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FF 수장을 겸하고 있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에서 열릴 차례인 제5회 동아시아컵을 내년 7월에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국내 유치도시들은 향후 신청을 받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것은 2005년 2회 대회에 이어서 8년만이다. 개최국인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은 본선에 직행해 있고 남은 1장의 티켓을 놓고 다음달 1~9일 홍콩에서 북한 호주 홍콩 괌 대만 등 5개국이 참여하는 2차예선이 펼쳐진다. 호주는 EAFF의 특별초청으로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다.
이 대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내년 6월 18일 막을 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직후에 열린다는 미묘한 시기성에 있다. 최강희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면 공언한대로 곧바로 전북에 복귀할 것이냐에 따라 이번 동아시아컵이 '차기 대권'을 둘러싼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면 최 감독이 박두한 동아시아컵까지는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준비에 시간이 부족한 까닭이다. 하지만 최 감독이 최종예선 직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종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동아시아컵은 브라질월드컵 지휘봉을 노리는 지도자의 시험 무대로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2005년 국내에서 열렸던 제2회 대회때는 본프레레 감독이 꼴찌인 4위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남기면서 전격 경질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최종예선을 통과했던 본프레레는 이 대회에서 좋을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결국 본선에 가지 못했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신 영입됐다. 다시 8년만에 월드컵 예선을 치른 감독과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감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컵이 다시 한번 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예선을 통과할 경우 한국에서 열리는 본선에 출전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국내에서 벌어졌던 2회 대회때는 북한이 정상적으로 참여했지만 일본에서 열렸던 2010년 4회 대회때는 외교적 마찰로 출전을 포기해 홍콩이 대타로 나섰다. 내년은 새 정부 출범 첫해여서 동아시아컵이 이명박정부때 꽉 막혀있었던 남북 스포츠교류의 물꼬를 터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