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정신없이 군생활을 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분대장견장을 어깨에 달았다..-그때의 기쁨이란.. -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분대장뽕에 취해 전지전능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중..
후임중 한녀석이 외박을 다녀오는길에 버스정류장에서 2천원짜리 퍼즐책을 사온게 아닌가.
나역시 심심하다면 심심한 그런 일상을 보내던중
줘바 -전지전능-
받아서 퍼즐책을 풀다가 맨 뒷장 바로 앞면쯤.. 퀴즈를 풀면 세탁기를 준다는 글을 읽었다.
그때당시 2004년.. 친구들은 LCD테레비에 에어콘도 있고 세탁기도 있다고 했는데
내 부대에는 식당용 은색 냉장고 브라운관테레비 선풍기-파랑색날개- 뭐 이딴게 전부였다.
에어콘은 물론,세탁기도 없어서 맨날 손빨래했다.
퀴즈책에서 준다는 세탁기는.. 나에겐 없어선 안될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일단 받자. 받고나서 보고하자. 만저라도 보자!"
마음을 먹고 나는 퀴즈를 풀었다.
그리고 부식비를 횡령해서 엽서를 2천장을 사왔다. -난 그때 세탁기에 미쳤었다-
그날 저녁 점호시간..
점호를 받은 후 나는 약 80명의 소대원에게 (부분대장 포함,나빼고 내밑으로 싹다)
엽서를 5장씩 주고는, 간단한 사연과 함께 퀴즈 정답을 쓰라고 지시했다.
검사를 하다가 사연이 중복되거나 등신같으면 빠꾸시켰다.
그리고 하루에 30장~50장씩 엽서를 보냈다. 우표도 그때 부식비를 횡령했던거 같다 -잘 기억나지 않음-
약 10일 후.. 세탁기가 왔다! 이게 올줄은 몰랐다. 왔으면 좋겠다 했지만 진짜 와버렸다.
보고를 했다. 이렇게 저렇게 (횡령한돈) 해서 세탁기를 받았습니다. 사용하게 해주세요.
소대장은 ? 표정과 함께 ?? 그래라 하고 횡령한 돈은 부식을 아껴서 충당하기로 했다.
근데 기계화 문명에 맛들렸던걸까..
나는 보이는대로 퀴즈책을 사오라고 지시했고 소대원들은 매일 매일 사연을 쥐어짜냈다
그 결과 약 3개월의 분대장기간동안 세탁기 4대 에어컨 4대 티비 6대 신발장/이불/조명용스텐드 등
엄청나게 외부물건을 엄청난 싼값으로 부대로 들여왔고 행보관님은 그걸 타 부대 또는 주민들에게 판매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매일 술과 고기를 먹었다.
행보관이 어느날 말했다. -야 둘이있을땐 형이라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