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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곡성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들
게시물ID : movie_57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간암탉
추천 : 1/5
조회수 : 102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5/18 11:28:17
저번주에 조조로 곡성을 보고나서 줄 곧 장면들을 곱씹고 생각해보며 지냈네요.
많은 분들이 곡성을 수작으로 생각하고 평론들도 좋아서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다른 분들은 제대로 보시는 것인지 많이 고민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곡성을 좋은 영화로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지극히 제 주관적인 의견이니까요 곡성을 보시고 좋아하셨던 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1. 어이없다 못해 유치한 유머 요소들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지한 영화들에도 유머러스한 장면을 삽입하여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부분이 많은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곡성은 심하다 못해 보는 이로하여금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는 유머를 구사하더군요.
살인 현장에서의 종구의 알 수 없는 몸개그들, 물론 종구의 어리버리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생각되었지만 그것이 궂이 모든 사건의 시작인 살인 현장에서까지 그래야만 했을까?
하고 의문이 듭니다.

살인 사건이 났음에도 집에서 아침을 먹고가는 모습, 가족과의 일을 처리하다 출근에 늦어 매일
소장에게 잔소리를 듣는 모습등, 종구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많았습니다.

헌데 왜 가장 진지하고 심각했어야 할 살인 사건 현장에서 유머러스한 부분을 넣어 관객의 집중을
흐리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요.

더해서 가장 어이없고 화가났던 부분은 산속에서 목격자와 몸싸움 이후 목격자가 번개에 맞는 씬입니다.
아직도 대사가 기억나네요. 
'너희들 다 번개나 맞아 버려라' 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말한 직 후 정통으로 번개를 맞더군요.
허 참 기가 찹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신이 옮겨진 뒤 부인의 '뱀이다 뭐다 좋은 것들 많이 먹어서 안 죽었다'의 대사, 
그리고 2층에서의 피의자 사망씬으로 이어지는 장면전환

뭐죠? 왜 이런식으로 장면을 전환한거죠?
웃음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풀어준 후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격을 받도록 유도한 것인가?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저는 이 장면에서 영화 전체의 긴장감과 진중함이 모두 희석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정도 사건이 진행되고 두루뭉실 했던 존재와의 접촉을 눈앞에 둔 긴장감 흐르는 이야기 진행 상황에서
영구와 ~~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90년대 스타일 개그를 보여주다니...

곡성에서 가장 실망감이 컷던 장면 중 하나였네요.

2. 종구와 부인의 성교신

이건 정말 왜 있어야 했는지 상상조차 못 하겠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를 목격한 딸을 아빠가 진정 시키기 위해 강가로 화면이 전환되죠.
문방구에서 얻어낸 여러 용품을 한가득 안고 딸과 아빠가 대화합니다.
이 부분에서 딸의 어른스러우면서도 이해심 넓은 성격을 드러내더군요.
덤으로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외지인까지 보여줬지요.

근데요... 왜 강가로 화면을 전환하고 딸의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종구와 부인의 성교신을 사용한거죠?
어떻게 보면 이 부분도 유머의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장면장면을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좀 더 딸과 종구의 유대관계를 진지하게 보여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어이없는 장면으로 딸과의 유대관계를 풀어 후반에 있을 종구의 사투를 관객으로 하여금 좀 더 감정이입 하도록
만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3. 우물에서의 싸움씬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회회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냥 놓고 본다면 제가 봤던 영화 중 가장 최악의 장면이었습니다.

좀비? 혹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와 분노에 찬 마을 주민들간의 다툼씬을 보여줍니다.
장면에 나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아무리 봐도 조잡합니다.
분장, 행동, 소리까지 이 것은 진지하게 봐야하는 오브제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희화화한 것인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서로 뒤엉켜 싸우는 부분까지 우스꽝스럽습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의 싸움이 뭐 얼마나 멋있을까 싶지만 머리에 박힌 농기구를 뽑아내는 부분이나
농기구에 맞고도 눈을 떡하니 뜨고 사람을 바라보는 장면은 미국 B급 좀비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을 법한 연출이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이 장면은 우뢰매 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우뢰매를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그 시절엔 그러한 기법과 연출이 일반적 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아니죠.


분명 곡성은 재밌는 영화 같았습니다.
일광과 외지인, 딸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굿신은 손에 땀을 쥐게할 만큼 긴장되고 화려한 장면이었습니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아슬아슬한 장면 없이도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해줬죠.
아리송한 인물들 간의 관계와 신비한 현상들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걸러내야 하는지
끊임 없이 의구심을 들게해줬죠.
거기에 모든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는 정말 훌륭하다 못해 박수 갈채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위의 세가지 요소 때문에 전 곡성을 잘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지 못 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장면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흐름을 흩트리는 장면이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였죠.

여튼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본 곡성의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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