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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이성적인 해석 (보신분만/스포)
게시물ID : movie_57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려라박반장
추천 : 12
조회수 : 3293회
댓글수 : 88개
등록시간 : 2016/05/16 19: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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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보는 성격인지라 곡성을 두 번째 관람하고 감독 의도 마냥 현혹되어 놓친 부분들도 다시 보게 되고 해석이 또 달라지는 흥미로운 영화임이 느껴지네요. 또한 이 영화가 보는 이의 성향에 따라 모두 제각각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에 놀랐으며 제가 느낀 곡성의 의문점들을 나름의 판단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마을이 파탄 지경 된 진실은?
진실은 초반부터 야생버섯 때문임을 알렸다. 하지만 모두들 진실은 외면한 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품고 주변 야기에 현혹되어 시종일관 곽도원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며 문제의 핵심을 흐트러뜨리는 불행의 시발점이 됩니다.

정말 야생버섯이 원인인가?
그 진실은 후반에 더 명확하게 알려준다. 부제가 박춘배에게 뺨을 뜯기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TV 뉴스에서는 독성 야생버섯으로 만든 건강식품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피해가 속출한다는 진실을 알리고 있다. 또한 부제의 삼촌마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뒤 현장 방문했을 때 동료 경찰은 “그거 때문에 온 동네가 날리다. 변호사 선임 준비하고… 한편으론 니 삼촌도 피해자다” 라고 독성 건강식품 중독으로 인한 정신착란임을 명확히 알리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이미 그릇된 의심과 확신을 두고 있었기에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진실 따윈 안중에 없고 이미 맘속에 품은 의심을 확인하려는 욕구만 커져간다.
 
효진이는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닌가?
처음부터 딸은 약의 중독증세였을 뿐 일본인과 관련이 없다. 할머니를 포함 해를 입은 마을사람 모두 병을 의학이 아닌 무속에 의지하는 그릇된 믿음이 만들어낸 망상이며 곽도원이 굿판을 중지시키고 딸을 병원으로 데려간 후와 일본인을 차로 치어 죽이고 돌아올 때 마치 일본인을 처단했기에 효진이가 좋아졌다는 착각일 뿐 실은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받아 자연스레 병의 차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효진이를 집에 데려와 재우기 전 촛불을 끄지 못하게 하며 끝까지 무당 덕이라 여기는 할머니는 야생버섯 건강식품으로 추정되는 약을 대접에 담아 효진이에게 먹이고 있는 결정적 장면이 포착된다. 이로써 효진이는 밤새 다시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고 이후 대참사가 벌어진다.

극중 현실에서 일본인은 악마인가?
아니다. 그냥 곽도원의 그릇된 의심과 마을사람들 또한 동조하며 만든 허구의 희생양(마녀사냥)이며 애초 일본인(외지인)이라는 설정 또한 극중, 관객 모두에게 의심의 인물 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의도한다. 실제로 그는 평소 마을 사람과 참상이 일어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돌아다닌 건 사실이나 그도 무속을 믿는 사람이기에 명복을 비는 제를 올려줬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 그는 단지 산속에 홀로 은거하며 수행하는 나이든 퇴물 무당일 뿐이다. 중반에 곽도원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뭐 하는 놈이냐 물었으나 ‘말해도 안 믿을 것’이라 말한 건 이미 이성을 잃고 분노가 가득 찬 곽도원의 확신에 그 어떤 진실을 말해도 소용없을 것이란 반문일 뿐 본인의 정체가 악마나 불순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박춘배는 일본인이 살려낸 좀비인가?
아니다. 일본인은 단지 우연히 박춘배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그를 위해 명복을 비는 제를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박춘배는 차 안에서 죽은 상태가 아니었다. 단지 야생버섯에 취해 죽은 것처럼 보인 것이며 곽도원 일행을 공격할 때 마치 좀비같이 행동한 건 약의 중독성을 극단적 표현한 것이다. 이는 영화 초반 불 난 집 사건 현장에서 곽도원을 덮쳐 쪽팔리게 만든 아줌마의 공격성이 장정 여럿을 헤집는 괴력을 보이고 그 괴기스러움도 이미 병원에서 뒤틀려 죽는 환자와 일치됨을 보여줬지만 그런 정황은 외면 받고 이미 박춘배를 초자연적 좀비로 몰아가도록 만든다. (네기에 머리가 박히고도 움직이는데 좀비가 아니라고? 자상의 깊이와 강력한 약의 중독성을 고려할 때 극중 표현은 경련, 발작, 발광 정도로 가능한 수위라 해석합니다)

천우희와 일본인은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던가?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렇게 믿도록 현혹하고 있으나 실제는 아니다.
애초에 일본인은 마을의 사건과 아무 관련 없음에도 악으로 규정되고 천우희는 마치 그를 막아서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수호신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녀가 보인다는 건 인간의 맘속에 내재된 의심일 뿐이며 초반부 ‘그 왜놈이 귀신’이라는 말로 그 악한 의심을 부추긴다. 극중 천우희의 등장은 인간의 내면의 그릇된 의심의 시작이자 향후 재앙(죽음)을 알리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후반부 천우희가 딸을 도우려는 손길도 내미는 듯 하지만 그 선택에서 오는 결과 또한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질 고통이자 책임이며 이는 구원이라는 불확실성을 미끼로 나약한 인간을 구원하지 않는 방관적인 신의 표상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스스로 지독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인간에게 비춰지는 신의 형상이자 인간의 본질인 것이다
한편으로 일본인이 제를 올리다 쓰러져 천우희를 보거나 낭떠러지 밑에서 그녀가 재차 보인 것은 일본인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 단지 두려움을 느낀 사람의 공통된 암시일 뿐이다. 곽도원에게 일본인이 재앙이듯 상대적으로 일본인에게는 천우희가 재앙으로 보이는 것이며 이는 마을에서 참상을 당한 주민들 모두 공통으로 해당된다.

일본인과 박춘배 그리고 죽음
일본인은 제를 올리는 중 천우희가 자신에게 보인 것이 재앙의 암시임을 직감했고 그 문제의 원인이 박춘배의 제를 올린 것이라 여겨 그의 시체를 다시 확인하러 갔으나 죽었다고 생각한 박춘배가 사라져 본인도 당황스러워한다. 그는 박춘배의 발자취를 쫓지만 이미 먼저 발견한 곽도원 일행이 그 괴기스러움에 혈안이 되어 박춘배를 죽여버린다. 일본인은 곽도원과 일행이 이성을 잃은 모습에 본인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숨지만 결국 발각되고 그들을 피해 도망치다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이 시점 일본인의 고통과 울분이 측은하게 묘사되고 일본인은 마을사람들의 그릇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한 재물 같은 희생양이었음을 명확히 한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이미 사람들은 그를 죽여야 딸을 살릴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믿음에 모두 동조한다. 천우희가 그 시점부터 다시 일본인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결국 본인에게 들이닥칠 곽도원 일행의 차에 치여 죽임을 당하고 시체마저 유기되는 재앙의 암시다.

마지막 일본인과 부제의 대화
동굴 장면은 부제의 의심이 품어낸 허구로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요약입니다. 이미 의심을 품은 부제에겐 일본인이 악마일수도 혹은 반대로 예수 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워낙 영화 속에서 친절히 말해주고 다른 해석들과도 이견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일본인은 현실에서 이미 죽은 인물이지 악마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있지도 않은 악마를 형상화하여 대화합니다.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말하는 신부
곽도원은 신부를 찾지만 신부는 이미 확신을 갖은 곽도원의 모습에 난처해하며 의미심장한 말은 한다. “직접 보셨습니까? 어찌 보지도 않고 확신하시나요? 병원으로 돌아가 의사를 믿고 따님을 맡기세요” 하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그게 진실일지라도 그 진실보다 내가 의심하는 것과 내가 믿고 싶은 것을 확인해야하고 그것만이 눈에 보일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을 현혹시킨다.

일광은 뭐 하는 놈인가? 천우희 봤잖아? 사진은 왜 찍나? 기저귀가 같은 건?
일광은 인간의 두려움과 나약한 마음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파렴치한이다. 하지만 그들이 믿고 싶은 것을 부추길 뿐 그에게 책임은 없다. 기저귀는 일본인도 한때 무속인이 였음을 보여줄 뿐 황정민과 결탁이라든지 다른 연관성은 없다. 사진을 찍는 건 그들의 고객이나 제를 올리기 위해 수집하는 의식일 뿐 사진 때문에 무언가 영적인 영향을 준다는 관념은 마치 '사진 찍히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미신 마냥 재차 낚이는 것이다. 마지막에 희생자 사진이 쏟아진 건 부질없는 인간들이 그만큼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광에게 천우희가 보이는 건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광에게 닥칠 재앙의 암시라 봅니다. 그 액운은 애초 곽도원의 것이기에 무속인 일광은 본능적으로 살기위해 도망쳤지만 곽도원의 의심으로 파생된 재앙이 몰살로 끝마침 되야 일광이 살 길이라 여겼겠죠. 가령 극중 현실적으로 닥칠만한 일광의 재앙을 추론하자면 일광이 밤에 곽도원의 집에 찾아갈 시점, 그 집에 일광이 들어갔다면 일광도 다른 가족들과 같이 딸의 정신착란 칼부림에 찔려 죽었을테죠.

간단 인물 요약
현실 일본인
- 불쌍하게 마녀사냥 당한 독거 노인이자 이지매 당한 외국인 ㅠ
- 한때 무속을 했었으나 현재는 은퇴 후 여행 중인 방랑자
- 취미 사진 찍기, 폭포수 지압 등 

악마 일본인
- 곽도원을 포함 마을사람들이 규정한 ‘가상의 악마’

천우희
- 곽도원과 마을사람들의 그릇된 의심이 투영되는 '가상의 귀신’
- 악마의 속삭임과 구원의 손길(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
- 그녀의 말이 들리거나 눈에 보이는 자체가 혼돈의 시작이자 재앙(죽음)을 암시

박춘배
- 나쁜 약에 중독되어 극단적으로 발작하는 불쌍한 환자 ㅠ (좀비 아님, 치료해줘)
 
일광
- 서비스업 종사자. 하자 보증 없음.
- 사람의 의심에 동조해주는 역할
- 견적은 천 만원

부제
- 미성숙한 종교인
- 마지막 인간의 내면을 까발려주는 매개체

신부
- 유일한 제정신

할머니
- 현대문명보다 미신이 익숙한 흔한 할머니

곽도원
- 딸을 위해 잘못된 선택(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부성애 넘치는 우리의 아버지
- 간도 작고 운동도 안하고 술도 좋아하고 기가 쇠해서 헛것이 잘 보이고 가위눌림
 
개인적인 결론
현실은 일본인, 일광이 나쁘다가 아니라
불법 건강식품을 만들어 유통시킨 양심없는 기업을 잡아 족쳐야죠?
가령 요즘 많이 회자되는 독성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대입하면 어떨까요?
당시 원인도 모른채 자식은 떠나보냈던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과도 매칭되네요.
한 번 볼땐 몰랐지만 두 번 보니 영화의 불편한 진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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