 /엄마를닮았냥 /Mozart /Anchoby

철썩!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던 학과장의 눈에 별이 번쩍였습니다. 푸른 오렌지 껍질 같은 그의 등에 유리조각을 먹인 채찍이 감겼습니다.
"아악!"
그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의 등 피부가 갈라지자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직 피는 빨갛구나...'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피를 보자 통증을 느끼면서도 그는 한편으로 안도했습니다.
"야 핑보! 죽고 싶어? 똑바로 안 해? 배가 기울면 어떡할 거야!"
채찍은 두 번 세 번 그의 등을 더 갈겼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감싸며 웅크린 채로 학과장이 빌었습니다.
다시 채찍이 그의 등을 갈겼습니다.
"노에서 손을 놓으면 어떡해? 이거 완전 고문관이구만!"
"죄송합니다..."
학과장은 다시 얼른 노를 잡았습니다.
사자갈기를 하고 있는 빨간 피부의 거구는 씨익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그는 분명 채찍질을 하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저기서 채찍이 살을 찢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섞입니다.
학과장은 노 젓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하나 두울~
그곳은 한강이었습니다.
꼬마 보트를 빌려탄 연인들이 여기저기서 노를 저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학과장은 학장과 마주 앉아 노를 젓고 있습니다.
"야~ 노를 놓으면 어떡해!"
학과장은 학장에게 핀잔을 줍니다.
"힘들어~ 이제부턴 오빠 혼자 저어!"
"치사하긴..."

투닥거리다 옷을 흠뻑 젖은 연인은 한강 고수부지 벤치에 누워 뜨거운 여름 볕에 옷과 몸을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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