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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두개의 달
게시물ID : panic_519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oxin
추천 : 16
조회수 : 217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7/05 15:13:56
"띠리리리리~링"

"탁!"

승철은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을 손등으로 쳐냈다. 자명종은 땅바닥에 굴러떨어지곤, 소리내는 것을 멈추었다.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욕망을 이겨내고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으...음...."

승철이 고개를 돌려 미선을 쳐다봤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여보, 일어나"

미선은 아직 잠이 덜깬듯 멍한 눈으로 누운채 승철을 쳐다보았다.

"하하.. 이 집 자명종은 엄청 시끄럽던데, 잘도 자는구나. 자! 다들 일어나야지."

승철은 자신과 미선 사이에서 여전히 꿈나라에 빠져있는 딸을 들어안았다.

"윤미야.. 이제 일어날 시간이란다."

"히잉....."

윤미는 잠에서 깨기 싫다는듯이 승철의 품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승철이 눈을 돌려 미선을 쳐다보자,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승철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자, 시간이 없어. 얼른 준비하고 출발해야지."

미선은 침대에서 나오며 말했다.

"당신은 윤미 잠좀 깨우고 좀 씻겨줘, 나는 먹을것이 있나 좀 찾아볼게."

승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미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자~ 우리 공주님~ 깨끗이 씻어볼까?"

아직 잠이 덜땐 아이를 세워놓고선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얼굴을 살살 씻겨주기 시작했다.

"후아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모습도 승철은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샴푸를 찾아 머리까지 감겨주고 있을때, 미선이 봉지 하나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어때? 먹을건 많이 찾았어?"

미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것뿐이야"

미선은 가져온 것들을 식탁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참치캔, 옥수수통조림, 라면2봉지였다.

"하하, 뭐 그정도면 끼니때우긴 충분하지 뭐. 라면은 오랜만인걸?"

승철은 수건으로 아이의 머리를 문지르며 식탁으로 향했다. 

"이제 얼마나 남았지?"

미선의 물음에 승철은 옥수수 통조림을 뜯으며 말했다.

"음. 아마 얼마 안남았을거야. 3~4시간만 가면 도착할 것 같은데."

"시간은 얼추 맞을것 같네. 기름은 충분히 있어?"

"응, 지난번 들린곳에서 많이 가져왔으니까 충분해. 아~ 어휴 우리공주님 잘~ 먹네."

"어휴, 그렇게 애만 챙기지 말고 당신도 좀 먹어둬. 운전도 해야하는 사람이"

미선이 라면을 반으로 뚝 쪼개 승철에게 내밀었다.

"하하, 그래도 얘 먹는거 봐봐. 오물오물 거리는게 너무 귀엽잖아."

아이는 씨익웃었고, 웃음은 세 가족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자, 이제 출발해볼까"

승철은 아이를 안아올려 미선에게 안겨주고,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냈다.

"아빠~ 또 차타는거야~?"

엄마와 함께 차에 탄 아이가 운전석의 승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오늘만 가면돼. 이제 거의 다 왔어~"

"어디가는건데?"

"하하, 아빠가 어제도 말해줬잖아. 달구경 가는거야~"

"달구경?"

"응. 커~다란 달을 보러 가는거야. 너무너무 예쁠테니까 우리 윤미한테 제일 잘보이는 곳에서 보여주려고."

승철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길을 나서자 도로 중간중간에 서 있는 빈 차가 눈에 띄었다.

"여긴 도로에 차가 되게 많구만. 이것참, 움직이기 불편하게..."

승철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미선이 말을 이었다.

"대충 보니까 이 동네는 주유소가 다 망가져 있더라구. 아마 누가 난동을 부린 모양이야."

"쯧, 아무튼 꼭 경우없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라니까."

서있는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다보니 멀리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떼로 모여있는 곳이 보였다.

"아빠~ 저기 사람들이 많이 있어~"

"응~ 그러네~ 뭐 재밌는거 하는 모양이야"

승철은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길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저렇게 떼로 모여 신은 당신을 구원하신다는 푯말을 들고 설치는 무리들을 많이 봐왔다.

지나가는 사림들도 가차없이 억지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승철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저쪽으로 가는게 제일 빠를텐데, 아무래도 돌아가야 될거 같군. 좀 밟아야겠어."

"그래요, 대신 너무 무리하진 마. 여기서 사고라도 나면 안하느니만 못한게 된거니까."

"하하, 걱정마. 매일 당신 집에 데려다줄때마다 갈고닦은 운전실력을 의심하는거야?"

"...."

승철이 룸미러를 올려다 보니 미선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엄마~ 왜울어~"

아이가 걱정스러운듯이 엄마를 쳐다보자 미선은 당황해 하며 눈물을 닦았다.

"아, 이것참. 엄마가 햇님을 똑바로 쳐다봐서 눈물이 나왔나봐. 엄만 아무리렇지도 않아. 걱정하지마"

승철은 별 말없이 두 모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승철은 손에 힘을 꽉 주며 말을 이었다.

"자~ 윤미야~ 오늘 달님은 아~주 특별한 달이란다. 소원을 빌면 하나를 들어준대~ 무슨 소원을 빌고 싶니?"

"헤헤~ 정말?"

"그럼~ 아빠는 거짓말 안해요~ 자, 어떤걸 빌고 싶어?"

"음....나는... 그냥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살고 싶은게 소원이야!!"

해맑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승철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달님이 소원을 꼭 들어주실거야~"

어느덧 표지판을 살펴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여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는데?"

승철이 말을 내뱉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올라가는 도로 빽빽히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사람이 많은가보네"

"어떻하지? 아직 정상까진 제법 남았잖아."

"어쩔수 없지, 일단 내려서 걸어보자구. 가는데 까진 가봐야지"

승철은 아이를 안아들고, 미선과 함께 산길을 따라 뻗어있는 도로를 걸어 올라갔다.

부인과 아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조바심이 생겼는지 걸음은 점점 빨라져 갔다.

그 덕분인지, 정상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보 지금 몇시야?"

"음.. 1시 30분인데"

"오, 더 서울러야 겠다. 윤미야 우리 뛰어갈까?"

"응!!"

승철은 깔깔대며 웃는 아이를 안고 정상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다왔다.. "

마침내 세 가족은 목표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하늘이 넓게 잘 보이는 산 정상에 위치한 공원이었다.

예전에 혜성따위를 보러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해 지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곳이었다.

이미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다.

기도를 하는사람, 우는 사람, 웃는 사람 등등.. 온갖 감정들이 넘쳐나는듯한 분위기였다.

승철은 아이를 목마를 태운후에, 미선의 손을 꼭 쥐었다.

"자~ 우리 잘보이는 곳으로 갈까?"

"응~"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그럴듯한 위치로 다가섰을때, 어떤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엇!!!"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날이 밝은데도 커다란 달은 사람들 눈에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뭔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빠~ 저게 뭐야?"

아이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응~ 저게 우리가 보러온 달님이란다."

단지 달 옆에 반짝거리던 것은 곧 식별이 쉬워질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와!! 아빠~ 달님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응~ 소원 빌 준비 됬지?"

"응~ 아빠!!"

딸에게 말하면서 승철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아내의 손을 꼭 쥐기 시작했다.

"100"

"99"

누군가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속삼임처럼 시작했던 카운트는 점점 사람들에게 전염되기 시작하더니,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목이 터져라 외치기 시작하였다.

"68"

"67"

아이는 그것이 재밌어 보였는지 까르르 웃어댔다.

승철은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 옆의 그것은 이미 달보다도 커져있었다.

"10!"

"9!"

"8!"

승철은 슬쩍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5초후, 그 시간이 와버릴 것이다.


-2시 32분 16초-


일주일전, 정부가 발표한 지구 멸망의 시간 이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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